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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맞는 개기 일식으로 한 달 전부터 미국이 떠들썩했다. 우리가 사는 뉴욕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북부 뉴욕주에서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 일식이, 남쪽 뉴욕시 주변에서는 90% 정도가 가려지는 부분 개기 일식을 관찰할 수 있었다.

주요 언론 매체는 물론, 고속도로 전광판까지 4월 8일(현지)에 개기 일식이 있다고 내내 알려줄 정도였다. 

공립 도서관에서 무료로 개기 일식 관찰을 위한 일회용 안경을 나눠줘서 만드는 수고를 덜었다. 우리 교육구 도서관의 경우 주민증이나 도서관 카드로 1인당 2개씩 받을 수 있었다. 

혹시 자녀 연령이 어떻게 되냐고 도서관 사서 할머니가 묻는다. 집에 어린 아동이 있다면, 빈 시리얼 박스 가운데쯤 구멍을 내고 안경을 부착하라는 꿀팁을 준다. 박스를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 형태로 만들라는 뜻이다. 
 
한달전부터 개기일식에 대한 이야기와 준비로 시끌거렸다. 마침 도서관에서 관찰용 안안경을 무료 배포해, 준비하는 수고를 덜었다. 스쿨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부모에게 받아든 안경으로 일식을 관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동네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 도서관에서 나누어 준 일식 관찰용 안경 한달전부터 개기일식에 대한 이야기와 준비로 시끌거렸다. 마침 도서관에서 관찰용 안안경을 무료 배포해, 준비하는 수고를 덜었다. 스쿨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부모에게 받아든 안경으로 일식을 관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동네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 장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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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분은, 내게 이 안경이 흘러내리거나 자칫 안경밖으로 눈이 노출될 위험을 줄여보라고 친절히 일러준다. 초·중·고 학교에서도 일식이 있는 당일 아침 학생들은 등교하면서 안경을 받았다. 

내가 사는 뉴욕시 인근은 2시 4분쯤 일식이 시작되어 3시 20분쯤에는 절정을 이뤘다. 고등학생은 일찍 집으로 돌아오지만, 초등학교 어린 학생들은 3시가 지나야 하교를 한다. 초등학생들이 스쿨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안경을 찾고, 부모들과 함께 해를 관찰하는 모습이 동네 곳곳에서 보였다. 

마침 클럽 활동 시간이 오후 늦게 잡혀, 우리 집 고등학생 둘도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둘 다 짧게 지나갔던 2017년의 개기 일식 기억이 생생하단다.

그때는 어려서 핸드폰이 없었다. 이번에는 각자의 폰으로 사진을 찍어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해 ISO(감도)니 스피드니 하는 평소 잘 쓰지 않던 사진 기능을 배워두었고, 렌즈를 가릴 필름도 따로 준비해 폰에 부착했다.

일식과 월식으로 노래 만들었던 첫째 

그러고 보니 첫째가 처음 학교에서 상을 탔던 것도 개기 일식과 관련이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개기 일식과 월식이라는 단어를 배우고 신기했는지 라임을 맞춰 흥얼거리다가 짧은 노래가 만들어졌었다. '해와 달과 지구의 숨바꼭질'이라는 제목도 달았다. 카운티(군)에서 우수상을 받고 주 대회까지 진출한 재미난 추억이다. 

미국도 대선이 코앞이지만, 한국도 총선 기간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었다. 민주주의가 되어서 다행이지, 옛날 같으면 왕이나 권력에 문제가 있어서 태양이 일그러지고 하늘이 어두워진 거라고, 집권자들이 쫓겨날 일이라며 다같이 한바탕 웃었다. 게다가 며칠 전엔 지진까지 있었으니. 
 
뉴욕시 주변에서는 90%정도가 가려지는 부분 개기일식을 관찰 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담아본 개기일식이다.
▲ 시간별 개기 일식 포착 뉴욕시 주변에서는 90%정도가 가려지는 부분 개기일식을 관찰 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담아본 개기일식이다.
ⓒ 장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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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 일식이 시작되고 10분마다 사진을 찍어보았다. 주말에 만들어 둔 관찰 상자로 해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확인을 해가면서. 우리 동네는 구름이 가끔 지나가며 해를 가렸다. 개기월식 절정의 순간은 4분 정도로 짧았기 때문에, 처음엔 구름이 원망스러웠는데 의외의 결과물이 나왔다.

두꺼운 구름이 커튼 역할을 해주며 태양의 실루엣을 보여준 것이다. 내 생각만큼 촬영이 잘 되진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비교해 보며 '우주적인 추억'을 남겼다. 

한국 가족 그리워하는 아이들 
 
바람이 불지 않아 오래 해를 가리고 있을 줄 알았던 구름이 의외의 사진을 남기게 해주었다. 다행히 구름이 곧 지나가고 부분 일식을 잘 관찰할 수 있었다.
▲ 구름덕에 보게된 태양의 실루엣 바람이 불지 않아 오래 해를 가리고 있을 줄 알았던 구름이 의외의 사진을 남기게 해주었다. 다행히 구름이 곧 지나가고 부분 일식을 잘 관찰할 수 있었다.
ⓒ 장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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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다음 일식은 2044년이래. 그럼, 다음번엔 3대가 함께하는 개기 일식이 되겠다, 그치?" 

막내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옆집은 3대가 함께 살고, 앞집은 주중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린 손주들을 봐주러 오신다. 그러고 보니 다들 마당에 야외 의자를 내놓고 함께 '해바라기' 하듯 앉아 있다. 

일가친척이 모두 한국에 있는 우리 아이들은 그런 모습을 언제나 부러워한다. 하늘 마당을 보라고 했더니 막내는 옆집 마당이 눈에 들어왔나 보다. 까짓 일흔 나이에 일식이 안 보이면 어떠랴. 3대가 마당에 함께 앉아 있는 그림만이라도 만들어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되겠지. 

흔들렸던 땅도 다시 굳건해졌고, 잠시 힘을 잃었던 태양도 기운을 차렸다. 우리에겐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지나갔지만, 회복이 어려운 자연재해로 힘겨운 지구촌 이웃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아참 얘들아! 안경들 이리 다오. 도서관 사서 할머니가, 안경 쓰고 나면 꼭 도네이션(기부) 해달라고 부탁하셨어. 오는 8월엔 남미에서 일식이 있다는데, 남미 아이들에게 보내달라고. 지구 환경도 살리고, 지구촌 이웃들과 나눔도 하고 참 좋지?
 
뉴욕주의 남쪽인 뉴욕시 주변에서는 90%정도 가려진 부분 개기 일식이 진행되었다.
▲ 90% 정도 진행된 뉴욕시 주변의 개기일식 뉴욕주의 남쪽인 뉴욕시 주변에서는 90%정도 가려진 부분 개기 일식이 진행되었다.
ⓒ 장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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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뉴욕, #개기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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