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산등성이에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서 꽃들은 다투어 피어나고 진달래꽃 또한 무리 지어 피어난다. 진달래 꽃의 분홍 빛깔은 어느 누구도 흉내기도 어려운 아름다운 색이다. 마치 새색시 치맛자락 같아 꽃 같은 기쁨이 피어오른다. 진달래 꽃이 필 때면 분홍색 옷을 입고 싶은 유혹에 마음이 흔들린다.
 
산책길, 아직 진달래 꽃이 남아있었다.
▲ 산에 피어 있는 진달래 꽃 산책길, 아직 진달래 꽃이 남아있었다.
ⓒ 이 숙자

관련사진보기


내가 화전과 처음 만난 때는 다도를 배우고 차 생활을 할 때다. 당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화전을 부치며 우리의 전통음식의 아름다움에 감동했었다. 그 뒤 지금까지 봄이 오면 화전을 부쳐서 차를 마신다. 다도를 배우고 전통문화를 알고서 작은 일이 큰 행복을 전해 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진달래 꽃은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꽃이다. 우리 조상 옛 여인네 들도 규방에 갇혀 생활하다가 삼월 삼진 날, 진달래 꽃이 피면 들로 산으로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진달래 화전을 부쳐 답청 놀이를 했다고 전해 온다. 평소 억압된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날만은 여자들에게도 나들이가 허락되고 자유로웠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친근하게 부르는 '고향의 봄' 노래 속에도 진달래 꽃 이름은 어김없이 나오고 어릴 적 봄날 추억 속에는 언제나 진달래 꽃이 등장한다. 내가 단발머리 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소월 시 진달래 꽃은 지금까지도 어김없이 내 안에 저장되어 진달래 꽃만 피면 소월시 진달래 꽃을 낭송하면서 옛 기억을 불러낸다. 진달래꽃은 내 안에 많은 추억이 담긴 꽃이다. 

봄이 절정이다. 밖에 나가 눈을 돌리는 곳마다 꽃 천지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땅 위에 작은 꽃까지도 봄이라고 모두 피어난다. 마치 꽃 잔치를 벌여 놓은 듯 아름답다. 며칠을 벚꽃에 취해 벚꽃만 보고 다녔다. 

제대로 화전을 부치리라 하고서 찹쌀가루는 준비해 놓았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마음만 초조했었다. 오늘은 남편과 같이 공원 산책을 갔다가 조금은 시들어 가는 진달래꽃을 따왔다. 

봄이 오면 화전을 제대로 부치고 봄을 보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해 온다. 매년 해 오던 나만의 봄놀이는 나만이 즐기는 행복의 한 조각이다. 공원에서 따 가지고 온 진달래꽃은 수술을 따내고 꽃만 남겨 다듬고 냉동고에 있던 참쌀 가루를 꺼내여 반죽을 하고 화전 부칠 준비를 하면서 남편을 불렀다.
 
진달래 꽃을 따왔다.
▲ 진달래 꽃 진달래 꽃을 따왔다.
ⓒ 이숙자

관련사진보기

 
"여보, 나 좀 도와주세요." 

반죽해 놓은 쌀가루는 동글동글 만들어 놓는다. 팥죽 끓일 때 새알처럼, 납작하게 편 후 프라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익힌다. 익은 화전이 부풀어 오르면 뒤집고 익힌 다음 진달래 꽃을 올려놓은 후 잠시 있다가 꺼내여 한쪽에 꿀을 바르면 예쁜 화전이 완성된다. 무엇보다 불 조정이 중요하다.
 
진달래 꽃으로 화전을 부쳤다.
▲ 진달래 화전 진달래 꽃으로 화전을 부쳤다.
ⓒ 이숙자

관련사진보기

 
화전을 부쳐 따뜻할 때 남편에게 건넸더니 "나는 이게 점심이야" 하면서 맛있게 드신다. 

밥 대신 화전으로 점심을 대신하며 남편과 나는 봄놀이를 하고 있다. 마음만 내면 할 수 있는 일, 자연 속에서 자연의 흐름을 보면서 나는 남편과 꽃놀이를 하면서 오늘 하루는 더 바랄 것이 없이 가득한 마음이다. 올해 나의 목표는 남편과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추억을 쌓는 일이다. 

내일은 어떤 일이 찾아올지 모르기에 나는 오늘도 남편과 최선을 다해 살아 내고 있다. 삶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는 날들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내가 봄이 오면 언제나 낭송해 보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 꽃>을 낭송하고서 봄을 보내련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진달래꽃, #화전, #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