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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을 광주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하고 떠난 국순군(60) 회원
 전 재산을 광주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하고 떠난 국순군(60) 회원
ⓒ 광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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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운동에 앞장 서온 광주 환경단체 활동가가 전 재산을 광주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났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국순군 회원이 암 투병 끝에 60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어갔다고 12일 전했다.

독신이었던 고인은 암 진단 직후인 지난해 7월 자신이 회원으로 활동하던 광주환경연합에 전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누나 2명도 동생 국씨의 기부 의사를 존중했고, 생전에 변호사를 선임해 기부 의사를 담은 공증서까지 작성했다. 고인 명의로 된 재산은 광주 동구 소태동 주택과 임야 등 2억5000만 원 상당이라고 한다.

고인은 조선대학교부속고등학교와 전남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선천적으로 거동이 다소 불편했던 탓인지 고정된 직업은 갖지 않았으나, 해박한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프리랜서 강사 등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광주환경운동연합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 10월. "인간의 삶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데 책임을 느낀다"는 가입 동기를 밝히며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물리학 전공' 독신... "인간의 자연 파괴에 책임감 느낀다"

물리학 전공자인 그는 탈핵 운동, 핵발전소 및 고준위 핵폐기물 위험성에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광주환경운동연합을 매개로 핵발전소 위험성을 시민에게 알리는 데 지속적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광주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전남 영광 한빛핵발전소(한빛원전) 안전성 문제에 많은 정성을 쏟았고, 한빛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한 활동, 에너지전환에 관심을 가졌다.
 
2018년 원자력발전소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규탄 시위에 나설 당시의 국순군씨(왼쪽 여섯 번째).
 2018년 원자력발전소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규탄 시위에 나설 당시의 국순군씨(왼쪽 여섯 번째).
ⓒ 광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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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원전에서 크고작은 사고와 고장이 발생하거나 규제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 때면 시민단체와 함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찾아 규탄 시위를 벌였다. 

녹색당 탈핵위원장,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운영위원으로서 원전 자체의 위험성과 함께 고준위(고농도) 핵폐기물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교육자료 제작 등에 손을 보탰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핵발전소 안전에 관심 쏟아

고인이 경각심을 보인 고준위 핵폐기물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도 불리는 데, 학계에서는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고준위 핵폐기물은 약 10만년간 독성을 뿜기 때문에 인류와 영구히 격리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고인께서 지난해 7월 전화로 기부 의사를 밝혀온 뒤 변호사를 선임해 기부 의사를 담은 공증서까지 작성하셨다. 누님 두 분도 고인의 뜻을 존중하며 저희와 함께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고인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기부금은 생태전환사회를 만드는 환경운동에 소중한 유산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운명한 고인은 오는 13일 발인 후 광주 영락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환경과 생태적 전환사회를 위해 실천적 삶을 살아온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소박하게 장례를 치른다고 덧붙였다.

다만 광주환경운동연합은 고인의 뜻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기증자를 추모하는 옳은 방식이라고 판단,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12일 오후 7시 30분 광주기독병원 장례식장에서 추모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1989년 창립됐다.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으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철도 폐선부지 푸른길 공원 제안과 조성, 도시 숲 및 공원 지키기, 탈핵·에너지전환,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생명권 지키기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상근 활동가 3명을 두고 있으며 약 1200명이 내는 후원금으로 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태그:#국순군, #광주환경운동연합, #탈핵, #한빛원전,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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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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