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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실이 작성한 김창해 법무관리관 관련 '비위자료' 내용
군의 사법 기강을 바로잡아야할 군법무조직의 '수뇌'인 김창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준장)이 군 검찰관의 수사활동비 1억6천여만원을 횡령하고,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부하에게 허위로 영수증을 만들게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창해 준장을 즉각 보직 해임하라"
참여연대, 17일 성명 통해 국방부장관에게 촉구

참여연대는 <오마이뉴스>의 "'원스타(☆)가 가짜 영수증 조작'-국방부는 이런 장군 왜 보호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와 관련, 17일 성명을 내고 "김창해 준장을 즉각 보직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군검찰이 (김창해 법무관리관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던 것에 반해 국무총리실 공직기강조사팀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영수증까지 만들어 서류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애초부터 군검찰의 수사의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사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군검찰 뿐만 아니라 군판사 등 국방부 법무병과의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고, 주요사건의 수사에 대해서도 직접 보고 받고 관여할 수 있다"면서 "이처럼 자기사건을 자기가 지시하고 관여하도록 방치하는 한 수사의 공정성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난망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국방부장관은 군사고등법원이 독립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우선적 조치, 즉 김창해 준장을 보직해임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군사법부의 어떤 결정도 결코 신뢰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및 조치내용도 주목하고 있다"면서 " 감사원은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친 정기감사와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3월말 조사개시결정 통보를 한 이후 아직까지 최종처리방침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고 있는 감사결과의 왜곡과 축소 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온전히 감사원의 몫이다"라고 덧붙였다.
/ 김병기 기자
김 법무관리관은 또 지난 2000년 육군 법무감 재임시 군사건 국선변호사비와 육본 법무감실의 각종 여비, 출장비 등 수천만원을 당사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총리실 산하 공직기강조사팀 내사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비위자료'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이 보고서는 A4용지 7쪽 분량으로, 전반부 4쪽은 김 법무관리관에 대한 사항이며, 나머지 한쪽은 또다른 군 간부의 비위사실을 적었고, 군검찰수사관의 통장내역서를 증거서류로 첨부했다.

공직기강조사팀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한 달여간 내사한 뒤 이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김 법무관리관의 '비위 자료'를 지난해 11월 7일 국방부에 통보한 직후 청와대에도 보고했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김 법무관리관이 수사관 활동비를 빼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국방부 감사관실도 "법무감실의 국선변호료 수수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장관 서면경고'라는 가벼운 조치를 내려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사실 이 보고서에 적시된 김 법무관리관의 '비위 사실'은 그간 참여연대 등에 의해 수차례에 걸쳐 의혹이 제기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김 법무관리관에 대한 정부 당국의 내사 자료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 검찰단이 이러한 충격적인 횡령의혹에도 불구하고 왜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며 국방부 감사관실은 왜 '장관 서면경고'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했는지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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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16일부터 현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대적인 공직기강 감찰에 착수한 감사원이 그동안 계좌추적 등 특별감사를 벌여온 김 법무관리관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감사원은 오는 24일경 감사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 지난해 9월 24일 열린 군사법원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선서하는 김창해 국방부 법무관리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 보고서는 김 법무관리관의 비위사실을 1)공금횡령 2)직권남용 3)군의 정치중립 및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3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내사 보고서는 김 법무관리관이 "검찰수사관(부사관) 45명의 통장과 도장을 대전 계룡대 육본 법무감실에서 직접 관리하면서 1억6천여만원을 사적으로 횡령했다"면서 "김창해는 이 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을 은폐하기 위해 000을 시켜 거짓으로 변호사들을 초빙하여 교육비를 지급한 것으로 처리했고, 각 군사령부별로 허위 숙박·식당 영수증을 내도록 해 사용 근거를 만들어 두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 한 검찰수사관의 진술을 인용해 "김창해에게 직접 찾아가 '우리가 만져보지도 못한 돈에 대해 허위 영수증을 만들어 서류를 조작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따진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김창해는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3군 법무참모('99년), 국방부 법무운영단장(2000년), 육군 법무감 재임시 자신과 잘 아는 사람들의 사건에 대해 부당하게 공소장 변경 등을 지시했다"면서 00사단 허00 준위 총기 부품 든 군용물 절도사건 등 3가지 사례도 적시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김창해는 자신이 정치권에 줄이 닿아 있음을 자랑하면서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임을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등 군사법 책임자로서의 본분과 군인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하는 우려스러운 행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군의 정치 중립 및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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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법무관리관, "허위영수증 작성한 적 없다. 전임자 영수증 처리 제대로 못해..."

하지만 김 법무관리관은 총리실의 내사보고서 내용과 관련 17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영수증을 허위로 작성한 적이 없다"면서 "전임자들이 영수증 처리를 제대로 못해 그걸 메워놓으려는 것으로 나와는 관계없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이와 관련 김 법무관리관과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총리실 내사 보고서에 횡령 사실이 적시되어 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영수증을 만들었다는 데 사실인가.
"그 것 때문에 검찰 조사, 감사원 감사를 2번이나 받았다."

-허위 영수증을 만든 사실이 없다는건가.
"그런 사실이 없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을 초빙하여 교육비를 지급한 것으로 처리하거나, 각 군사령부별 허위 숙박·식당 영수증을 내도록 하여 사용 근거를 마련해 두지는 않았나.
"그걸 다 얘기하려면 길다. 내가 수사비 횡령한 것이 아니고, 전임자들이 영수증 처리를 제대로 못해 그걸 메워놓으려는 것으로 나와는 관계없다."

이 보고서에서 김 법무관리관의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영수증을 만든 인물로 나와있는 000씨는 17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감사원에서 다 (조사를) 받았다"면서 허위영수증 작성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한편 김 법무관리관을 횡령.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던 참여연대의 이재명 투명사회팀장은 "지난 2월 군 검찰은 김 법무관리관이 수사관 활동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횡령죄를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지만, 사적으로 처리한 것을 은폐하기 위해 김 법무관리관이 노력한 흔적이 나온 것"이라면서 "군검찰이 수사 의지 없이 관련자 진술만을 토대로 면죄부를 준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또 "직권남용 부분도 법리의 적용문제일 수도 있지만, 공소장을 변경해서 국가의 피해를 초래한 것은 명백히 직권남용"이라면서 "이미 재정신청을 해 두었기 때문에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군검찰 관계자도 "수사관들의 개인통장으로 활동비를 지급했다가 수사관들도 모르게 다시 돈을 인출하는 순간 횡령죄는 성립되는 게 아니냐"면서 "그 돈을 빼서 공적으로 쓰던 사적으로 쓰던 그것은 형량에 참고할 사안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위자료'에 언급된 또다른 한 군간부의 비위사실이 적시된 1쪽 분량의 내용에는 군 검찰 수사관의 활동비를 계속해서 '횡령'해오다가 국회와 언론에서 문제되자 그동안 지급되지 않았던 돈 54만원을 봉급통장으로 보내준 사실과 김 법무관리관의 경우처럼 각종 여비와 출장비를 본인에게 지급하지 않고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공직기강조사팀은 이같은 정황을 감안, 보고서 말미에 "활동비 횡령 등은 육군 전체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불법 예산집행 사례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최근 군장성 수 명이 뇌물수수사건에 연루돼 대거 구속되는 등 군 고위층 인사들의 비리가 잇따라 적발됐다. 이를 두고 군검찰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군 법무조직의 수장조차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군내부 사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군에서 '면죄부' 받은 김창해 준장
공직기강 감찰 착수한 감사원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업무상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로 참여연대로부터 고발당한 김창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육군 준장)에 대해 지난 2월 21일 국방부 검찰단은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또 국방부 감사관실도 국선변호사비 횡령 등 4가지 혐의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장관 서면경고' 조치를 내렸다.

당시 국방부 황영수 대변인(육군 준장)은 군 검찰단 수사결과와 감사관실의 감사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통해 김 준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와 관련 "검찰수사비는 예산회계법령상 203목에 해당되는 총액성 경비로, 기관장의 재량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김 준장이 법무감 재직 당시 검찰수사비로 할당된 총 1억7300만원 중 약 9400만원은 지급했고, 나머지 약 7800만원은 검찰수사와 관련있는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면서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횡령죄 성립이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방부는 김 준장의 불법지시 등 직권남용으로 고발된 사항에 대해서도 "법무감으로서 정상적 업무수행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위법한 권력남용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김 준장의 ▲국선변호사비 횡령 ▲여비·출장비 횡령 ▲군의 정치 중립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 ▲운전병의 음주운전 사건 개입 등 4가지 사항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이 결과로 '장관 서면경고'라는 가벼운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 2월경부터 정기감사(일반 회계감사)를 통해 김 법무관리관의 개인횡령 비리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사했다. 감사원은 정기감사를 마친 뒤에도 김 법무관리관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가 계좌추적을 벌여왔다.

감사원이 오는 24일로 예정된 감사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에도 '시정권고'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 법무관리관이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조차 '무혐의'로 풀려난다면, 우리나라 사법조직(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군검찰로부터 조사받음)과 감사조직이 거의 총동원되다시피한 집중 포화 속에서도 건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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