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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 회복을 위한 11차례의 교사 집회가 열리면서 교육 3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초등교사 20만여 명 중 14만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인디스쿨'은 교사의 열망이 분출되고, 집회를 기획하는 '아고라'였다. '인디스쿨'은 광장의 외침이 메아리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대 엄문영 교수(교육학) 연구팀과 함께,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를 조망하는 보고서를 기획했다.

지난 9월부터 6개월이 넘게 진행된 연구는 '초등교사 교권 침해 유형 및 해결방안 탐색:학부모 민원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곧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교육언론[창]은 단독 입수한 '인디스쿨-서울대 연구팀' 보고서를 ▲교권 침해와 학부모에 대한 교사 인식 ▲학부모 민원 유형과 특색 ▲교사들이 바라는 교권 회복 방안 등으로 나눠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기자말]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교권침해의 구조 © 인디스쿨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교권침해의 구조 © 인디스쿨
ⓒ 교육언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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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학부모의 교육적 의사 개진, 즉 이성적인 학부모 민원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데 반해 비이성적인 학부모의 민원은 교사와 학교의 '무조건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디스쿨-서울대 연구팀 연구보고서는 "악성 민원은 극소수의 학부모에 의해 제기된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나, 교사와 학교의 개입을 통한 해결이 어려운 민원의 성격 탓에 해를 거듭해도 방치돼 그 영향력이 누적되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엄문영(교육학)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3년 11월 29일부터 12월 15일까지 20명의 초등교사와 일대일 심층면담을 통해 '정당한 교육활동'과 '침해 민원'의 맥락을 사례화하며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교권 침해 현상을 규명했다. 심층 면담에 참여한 교사는 여자 교사 17명, 남자 교사 3명이었다. 평균 교직 경력 12년, 평균 나이는 37.4세였다.

지도를 불신하는 경우 등 악성 민원 네 가지 유형

악성 민원은 ▲지도를 불신하는 경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 ▲교사를 무력하게 하는 경우 등 네 가지 유형으로 수렴됐다.

'지도를 불신하는 경우'는 교사의 교육적 지도를 수용하지 않고 '왜 선생님만 그러느냐' '왜 우리 애만 미워하느냐'는 부류의 민원 사례가 이에 속한다. 교사의 학업 지도가 행해진 맥락보다는 자녀의 기분, 사기, 동기 등의 정서적 영역을 우선 고려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한 어머니가 저한테 문자를 보내신 거예요. '숙제를 내줄 거면 애들한테 수학책을 가져가라고 말을 하고 내줘야지 말도 안 하고 선생님이 그냥 숙제만 내주면 어쩌라는 거냐. 왜 맨날 숙제를 이 따위로 내주냐' 이렇게 보내셨어요."(27년 차 A교사)

이때 교사는 "교사의 교육할 권리, 전문가로서의 권위에 대해 침해를 느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알람 시계.
 알람 시계.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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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는 학부모에 의한 민원 유형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이때 교사는 관리자에 의해 요청을 무조건 수용할 것을 지시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교사는 이와 같은 민원에서 학부모가 가정의 지도 영역을 교사에게 미룬다고 생각했다. 가정에서 기본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영역도 학교 교육, 즉 교사가 관리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것.

"한 학부모가 저한테 '아이가 지각하니까 지각을 안 하게 해달라'라고 하셔서 제가 너무 당황해서, '가정에서 기본적으로 케어가 돼야 하는 등교나 아침에 기상하는 그런 문제는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 있잖아요'..."(2년 차 C교사)

가정의 지도 영역까지 교사에게 미룬다

교사들은 이 경우 관리자로부터 ▲학부모 민원에 먼저 죄송하다고 하라 ▲더 노력해서 다 받아줘라 ▲알아서 책임지고 해결하라 등의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으며,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교사는 스트레스를 받고 고립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봤다.

'인신공격하는 경우'는 폭언, 폭행, 비방 그리고 모욕 등의 언행으로 표시되며 이 경우 교사는 "인간으로서 기본권과 전문가로서의 권위의 훼손을 인지하며, 이외에도 교사의 교육할 권리 등에서도 복합적인 침해를 경험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인신공격성의 민원은 대개 맥락 없는 위협과 욕설 외에도 교사의 자질을 탓하는 행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교직에 대한 열정이 줄어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생님 때문에 우리 애가 삐뚤어지는 거다' 하면서 쏟아붓더라고요. 사람이 그런 말을 1년 내내 들으니까 제가 진짜 자질이 없는 사람같이 느껴지잖아요. 너무 혼란스러워 그만두고 싶더라고요..." (14년 차 B교사)

앞의 유형들이 교권을 침해하는 민원의 내용에서 비롯됐다면 '교사를 무력하게 하는 경우'는 민원의 처리 과정과 결과에서 비롯되는 유형이다.

이를 경험한 교사는 ▲무력감 ▲공황 ▲놔버리고 싶은 느낌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보고서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은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교사의 개입이 이뤄져야 하는데 학생 행동을 교정하려는 시도가 얼마든지 학부모에 의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수 없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이라는 기관이 그냥 이렇게 학교의 원칙에 따르지 않고 출석 일수가 인정이 안 되는 학생도 출석시켜줘라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의무교육관리위원회 선생님들이 다 반대를 했어요. 이 학생의 학적을 다시 회복시켜주는 것에 대해 교장이 혼자서 독단적으로 유예를 풀어준 거예요" (20년 차 R교사)

보고서는 "'교사를 무력하게 하는 경우'는 교사의 전문가로서의 권위와 교육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점에서 '지도를 불신하는 경우'와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지도를 불신하는 경우'는 학생을 지도하는 자격과 자질을 의심하는 유형이었다면, '교사를 무력하게 하는 경우'는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활동에 협조하지 않고 무시할 것임을 선언하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악성 민원 용인하는 사회, 문화적 배경에 무력감과 공포 느껴

심층 면담에 참여한 교사들은 본인이 경험한 교권 침해 사례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학부모의 말을 ▲문제적 교사 ▲논점 흐리기 ▲과도한 요구 등 세 가지로 인식했으며, 학부모의 속마음은 ▲교육전문성 불신 ▲자녀의 성장통 거부 ▲아전인수 ▲비상식(악성민원)의 네 가지 유형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현대 사회의 학교가 복잡한 영향력을 받는 기관임을 인지하는 교사들은 일부 개인의 무례함을 넘어 교권 침해성 민원의 제기를 용인하고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무력화된 학교, 무사 안일주의, 교육의 서비스화 등 교육 불신이 확대되면서 교사들은 보다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사회·문화적인 배경에 대해 큰 무력감과 공포까지도 느낀다"고 진단했다.

[관련 기사]
[보고서①] 몸과 마음 지치고, 좌절감까지... 초등교사들의 현실 https://omn.kr/28djx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태그:#악성민원, #교원회복, #인디스쿨, #교육언론창 윤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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