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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닥쳐오는 경제한파에 쫓기며 새 천년의 첫 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3년 전 IMF 겨울을 보내던 시절의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함에 몸을 움추리던 그 쓰라린 기억, 파산의 겨울을 춥게 보내면서 다짐한 "쓰러질 수 없으니 쓰러지지 않으마"라는 각오를 새겨봅니다.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국산품 장려운동처럼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금모으기 행렬에 북새통을 이루던 은행과 자동차를 세워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바쁜 발걸음, 생활용품을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쓰던 〈아나바다 운동〉에서 고쳐쓰기까지 덧붙여〈아나바다고 운동〉으로 전환까지 한 자린고비 정신은 정말 아름답고 휼륭했습니다.

어느 민족보다 위기에 강한 백의민족의 저력을 보여준 세기말이었습니다. 시련은 사람과 역사를 강하게 단련시킨다고 했습니다. 반면에 어려운 시절을 망각하는 습성이 드러나면서 또 다시 경제난국을 맞아야 했습니다. 정말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경제난의 원흉을 꼽는다면 당연히 정치권이지요. 언론도 한 몫을 한 것은 예전과 같지요. 뿐이겠습니까, 이 땅의 부자들이 누린 경제난을 통한 재산 부풀리기는 원망을 넘어 분노까지 치미는데 또 다시 노동자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습니다.

이 땅 역사를 들추어보면 힘센 자들이 언제 한 번이라도 국난 앞에 제 몸을 희생한 적이 있었습니까? 그들을 단죄할 수만 있다면 반역사 청산과 함께 저 일몰의 바다에 수장했으면 원통이 없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합니다. 분을 품는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어서 우리를 봅니다. 경제한파에 떨고 있는 가난한 우리의 알몸을 들여다보니 권력에 할키우고 자본에 뜯긴 자국이 만신창이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이 상처의 고통과 흉터를...

지난 IMF의 슬픔은 경제난국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는 황폐함이었습니다. 파산된 이웃과 쫓겨난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던 것은 정말 부끄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때 그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면서 뼈에 사무친 교훈으로 삼았다면 함께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자립경제의 발판이 되었을 것입니다.

난리가 나면 흉흉해지는 민심과 인심, 하지만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을 감춰준 나무꾼처럼 불행에 쫓기는 이웃을 감춰주고 감싸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쫓아야 할 것은 횡재의 다른 이름인 행운이 아니라 함께 나눌 때 커지는 행복이어야 합니다.

저 촛불처럼 몸을 사르는 이웃들이 많아지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촛불처럼 어둠을 밝혀 가난의 늪에 빠진 형제를 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 촛불처럼 은은한 사랑의 벗들이 함께 길을 걷자고 손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촛불을 손에 손들고 추악한 권력과 탐욕의 자본을 불태웠으면 좋겠습니다.

저 촛불의 용서와 자비가 온 누리에 비춰져 어둠에 포로된 우리 마음이 환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잘가라, 허구의 새 천년이여, 새 천년의 한 해가 더해진들 속지 않으마. 속지 않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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