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AI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강력한 일자리 위협을 받게 됐다. DALL·E 3로 필자가 직접 생성
 AI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강력한 일자리 위협을 받게 됐다. DALL·E 3로 필자가 직접 생성
ⓒ 김재경

관련사진보기

 
생성형AI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일자리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AI전문가 조코딩은 최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AI가 인간의 분야를 하나 하나 점령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관련 기사 : 인간 일자리 빼앗을 AI, 나쁜 녀석일까 https://omn.kr/28cf2),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1월 14일 '인공지능과 일의 미래'보고서에서 AI가 전세계적으로 사람 일자리의 40%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전문가와 기관은 구체적 수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죠.

사람의 기술 실업이 대규모로 일어날 것을 막기 위해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겠죠. 하지만 기본소득은 정책 특성상 추가적인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다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쟁점적인 제도로, 현실화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저는 AI로 인한 일자리 문제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으로 '주 4일제', 혹은 더 나아가면 빌 게이츠의 발언처럼 '주3일제'등 법정 노동 시간의 단축을 제안합니다.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닌, '일'을 더 해주는 도구

AI와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AI가 일을 많이 해준다 →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AI가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줄여주면 남은 일이 줄어들어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들고,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들면 기업에 필요한 인간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원래의 근로 환경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AI로 인해 해야 할 일이 줄어들었는데, 사람을 전부 그대로 고용하는 기업은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사람을 해고하는 것은 쉽지도, 그렇게 기분 좋은 일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회 전방위에서 해고가 이뤄진다면 노동자들의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기업 입장에서 근로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근로자들의 총 근로 시간을 낮추는 겁니다. 간단한 식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기업이 목표로 하는 일의 양이 400이라고 가정했을 때, 기존의 경우 아래와 같습니다. 
사람 10명 X 주5일 X 8만큼의 일 = 400 

여기에서 기업이 목표로 하는 일의 양이 400이고 AI가 80만큼의 일을 대신한다고 가정한 뒤 주5일제에 하는 일의 양이 그대로일 때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람 8명 X 주5일 X 8만큼의 일 = 320) + (AI가 하는 일 80) = 400

즉, 2명 만큼의 실업이 발생합니다. 위 상황에서 실업이 발생하지 않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①AI가 할 수 없는 일이 증가하여, 사람이 할 일이 늘어나면 됩니다. 위에서는 AI가 할 수 없는 일이 80 증가하면 되겠죠. 하지만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흐름을 볼 때 일반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②사람이 일하는 날짜나 시간을 줄입니다. 똑같이 식으로 나타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람 10명 X 주4일 X 8만큼의 일 = 320) + (AI가 하는 일 80) = 400 
또는

(사람 10명 X 주5일 X 6.4만큼의 일 = 320) + (AI가 하는 일 80) = 400

이렇게 하면 사람을 해고하지 않아도 됩니다. AI가 하는 일이 늘어난다면, 이에 맞추어 노동 일수를 주3일제로 줄이거나, 날마다 법정노동시간을 줄이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선 자발적으로 주4일제를 실행하는 것보다 AI를 써서 돈을 적게 쓰고 사람을 해고하는 게 더 이익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노동 시간 단축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근로 시간을 단축시키는건 어디까지나 기술실업을 '지연'시키는 것이지, 고용을 늘리는 방법은 아닙니다. 기술 발전에 따른 고용 증가를 위한 정책은 따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위 내용엔 AI의 도입 비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즉, 기업이 AI를 도입함에 따라 드는 비용을 충당하려면 사람의 월급을 깎거나 근로 시간을 단축하더라도, 인력 감축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근로 시간 단축이 기업 입장에서 고용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기술 발전과 주4일제에 대한 논의
 
기술 발전으로 주4일제를 시행하는 모습. DALL·E 3로 필자가 직접 생성
 기술 발전으로 주4일제를 시행하는 모습. DALL·E 3로 필자가 직접 생성
ⓒ 김재경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주4일제를 비롯하여 노동 시간 단축은 만능일까요?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관련하여, 기존에 기술 발전과 노동 시간에 대해 다룬 연구들을 살펴봤습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보고서에 소개된 이규철의 연구에 따르면, 1993년 독일에선 생산성은 높이고 그에 따른 비용은 줄이는 산업합리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난 이 현상으로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은 노동자 감축을 추진했지만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노동자들과 협상을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주4일제를 시행하여 고용은 유지되었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소득 감소를 추진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임지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프랑스에서도 주4일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1998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노동시간을 주35시간으로 축소하였고, 이는 임금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보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에 맞춰 불완전 고용조건을 확대 적용하였고, 정부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눈감아주며 결과적으로 불완전고용률 증가와 실업률 증가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실패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노동 사회의 대안으로 프랑스에서는 주4일제 도입을 재논의하고 있는 것이죠.

이외에도, 주4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 김은별 연구자와 이승윤 교수의 논문에서는 주4일제의 도입 배경 중 하나로 '실업 및 저성장 문제 해결'을 꼽았습니다. 대량 실업을 구조적으로 막음과 동시에,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교육받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주4일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같은 연구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연구한 결과, 주4일제가 기업의 생산성을 낮출 가능성은 적으면서도 노동자의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한다고 밝히며 주4일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주4일제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충분한 논의 없이 주4일제를 도입하면 불완전고용 증가, 임금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주4.5일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나,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면 주4일제를 도입할 수 있게 하여 기업에 따라 선택적 유연근로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 다양한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주4일제 도입의 한계와 단점을 지적하기보다 어떤 방식으로 AI발전으로 인한 실업 증가를 막을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는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많은 편의를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발전을 함께 겪으며 자란 세대로서 덕분에 공부도 더 편하게 하고, 지도도 더 편하게 보고, 게임도 더 재밌게 하고, 최근 AI로 정말 많은 업무시간 단축까지 이뤘거든요. 이왕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우리가 일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면, 다같이 일은 덜 하고, 더 많이 쉬면서 돈도 벌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4일제와 같은 사회제도에 대한 논의가 더 많이, 더 빠르게 이루어져 사람이 AI 발전의 장점은 누리고 단점은 최소화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 이후 얼룩소, 캠페인즈에 업로드됩니다.


태그:#AI, #실업, #기술실업, #주4일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술과 사회에 관심이 많은 프리랜서입니다.인공지능, 정치과정, 국제정치, 사회 시사 이슈 등을 다룹니다. [정치, 껌이지]라는 제목의 전자책 작가입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전공 후 LAB2050의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금은 사회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룩소와 캠페인즈에서 꾸준히 활동중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