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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인터불고에서 바라본 팔현습지 전경
 호텔 인터불고에서 바라본 팔현습지 전경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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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금호강 팔현습지를 구석구석 돌아보았습니다. 그동안 참 많이도 팔현습지를 드나들었지만 이 계절은 팔현습지를 또다르게 보여주면서 더 풍성한 그림을 선사해줍니다. 아마도 이 무렵 팔현습지가 가장 아름답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각종 버드나무들이 연초록빛을 일제히 뿜어올리는 이 무렵 팔현습지의 모습은 정말 풍성하고 예쁩니다. 이 같은 풍경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잎이 완전히 초록으로 바뀌면서 녹음을 완성하게 됩니다.

신록의 계절 5월로 접어들기 전인 4월 초중순, 지금이야말로 금호강을 온전히 만끽하기 가장 좋은 시절이란 소리입니다.
 
팔현습지 버드나무들이 일제히 연초록을 뿜어올리고 있다. 극강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팔현습지
 팔현습지 버드나무들이 일제히 연초록을 뿜어올리고 있다. 극강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팔현습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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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 자연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팔현습지 하천숲

연초록빛 금호강 팔현습지를 구석구석 안내해 봅니다. 우선은 대구 동구 방촌동 쪽에서 팔현습지로 가려면 강촌햇살교라는 다리를 건너야 하고 그 다리를 건너서 바로 오른쪽으로 틀면 팔현생태공원이라는 정원이 나타납니다. 그 오른쪽으로 하천숲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팔현습지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중요한 공간 중 하나입니다.

자연형 호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으로 인공의 덧칠이 전혀 없는, 지난 수억 년 동안 형성된 하천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곳입니다. 필자가 유년시절 봤던 금호강의 '오리지널'을 다시 만난 곳이기도 합니다.

이 짧은 구간을 걸어보면 하천숲이 왜 이렇게 풍성한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지 알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자라난 왕버들과 능수버들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엔 태풍 등의 큰 물결에 의해서 떠밀려온 덤불이 그대로 쌓여 있고 그 뒤로 벚꽃과 유채꽃 같은 봄꽃들이 만개해 독특한 그림을 선사해 줍니다.
 
극강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팔현습지의 봄
 극강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팔현습지의 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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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강 팔현습지의 봄 .... 극강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팔현습지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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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린 비로 강물이 불어나 그간 쌓여 있던 부유물들을 일제히 밀어가버려 금호강이 그리 깨끗할 수가 없습니다. 깨끗한 강물 속에서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고 있습니다. "강에도 이런 조개가 산다고요?"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입니다. 민물조개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금호강의 건강한 생명력을 증명합니다. 

하천숲을 천천히 걸어나오는데 마치 천국의 모습을 감상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의 아름다움입니다. 강이 선사하는 극강의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팔현습지의 수호신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

하천숲을 벗어나면 새로운 명소가 또 하나 나타납니다. 바로 팔현습지의 깃대종이자 이곳의 수호신이 돼버린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부부가 사는 하식애가 떡 하니 나타납니다. 이 하식애(河蝕崖, 물이 깎은 절벽 지형)에 수리부엉이 부부가 지난 수십 년간 이곳에 둥지를 터 살아오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곳은 그들의 은신처이자 집인 것입니다.
 
간판 너머 하삭애에 수리부엉이 부부가 둥지를 틀었다
 간판 너머 하삭애에 수리부엉이 부부가 둥지를 틀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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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의 깃대종이자 수호신 수리부엉이 수컷 팔이
 팔현습지의 깃대종이자 수호신 수리부엉이 수컷 팔이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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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환경운동연합과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이 함께 내건 입간판 뒤로 수리부엉이 수컷 '팔이'가 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망원경을 꺼내 조금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부처손이란 식물군락에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옵니다. "어떻게 저렇게 큰 새가 이렇게 도심 가까이 살 수 있지, 수리부엉이가 산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요."

이렇게 수리부엉이를 알현하고 나면 하식애를 따라 초지가 드넓게 나타납니다. 초지는 길게 이어져 다음 명소인 팔현습지의 또다른 명물인 왕버들숲으로 안내합니다. 수령이 최소 150년 이상이 되는 왕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팔현습지 최강의 아름다움 왕버들숲
 
팔현습지 왕버들군락지의 왕버들이 일제히 초록을 뿜어올리고 있다.
 팔현습지 왕버들군락지의 왕버들이 일제히 초록을 뿜어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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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왕버들. 일제히 초록을 뿜어올리고 있다.
 팔현습지 왕버들. 일제히 초록을 뿜어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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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초록으로 물들인 왕버들숲은 그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왕버들 군락지는 하식애 절벽 바로 앞에 형성돼 있고 절벽에도 다양한 식물사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절벽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사는 부처손과 애기석위와 산부추들이 저절로 자라나 아름다운 군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자연미를 흠뻑 발산하는 팔현습지의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왕버들 군락지를 돌아나오면 이번에는 잘 조성된 유채꽃밭을 만나게 됩니다. 유채꽃밭의 인공미와 하천숲 자연미가 나란히 들어서 있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곳입니다.

이렇게 다시 강촌햇살교를 만나게 됩니다. 이제껏 강촌햇살교를 넘어와 오른쪽 팔현습지를 둘러봤다면 이제는 왼쪽의 팔현습지를 모니터링 해보는 시간입니다. 오른쪽 하천숲과는 비교가 안되는 넓은 면적의 하천숲과 습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요. 원시 자연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 팔현습지의 핵심 같은 곳입니다. 
 
풍성한 초록을 선사하는 팔현습지의 왼쪽 하천숲의 모습
 풍성한 초록을 선사하는 팔현습지의 왼쪽 하천숲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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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화장실. 너구리 배설물이 한 가득 쌓였다.
 너구리 화장실. 너구리 배설물이 한 가득 쌓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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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정말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자리 잡아 살고 있습니다. 너구리, 삵, 고라니는 상당한 개체가 이곳에 자리 잡아 살고 있다는 것이 그 배설물들로 확인됩니다. 길을 헤치고 가다 보면 여기저기서 화들짝 고라니가 튀어나오는데, 그 모습에 우리가 놀라게 됩니다.

이 구간은 팔현습지의 핵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습지를 만나게 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습지에 버드나무들이 너무 우거져 혼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꼭 조를 맞춰 들어가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보도교 '삽질' 중단을 희망하며

저 멀리 제방엔 포크레인이 들어와 열심히 '삽질'을 해대고 있습니다. 바로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 현장으로 기존 제방을 수퍼제방으로 만드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이 끝이 나면 아마도 바로 문제의 보도교 삽질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8미터 높이의 1.5킬로미터에 이르는 보도교가 하식애 절벽 앞으로 길게 이어져 버리면 이곳의 생태계는 교란이 일어나 일대 혼란을 겪게 됩니다. 바로 산과 강을 가르는 새로운 길이 나면서 산과 강의 연결된 생태계는 단절이라는 일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 봅니다. 
 
저 산을 따라 8미터 높이의 보도교 삽질 공사가 예정돼 있다.
 저 산을 따라 8미터 높이의 보도교 삽질 공사가 예정돼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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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인공의 삽질이 절대로 불가한 이유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금호강 팔현습지는 야생동물의 집이다. 팔현습지 삽질을 즉각 멈춰라!" 이구동성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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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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