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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갈밭에서 알을 품으려 하고 있는 흰목물떼새
자갈밭에서 알을 품으려 하고 있는 흰목물떼새 ⓒ 김병기
 
개굴개굴 개굴개굴
삑삑삑 삑삑삑
휘이익 휘이익


새벽 3시 반. 지난밤 일찍 잠자리에 든 덕분인지 일찍 눈이 떠졌다.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건 개구리 울음소리와 삑삑도요와 깝짝도요 그리고 흰목물떼세의 울음소리였다. 이들의 합창 때문에 일찍 눈이 떠진 것이 아닌가도 싶다.

농성장의 밤을 가득 채우는 소리와 좀비보 부활의 시간

가만히 누워서 이들의 합창 소리를 경청했다. 고요한 가운데 들려오는 이들의 노랫소리가 농성 텐트 속을 가득 채워온다. 이 밤이 외롭지 않은 이유고, 이 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지는 이유다.

그랬다. 금강의 밤은 이들의 시간이었다. 이들은 밤새 무슨 일을 하는 걸까? 특히 물새들이 무슨 일을 그리 열심히 하길래 이 밤의 고요를 깨우며 합창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들의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여명이 밝아오면 저 앞 자갈밭에 새로운 둥지가 만들어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날 아침 대전환경운동연합의 이경호 처장이 확인한 바 여러 개의 산란터가 새로 만들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밤 흰목물떼새가 새로 만든 둥지
지난밤 흰목물떼새가 새로 만든 둥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한참 산란기에 접어든 물떼새들이 산란터를 만드느라 저리 합창을 하면서 분주히 오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득해진다. 저 조그만 새들도 생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저렇게 분주히 삶을 이어가구나 생각하니 말이다. 그렇다. 이곳 금강변 자갈밭에도 생의 질서 즉 인다라망의 그물이 촘촘히 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흰목물떼새들이 산란터를 열심히 만들어 산란을 하고 포란을 준비하는 이때에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 또한 이곳 금강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이 지역 환경단체로부터 '좀비보'란 별명을 얻고 있는 세종보를 복구하는 공사를 열심히 벌이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가 좀비보를 일으켜 세워서 이곳의 물을 가두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5월말 담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종보에 물을 가두게 되면 지난밤 합창을 부르면서 만들어놓은 흰목물떼새를 비롯한 물새들의 산란터는 모조리 물에 잠겨 수장되고 만다.

생의 질서가 깨지게 되는 것이고 인다라망의 그물이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인다라망의 그물이 끊어진다는 것은 결국 거대한 삶의 질서 한쪽이 깨진다는 것으로 그 파국은 곧 우리 인간들에게 닥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낙동강에서 달려와 금강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유

낙동강에서 달려온 필자가 이곳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유가 바로 그 인다라망의 깨진 질서로 인해 낙동강 유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곳 금강과 달리 낙동강의 8개 보는 철저히 닫혀 있다.
  
 녹조의 강. 강 건너 저 멀리 보이는 흰색 건물이 대구시민 60%가 마시는 수돗물을 취수하는 매곡취수장이다.
녹조의 강. 강 건너 저 멀리 보이는 흰색 건물이 대구시민 60%가 마시는 수돗물을 취수하는 매곡취수장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로 인해 매년 초여름만 되면 창궐하는 것이 녹조다. 5월 벌써 녹조의 조짐은 시작됐다. 폭염이 다가오면 낙동강에선 마치 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듯한 걸쭉한 녹조 곤죽의 강이 펼쳐질 것이다. 짙은 녹색의 낙동강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 모습은 기괴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 녹색에는 독이 그득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이 창궐하는 낙동강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그 독은 에어로졸로 날려 공기중에서도 검출되고 있는 것이 낙동강 유역민이 목도하는 위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낙동강에서 1.6킬로미터나 떨어진 아파트 거실 공기중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고 있는 이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현실 앞에서 과연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참담해지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세종시 최민호 시장은 좀비보를 일으켜 세워 물을 가득 채운 채 "강물을 막아 비단강 프로젝트와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히고 있다. 익히 들어온 철 지난 이명박식 장밋빛 구상이 이곳 세종시에서 고스란히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최민호 시장에게 정말 묻고 싶다. 비단강 프로젝트를 하겠다며 비단강을 막아서 결국 세종시민에게 녹조 독으로 오염된 공기를 선사하려는 것인지를 말이다. 낙동강에서 이미 겪어본 이 실패한 역사를 이곳에서도 반복하려는 이 어리석음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가?
  
 농성장을 가득히 채우는 물새소리와 함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농성장을 가득히 채우는 물새소리와 함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다시 물떼새들이 합창을 하고 있다. 마치 우리의 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듯하다. 최민호 시장이 들어야 할 소리는 바로 이들의 소리여야 한다. 이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저 청아한 물떼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과연 저들의 삶의 질서를 수장시켜가면서까지 좀비보를 가동할 권한이 당신에게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고 싶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도 묻고 싶다. 과연 저 좀비보를 일으켜세워서 환경부가 보호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의 둥지를 수장시킬 권한이 과연 당신에게 있는지를 말이다.

물떼세들의 둥지는 수장시키고, 세종시민들에겐 녹조 독으로 오염된 공기를 선사하려는 좀비보 부활 프로젝트를 세종시장과 환경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실을 세종시민들과 우리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세종보 농성장으로 달려와야 하는 이유

그러니 세종시민들은 이곳 천막 농성장으로 달려와야 한다. 강과 생명의 질서를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전국의 많은 시민들도 달려와야 한다. 달려와 물떼새들의 합창소리를 들어야 하고, 이곳 활동가들에게 낙동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일단을 전해들어야 한다. 바로 당신들에게 곧 닥칠 일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도 물떼새들은 계속 합창을 하고 있다. 이 농성장의 밤을 밝히고 있는 이에게 들려주려는 듯이 더욱 힘차게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이곳은 바로 우리의 영토다. 우리가 이렇게 이곳에 이렇게 살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다급하고 간절한 이야기를 필자는 이렇게 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낙동강의 고장 대구서 온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금강#세종보#흰목물떼새#한화진장관#최민호세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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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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