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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에 참석한 신부와 사회단체 대표들이 미 고문단 정문 앞에서 항의의 뜻으로 성조기를 찢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천주교 신부들이 ‘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 거리로 나섰다.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대표 백남해 신부)는 27일 오후 2시 경남 진해 미 고문단 정문 앞에서 “미선이 효순이 살해 미군 무죄 선고 항의 기도회”를 열었다.

백 신부와 방창균 고현성당 주임신부, 이원태 여좌성당 신부, 정진국 거제성당 신부 등이 참석했으며, 김영만 희망연대 상임대표, 강창덕 경남민언련 대표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와 대학생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주교가 시국기도회 주례맡는 건 두번째
마산교구 안명옥 교구장, 12얼 2일 사파성당

80년대 지학순 주교 이후 처음으로 천주교 주교가 시국문제와 관련한 기도회 때 주례를 맡을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끈다.

천주교 마산교구 평화인권위원회(위원장 박창균, 거제성당 주임신부)는 12월 2일 오후 7시30분 창원 사파성당에서 “효순 미선양 살인 미군 무죄 선고 항의와 미군철수를 위한 시국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기도회 주례는 천주교 마산교구장으로 최근 취임한 안명옥(57) 주교가 맡고, 강론은 박창균 신부가 맡을 예정이다. 기도회 추죄측 관계자는 “80년대 지학순 주교 이후 주교가 시국기도회 주례를 맡기는 처음으로 안다”고 말했다. / 윤성효
이날 기도회는 기도와 강론, 분향과 헌화, 진혼무, 항의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백남해 신부는 행사 마지막에 항의의 뜻으로 삭발을 하기도 했으며, 참석자들은 미국 성조기를 갖고 나와 찢은 뒤 국화를 싸서 미 고문단 정문에 던지기도 했다. 행사는 “광야에서”, "아침이슬“, ”주한미군 철수가“ 등의 노래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돋구었다.

박창균 신부는 강론을 통해, “왜 우리가 이렇게 모여야 하고, 추운 날씨에 떨어야 하는가”라고 한 뒤,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자유를 빼앗긴 채 노예처럼 살기를 원하느냐”면서, “일제시대 ‘을사5적’이 있었듯이 ‘소파5적’이 어디엔가 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미국이 이라크 침공에 한국군의 파견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간도 쓸개도 다 빼주고 배부른 돼지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산교구 사제단은 미선, 효순양 사건 미군 무죄 판결과 관련해 항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항의문에서 “미군 재판권은 원천 무효이기에 한국 법정에 살인자를 세울 것”, “전쟁 미치광이 부시는 사과할 것”, “주한 미군은 즉각 철수할 것”, “대한민국 정부는 주권회복을 위해 적극 나설 것” 등을 주장했다.

희망연대 김영만 상임대표는 추도사를 낭송하기에 앞서, “몇 번이고 추도사를 쓰다가 부끄러워서 찢어버리기도 했다”면서, “미선이 효순이가 죽는 날 우리는 월드컵 16강에 들어가는 것에 기뻐 ‘대한민국’을 외쳤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라고 말했다.

김영만 상임대표는 추도사에서 “미군 법정은 인간의 법정이 아니고 짐승의 법정이었다”고 말했다.

“살인자들의 형제가 판사하고 살인자들의 친구가 검사하고, 살인자들의 동료들이 배심원하고, 살인자 공범들이 사기극을 벌이는 살인자들의 천국이었다.”

또 김영만 상임대표는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희대의 사기재판극이 미국 땅에서가 아니고 모두 이 땅에서 일어났다는 일이다. 그래 미선아 효순아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은 살인 미군들의 전쟁놀이와 미군사기재판을 중단시키고 살인자들을 우리 법정에 세우지 못한 정말 못나고 못난 대한민국의 어른들도 죄도 크구나”고 한탄했다.

이날 기도회를 마친 사제단은 항의문을 미군측에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이 막는 바람에 전달하지 못하고 말았다.

▲ 수녀를 비롯한 기도회에 참석참석자들이 두 영정 앞에 꽃을 바치며 헌화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백남해 신부가 삭발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항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미 고문단 정문 앞으로 가자 경찰이 가로 막아 충돌을 빚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 진해 미 고문단 정문 앞에서 기도회를 열고 있는 모습. 박창균 신부가 강론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기도회에 참석한 수녀들의 모습.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한국 정부 주권회복 위해 적극 나서라"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 항의문 전문

참담한 심정입니다.

오만에 싸인 미군들은 정의와 최소한의 양심 마저 저버리고, 탱크로 깔아 죽인 미선이와 효순이를 다시 한번 죽였습니다. 두 아이를 깔아 죽인 미군들이 아무런 형사상 책임이 없다면, 두 아이가 자살을 하기 위하여 탱크 속으로 뛰어들었단 말입니까. 아니면 두 아이를 지나가는 동네 개새끼로 여긴단 말입니까.

우리는 비겁하게도 수많은 미군 범죄들을 목격하면서도 침묵하였습니다. 안보의 논리와 민족 전쟁의 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54톤 탱크로 깔아뭉개어 살해하였고, 45000톤 아니 54만톤이 오만으로, 그 어린 아이와 우리 국민들을 깔아뭉개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깔아뭉개고, 짓밟아도 미군 범죄자들을 향한 우리의 분노와 진상규명 의지는 꺽이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자국민을 적으로 여기고 무력 폭력 진압하는 경찰들은 즉각 회개하여 국민 앞에 사과하여야 합니다. 저 미제국주의 악마의 나라 양키놈들이 다시는 이 땅에서 그림자조차 발 붙일 수 없도록 삭발하며 요구합니다.

- 미군사재판은 원천 무효다. 한국법정에 살인자를 세워라.
- 전쟁 미치광이 부시는 사과하라.
- 주한 미군은 즉각 철수하라
- 대한민국 정부는 주권회복을 위해 적극 나서라

"미 군사재판은 짐승의 법정"
김영만 희망연대 대표 추도사 전문

▲ 김영만 희망연대 대표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의 딸 미선아, 효순아. 살인마 미군들이 너희들을 두 번 죽이는 구나. 50톤이 넘는 장갑차로 너희들을 압사시킨 살인미군들이 아무 죄가 없단다. 잘못은 그 길을 걷고 있던 바로 너희들에게 있다는구나. 이건 인간들이 하는 짓이 아니다. 분명 저들은 인간이 아니고 짐승들이다.

그날 너희들이 친구 생일 선물 사러 가면서 재잘거리며 걷던 그 길은 너희들의 길이었다. 너희들이 억울하게 숨진 그 길은 매일같이 꿈과 희망을 담은 책가방을 매고 동무들과 함께 학교가는 길이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달려가던 길이었다.

너희들은 증오도 전쟁도 죽음도 아무것도 알지도 못한 채 왜 지금 왜 어떻게 죽었는지도 미쳐 깨달을 새도 없이 저 세상으로 가버렸지만, 너희들을 왜 어떻게 죽였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살인자들은 무죄란다.

살인자도 살인자의 가족들도 미군 사기 재판의 무죄판결에 얼싸안고 좋아죽겠단다. 미군 법정은 인간의 법정이 아니고 짐승의 법정이었다. 살인자들의 형제가 판사하고 살인자들의 친구가 검사하고, 살인자들의 동료들이 배심원하고, 살인자 공범들이 사기극을 벌이는 살인자들의 천국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희대의 사기재판극이 미국 땅에서가 아니고 모두 이 땅에서 일어났다는 일이다. 그래 미선아 효순아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은 살인 미군들의 전쟁놀이와 미군 사기재판을 중단시키고 살인자들을 우리 법정에 세우지 못한 정말 못나고 못난 대한민국의 어름들도 죄도 크구나.

너희들을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죽게 놔 둔 것은 바로 우리들이었다. 그러나 이젠 못난 우리들도 알게 되었다. 너희들이 이 못난 어른들에게 자주가 없이는 평화도 없고, 자주 없는 안정도, 자주 없는 민족도, 희망도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구나.

그래 이제 와서 미군 살인마를 붙잡고 소파개정은 무슨 얼어죽을 소파개정을 한단 말인가. 이젠 소파개정도 필요없다.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억울한 넋으로 구천을 헤매고 있을 미선아 효순아 우리는 너희들의 한도 반드시 풀어주마. 그래서 너희들은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지지 않는 평화의 꽃, 자주의 꽃으로 피어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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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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