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창대했으나 마무리가 아쉬운 게임이었다. 전반에만 2골을 넣은 기세라면 지난 금요일 3-0 완승을 뛰어넘는 골잔치를 기대해도 좋았다. 하지만 후반 골대 불운도 모자라 상대 골키퍼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에 우리 선수들은 더이상 웃지 못했다. 당장 코앞에 닥친 메이저 대회는 없지만 골 결정력이 모자라는 고질병은 오래된 숙제 그대로였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8일(월) 오후 7시 이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필리핀과의 두 번째 평가전에서 2-1로 이겼다.

1골 1도움 최유리, 추가골 아쉽다

우리 선수들은 킥 오프 직후 놀라운 벼락골을 터뜨리며 사흘만에 다시 만난 필리핀을 상대로 또 하나의 완승 자신감을 보여줬다. 최유리가 오른쪽 공간을 시원하게 열어내고는 빠른 컷 백 크로스로 추효주의 오른발 인사이드 골을 도운 것이다. 27초만에 골 라인을 통과했으니 모두가 놀랄만한 순간이었다.

이 27초 벼락골 기록은 여자축구 A매치 최단 시간 신기록으로 찍혀나왔다. 21년 전 여자 아시안컵 홍콩을 상대로 성현아 선수가 넣은 38초 기록을 11초 앞당긴 것이다. 

뜻 깊은 기록을 세운 우리 선수들은 33분에 멋진 추가골까지 넣었다. 오른쪽 윙백으로 나온 강채림이 빠른 돌파 실력을 자랑하며 낮게 깔리는 얼리 크로스를 보낸 타이밍을 읽고 마중나간 최유리의 감각적인 오른발 슛이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1골 1도움을 기록한 최유리는 3분 뒤에도 골이나 다름없는 몸놀림을 자랑했다. 에이스 지소연의 기막힌 공간 패스를 받은 강채림이 이번에도 최유리를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우리 팀 선수들 중 몸이 가장 가벼워보이는 최유리가 점프 발리슛으로 골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던 필리핀 수비수 안젤라 비어드의 등에 막히고 말았다.

최유리는 후반 시작 후 4분만에 이금민의 공간 패스를 받아 오른발 로빙 슛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크로스바를 때리는 불운을 겪었다. 쐐기골을 노린 우리 선수들은 62분에 코너킥 세트피스 기회를 잡아 주장 김혜리의 왼발 발리슛과 센터백 고유나의 헤더 슛을 연거푸 시도했지만 필리핀 골키퍼 올리비아 맥다니엘의 슈퍼 세이브에 탄성을 내뱉었다. 

우리 선수들의 쐐기골 기회가 이처럼 여러 차례 무산되고 73분에는 직접 프리킥 골을 내주는 일도 겪었다. 골 라인으로부터 비교적 먼 거리였지만 필리핀 수비수 안젤라 비어드의 왼발 감아차기가 놀랍게 휘어날아가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 대신 글러브를 낀 최예슬 골키퍼가 예측하지 못한 궤적이었다.

이후 한국 벤치에서는 78분에 케이시 유진 페어를, 86분에 조소현을 교체 멤버로 들여보냈지만 필리핀 골문을 더이상 열지 못하고 말았다.

6월에 다시 모이는 우리 선수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미국 여자축구대표팀과 두 게임을 뛰게 된다.

여자축구 대표팀 평가전 결과(4월 8일 오후 7시, 이천종합운동장)

한국 2-1 필리핀 [골-도움 : 추효주(27초,도움-최유리), 최유리(33분,도움-강채림) / 안젤라 비어드(73분)]

◇ 한국 선수들(3-4-1-2 포메이션)
FW : 이금민(86분↔조소현), 최유리
AMF : 지소연
DMF : 추효주, 장슬기, 전은하(72분↔문미라), 강채림(78분↔케이시 유진 페어)
DF : 이영주, 고유나, 김혜리
GK : 최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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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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