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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예시민증과 메달을 보여주는 히딩크 감독.
ⓒ 권우성
“한국민, 서울시민이 된 것이 대단히 영광스럽다. 한국민이 보여준 관심과 성의에 감사드린다.”

거스 히딩크(56)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2일 '명예 한국인'이 된 데 이어 '명예 서울시민'이 됐다.

히딩크 감독은 3일 오후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과 행운의 열쇠, 기념메달을 전달받고 ‘공식적인’ 서울특별시민이 됐다. 이날 명예시민증 수여식에는 박항서 대표팀 코치를 비롯한 대표팀 스태프, 브리스 주한네덜란드 대사 등 70여 명의 내외인사가 참석했다.

이날 오후 4시 40분께 서울시청에 도착한 히딩크 감독은 그를 마중나온 화동의 손을 잡고 시청에 들어섰다. 그는 제일 먼저 서울시 방명록에 ‘Guss Hiddink’라고 사인한 후 시장 접견실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약 5분간의 담소를 나눈 뒤 수여식에 참석했다.

명예시민증 수여에 앞서 이명박 서울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어제 명예국적을 받게 됐는데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시민증을 받는 것”이라며 “천백만 서울 시민의 뜻을 모아 행운이 담긴 시민증을 주게 됐다”고 밝혔다.

▲ 3일 오후 서울시청에 도착한 히딩크 감독에게 한복을 입은 어린이가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 권우성

이어 시민증을 받은 히딩크 감독은 서울시에 전하는 답사에서 “사실상 나는 지난 1년 반동안 서울시민이었다”며 “오늘의 느낌은 어제 명예국적을 받은 감동과 다르지 않다”고 화답했다.

또 브리스 주한 네덜란드 대사도 축사를 통해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뿐 아니라 한국과 네덜란드의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대사 10명이 해도 못다 이룰 일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 해냈다”는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 히딩크 감독이 서울시청으로 들어서자 시청 직원들과 시민들이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 권우성
한편 이날 명예시민증 수여식에는 '명장' 히딩크 감독을 보기위해 200여명의 서울시민이 시청에 몰려들어 시청 앞부터 로비안쪽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히딩크 감독이 들어서자 시민들은 “아이 러브 유(I love you)”를 외치며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이에 히딩크 감독도 미소와 사인으로 답하며 시종일관 예의바른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시장 '집안잔치' 된 히딩크 수여식장
기자회견 밀치고 아들, 사위 불러 기념촬영

▲ 이명박 시장의 아들(왼쪽끝)과 사위(왼쪽 세번째)가 히딩크 감독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히딩크 감독의 명예서울시민증 수여식장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네덜란드 대사의 축사가 끝나자 사회자는 “질문이 있는 기자들은 질문을 하시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명박 서울시장이 “아, 잠깐만”이라고 말하며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사회자는 “사진촬영을 하겠다”라고 바로 말을 바꿨다. 물론 미리 발표된 식순에는 ‘기념촬영’ 순서가 있긴했다.

그러나 문제는 촬영 참여자였다. 이 시장은 히딩크 감독과 명예시민증을 들고 사진을 찍은 뒤 주한 네덜란드 대사 그리고 시청 직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한 장 더 찍었다.

촬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시장이 다시 객석 어딘가로 손짓을 하자 축구공을 들고 있던 붉은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20대 중반 남성과 양복차림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무대쪽으로 나갔다. 이들은 다름아닌 이 시장의 아들과 사위. 히딩크 감독과 촬영을 마친 이 시장의 사위는 “회사까지 빼먹고 왔다”며 내내 흐뭇해 했다.

결국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이 시장의 공적·사적인 사진촬영에 밀려 취소됐다. 이 일로 기자들의 빈축을 샀음은 당연한 일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있었다. 수여식에 앞서 히딩크 감독과 이시장, 주한 네덜란드 대사가 함께 한 공식접견에도 이 시장의 ‘대학생 아들’이 참관했다는 것이다. 물론 화제가 한국의 문화 등 다소 가벼운 내용이긴 했으나 엄연한 ‘공식접견’이었음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하루 전날 취임식에서 “서울시민에게 친근한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한 이 시장. 그 다짐이 “공사(公私) 구분을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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