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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맞아 온가족이 모여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즐거워야 할 이 때 기업합병, 기업퇴출 등 계속되는 불안한 경제상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가족도 버려 둔 채 갈 곳이 없이 싸늘한 아스팔트 위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교회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학교를 중퇴한 김군(18세). 김군은 부산에서 현장일용직 아버지, 전업주부인 어머니와 형과 함께 살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어머니가 가출하고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하자 형과 함께 친척집에 맡겨졌다. 그러나 친척집의 눈총을 받은 형제는 독립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면서 서로의 소식이 끊기게 되었고 정서불안 증상과 함께 거리노숙 생활을 전전하게 됐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도 아니고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면서 남들과 같이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던 그는 결국 비참한 노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추운 겨울에도 신문을 이불 삼아 거리를 집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역, 영등포역, 가리봉역 등 역 주변과 거리. 살아가는 의미조차 찾아볼 수 없고 겨우겨우 하루 추위를 피해 거리를 헤매고 있는 노숙자들. 이들이 저녁이면 하루의 쉼을 얻기 위해 찾아드는 곳이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낡은 5층짜리 학교건물 3개동인 서울자유의집. 1998년 동절기 노숙자 동사방지를 위한 응급쉼터의 역할을 했던 이곳은 성공회대학교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노숙자들의 쉼터이다.

이곳에는 숙소, 도서관, 컴퓨터실, 기도실, 식당 등이 마련돼 있다. 또 다른 노숙자쉼터와는 달리 입, 퇴소가 자유롭고 숙식의 제공, 및 생필품, 목욕시설을 완비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입소상담 및 심층상담을 통해 이용자의 욕구 및 기능손상 정도를 파악하여 장기적인 서비스를 연계한다. 그래도 다른 노숙자들에 비해 이 곳에 있는 노숙자들은 따듯한 집과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처음 이곳은 300명을 예상으로 시작했으나 계속 증가해 보름만에 1300명이 되기도 했다. 12월 현재는 5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수치는 계절적 실업, 지방 경기의 침체로 인한 상경 노숙자 증가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숙식을 비롯한 정서적 불안과 건강문제 등 매일이 불안한 노숙자들은 언제, 누구라도 이 곳을 찾아와서 처음으로 편안한 휴식을 갖는다.

46살의 박씨. 그는 노숙자쉼터로 들어오기 전까지 부인과 자식이 있고 부모님을 모시는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그러나 재산을 주식에 투자, 실패하자 한순간에 빚쟁이로 몰렸고 가족을 버려둔 채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부인은 식당으로 일하러 나가고 아이들은 친척들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박씨는 서울역, 영등포역 등을 떠돌면서 노숙생활을 하던 중 노숙자 쉼터까지 오게 됐다.

자유의집에서 노숙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정해덕 팀장은 "IMF 때에는 경제불황을 이유로 실직당한 사람들이 주를 이뤘는데 현재는 고아, 저소득계층 등 경제적 기반이 거의 없는 계층들이 노숙자들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노숙자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새 삶을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나온 통계를 보면 실직·노숙자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 이곳에 들어오는 노숙자들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 정팀장은 "보다 책임성 있는 노숙자 연수원으로서 특성화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노숙자 문제는 장애인, 알콜중독자, 정신장애 등 모든 사마리아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서 "교회들이 자신들의 세 불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 데 배타적"이라고 하소연했다.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노숙자 문제는 일시적인 도움보다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임할 때만이 그들 스스로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나아가 자립할 수 있는 기술과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회와 신도들이 교회마다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의 개수만큼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돌린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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