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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전면 재검토 방침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27일 '집단 연가투쟁' 등 강력대응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같은 방침은 교총이 이전에 이미 주장했던 내용을 사실상 전면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교총은 지난해 9월 교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NEIS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고, 2달전인 지난 3월에도 같은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최근 교총의 급격한 태도 변화의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92.8% "(NEIS) 보완 후 실시"
94.9%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 우려"


▲ 27일 교육부를 항의방문한 시도 교총회장단이 교육부총리실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교육부총리 사퇴요구서를 보여주고 있다.
ⓒ 권박효원
지난해 9월 위와 같은 설문 결과를 발표한 것은 전교조가 아니었다. 최근 교육부가 NEIS의 전면 재검토를 천명한 뒤 '교육부총리 퇴임' '연가투쟁' 등을 선언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는 교총의 보도자료 내용 중 일부이다.

교총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당시 교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2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교원 10중 9명이 (2002년) 9월부터 도입키로 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도입시기를 늦추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중략)...응답자 거의 전부는 교원, 학생의 신상정보를 필요이상으로 상세 입력토록 해 인권 및 사생활 침해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지난해 9월4일, 보도자료 제목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연기해야')

당초 기대했던 방향보다는 시스템 도입에 따른 역기능으로 일선교사의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면 문제점이 해결될 때까지 그 시행시기를 늦추는 것이 순리임을 재차 강조한다"(지난해 9월13일, 보도자료 제목 '교육정보시스템 도입연기 당연')


그렇다면 당시 교총은 왜 NEIS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고, 지금에 와서 당초 주장을 전면 번복한 것일까.

정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을 준비하던 지난해 하반기만 하더라도 교총은 사생활 침해 우려, 잦은 에러 발생, 도입에 따른 교원 연수 및 전문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NEIS 조기 도입에 대해 반대했다.

교총의 이러한 주장은 올해 3월 구체적인 제안으로 나타난다. 교총은 3월 7일 보도자료에서 "교육부가 무리하게 (NEIS) 3월 시행을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라고 질책했다. 다음은 당시 교총이 낸 요구안이다.

1. 3월 전면시행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보완후 단계적으로 시행하라!
- NEIS 전면사용 강행 반대
-최소 1년간 학교별 NEIS 또는 기존 CS 선택 사용(강조- 편집자)
- 충분히 보완·개선하여 NEIS 사용

2. '교육정보화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운영하라(강조- 편집자)
- 교육부, 한국교총, 교원노조, 학부모단체 등이 공동참여하는 기구로 하되,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교무학사부문의 도입 여부, 도입시 보완사항 및 시행시기 등 논의


사실 교총의 이러한 요구안은 지난 26일 교육부가 발표한 최종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전교조는 'NEIS 중 5개 영역(이후 3개 영역으로 변경) 폐지'를 주장했을 뿐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당초 교총의 요구대로 NEIS 도입을 연기한 셈이다. 따라서 지난 26일 교육부의 결정과 관련 "전교조의 주장을 그대로 따랐다"는 교총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NEIS 보완후 시행"에서 "NEIS 시행"으로
"초지일관 NEIS, 시기따라 정책 바뀌는 것"


물론, 교총의 생각이 전교조와 동일했던 것은 아니다. 교총은 NEIS의 도입취지에 동의의 뜻을 나타내며, 교무학사 부문 폐기에는 부정적이었다. 또한 전교조가 NEIS의 인권침해요소를 집중 강조한데 반해, 교총은 잡무 증가, 연수 부족 등 다양한 근거를 나열했다.

▲ 교육부총리실을 방문한 이군현 교총회장(오른쪽)과 시도교총회장단이 교육부 관계자에게 "교육부총리가 직접 나와 사퇴요구서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권박효원
3월이 지나면서 교총 보도자료에서는 'NEIS 보완 후 시행'에서 'NEIS 시행' 쪽으로 방침을 선회한다.

5월 1일자 교총 성명은 "학교장에 대한 NEIS 입력거부 협조공문을 보내는 등 전교조의 계속적인 반대활동은 학사운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NEIS에 찬성한다는 뜻을 보였다. 교총은 NEIS 찬성 근거로 "체계적 교육, 예산낭비, 혼란에 따른 피해"등을 들었다.

이와관련 한재갑 교총 정책교섭국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교총은 초지일관 NEIS 보완시행을 원칙으로 삼았다. NEIS 자체를 반대한 바가 없다"면서도 "다만 상황에 따라서 방침이 조금씩 바뀌었고 이를 다른 자료에 반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교총이 강조한 "바뀐 상황"은 CS에서 NEIS로 자료이관 작업이 진행됐고,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를 거치면서 입력항목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한재갑 국장은 "정책은 시기에 따라서 가야 할 방향이 있다"며 "교육부는 (NEIS 도입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못했지만, 일단 도입된 뒤 CS로 복귀하면 NEIS를 인증한 학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바뀐' 이때만 해도 교총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신뢰감을 표시했다. 교총은 지난 5월1일 보도자료에서 "국가인권위는 NEIS 인권침해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라"고 촉구했고, 이어 9일 보도자료에서도 '교육부의 원칙준수'를 강조하며 "(교육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따른 인권침해 항목 삭제 등 보완시행을 결정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국가인권위원회가 12일 "NEIS 중 교무/학사, 보건, 입/진학 등 3개 영역 삭제"를 권고하자 교총은 다음날인 13일 성명을 내고 "과도한 권고결정"이라고 주장했다. 19일 기자회견에서는 "교육부총리는 국가인권위가 어떠한 결정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수용방침을 밝혔다"고 질책했다.

한재갑 국장은 "국가인권위의 권고안은 존중하지만, 일정 시스템을 쓰지 말라고 한 부분은 월권이며 내용상으로도 과도한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역이 아닌 각 구체적 항목을 들어 인권침해소지를 언급했다면, 교총도 각 항목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 국장은 "인권위가 (권고안에서) 부정한 부분(교무/학사, 보건, 입/진학)은 교총의 원칙인데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인권위 권고 이후 교원 6018명을 대상으로 자체조사한 설문조사도 입장변화의 또다른 근거. 이 조사에 따르면 교원의 50.6%가 인권위 권고를 잘못된 것이라고 응답했고, 43.1%는 잘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반면, CS 복귀업무를 담당하게 될 정보담당교사는 65.4%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정보담당교사 29.6%는 잘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국가사업, 투쟁으로 철회되면 신뢰없다"
"교총 연가투쟁은 교육부가 유도한 것"


22일 교총은 성명을 통해 교원단체 대표간 긴급회동, 교총-교원노조간 상설 정책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하며 '교육대타협'을 호소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정부가 마지막까지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태도였다.

그러나 교총은 지난 3월 요구했던 'NEIS 도입 연기'와 4일 전 요구한 '교육대타협'이 이루어진 26일 성명을 내고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했으며, 다음날인 27일 "윤 부총리가 5월 31일까지 퇴진하지 않으면 집단연가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이러한 투쟁방침은 그동안 연가투쟁을 '불법' '학습권 침해'라고 공격해온 교총의 태도와 상반된다. 교총은 1주일전에도 기자회견문에서 '강경투쟁'을 비판한 바 있다.

"국가의 중차대한 사업이 특정세력의 강경투쟁에 의해 일방적으로 철회되거나 변경된다면, 정부정책은 신뢰성을 잃게 되고, 향후 어떠한 정부정책도 국민들이나 교육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2003년 5월 19일 교총 기자회견문)

교총의 태도 변화와 관련, 이군현 교총 회장은 "질서를 지킨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 이것 뿐이냐"고 섭섭함을 나타내며 "교육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데 우리만 지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황석근 대변인 역시 "온건한 목소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교총의) 연가투쟁은 교육부가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업을 일방적으로 철회한 것은 교육부며, 교총은 이를 제자리로 돌리려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NEIS-CS 병행하자"... "이중 운영은 혼란야기"
[교총의 NEIS 관련 보도자료 변화 '일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연기해야>(2002. 9. 4)
"(교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거의 전부는 교원, 학생의 신상정보를 필요이상으로 상세입력토록 해 인권 및 사생활 침해를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연기 "당연">(2002. 9. 13)
"도입취지에는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I(중략)...일선교사의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면 문제점이 해결될 때까지 그 시행시기를 늦추는 것이 순리임을 재차 강조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보완 후 시행되어야 한다>(2003. 3. 7)
"최소한 1년간 학교단위에서 교육행정정보 시스템 또는 기존 CS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중략)...대책기구를 조속히 구성하여 교직사회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할 것을 촉구한다"

<'반미수업'과 'NEIS 시행'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한다>(2003. 5. 1)
"NEIS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유보 등 문제해결지연으로...(I중략)...학사운영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 NEIS에 대한 교육부의 분명한 원칙준수를 촉구한다>(2003. 5. 9)
"(교육부는)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를 구성하여 2차례 회의를 갖고...(중략)...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따른 인권침해 항목의 삭제 등 보완시행을 결정한 바 있다...(중략)...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위원회 참여를 거부 한 단체와 별도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위원회에서의 약속과 운영의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

<학교혼란없는 교육부 대책을 촉구한다!>(2003. 5. 13)
"(국가인권위 권고는) 학교현장에 미칠 수 있는 학사운영 차질, 시스템 이중 운영상의 혼란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과도한 권고결정" "CS와 NEIS를 이중으로 운영한다면 더 큰 정보관리의 혼란, 교원들의 과중한 부담, 과다예산의 소요 등 엄청난 혼란이 불보듯 뻔하다"

< NEIS 대혼란 사태에 대한 교총회장 기자회견문>(2003. 5. 19)
"특정 교원단체는 CS로의 회귀를 주장하며 물리력을 서슴없이 행사...(중략)...교육부총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어떠한 결정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수용방침을 밝혔을 뿐

국가 중차대한 사업이 특정세력의 강경투쟁에 의해 일방적으로 철회되거나 변경된다면 정부정책은 신뢰성을 잃게"

<교육대타협의 장을 열자>(2003. 5. 22)
"대통령께 교원단체 대표와의 긴급 회동을 제안합니다...(중략)...정부가 마지막까지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교육부총리 퇴진해야 한다>(2003. 5. 26)
"(NEIS 합의는) 특정단체 힘의 논리에 밀린 정치적 야합...(중략)...교육부총리의 퇴진을 촉구한다"

<전국규모 '교육부총리 퇴진 및 교육정상화' 범국민공동투쟁기구 구성(2003. 5. 27)
"교육부총리 퇴진을 위한 집단연가 투쟁과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전국 규모의 대규모 항의집회를 개최키로 했다" / 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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