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겐 고물들과 고철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아버지가 계신다.

지난 2020년 첫 기사로 아버지의 작품에 대해 소개한 뒤부터 2024년이 된 지금까지도 아버지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하찮고 쓸모없었던 일개 쓰레기가, 아버지 손을 거치면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바뀌는 것을 몇 년째 옆에서 보고 있다. 다시 한번 아버지의 작품을 보여주고자 기사를 쓴다. 정크아트 작가로 불리는 최성대씨가 내 아버지다.

[관련 기사] 
진짜 공룡같은 정크아트, 제 아버지 작품입니다 https://omn.kr/1qmtb
"아니 이게 다 뭐야?" 남해 갈현마을의 변신 https://omn.kr/1y61s

정크아트는 평소 만들기를 좋아하던 아버지가 코로나 19 상황 속 찾아낸 취미로, 시골 마을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고향이 죽어가는 걸 안타까워하던 아버지가 찾아낸 자구책이기도 하다. 마을에서 여러 설치 작품이 나름 유명해지다보니 온라인에서 '갈현마을(아버지가 사시는 곳)'을 검색하면 아버지가 만든 작품과 마을에 대한 글들도 여럿 보인다. 
 
'우리동네 작가'로 전시회 열었던 지난달(2024년 3월) 당시 포스터
 '우리동네 작가'로 전시회 열었던 지난달(2024년 3월) 당시 포스터
ⓒ 최유라

관련사진보기

 
아버지 고향인 경남 남해에 있는 작은 책방에서 동네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작은 전시회 기회도 생겨서 아버지의 작품을 한 달 동안 전시할 수 있었다.  

전시를 디자인해 준 분의 제안으로, 아버지의 작품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과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만들어 전시했다. 아버지가 작품과 함께 써내려간 아주 담담하고 차분한 이야기들은 오히려 관람객의 입장에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스토리와 함께 보는 아버지 작품은 더 풍성하게 느껴졌다. 돌과 고철로 이뤄진 돌들이지만 한번 보면 이게 어떤 동물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소걸음으로 가다 보면 보이는 풍경
 소걸음으로 가다 보면 보이는 풍경
ⓒ 최유라

관련사진보기


아버지가 만든 '소걸음 풍경' 작품. '소걸음으로 가다 보면 보이는 풍경'은 어떤 풍경일까? 소걸음은 대체 어떤 걸음이지, 생각해보게 된다.
 
돌과 고철로 만들어진 개미
 돌과 고철로 만들어진 개미
ⓒ 최유라

관련사진보기

 
돌 3개를 고철로 엮어만든 개미는 벽면에 붙여 정말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엄마! 우리 가는 방향이 맞나?"라고 묻고 엄마 개미는 "글쎄? 그냥 가는 거지 뭐!"라고 답하는 글귀가 쓰여있다.

무언가 고민될 때 깊게 생각하기보다 우선은 행동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같이 돌로 만들어진 작품과 스토리는, 단순히 돌이었던 것에 이야기와 소재가 입혀지면서 전시를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 정크아트
 
돌과 고철로 만들어진 비행하는 마녀
 돌과 고철로 만들어진 비행하는 마녀
ⓒ 최유라

관련사진보기



아버지는 돌과 고철을 활용한 작은 작품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집에서 할 수 없는 예술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계신다. 단순히 로봇 형상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아주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만든다.

아버지는 어딘가에 꽂히시면  그것에만 집중해서 끝까지 작품을 만들고는 한다. 언제나 갑자기 "이번에는 이걸 만들 거야"라고 말씀하시고는, 거침없이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정확한 도면이나 어떠한 설계도 없이, 아버지는 그저 머릿속으로 생각한 뒤 구상이 끝나면 움직이신다. 항상 옆에서 볼 때마다 거대한 작품을 아무 설계 없이 뚝딱 만들어가시는 아버지를 보면 감탄한다.
 
고철로 만든 가시고기 생선
 고철로 만든 가시고기 생선
ⓒ 최유라

관련사진보기


만화영화 '둘리'에 나오는 가시고기 같은 물고기를 고철로 만들기도 했다. 꼬리를 움직이면 머리가 좌우로 회전한다. 아버지 작품은 고철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고정되어 있거나 정적이지 않다. 사람들이 항상 함께 어울려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든다.  
 
고철로 만든 의자와 로봇
 고철로 만든 의자와 로봇
ⓒ 최유라

관련사진보기


벤치를 만들어도 단순하지 않다. 옆에 깡통로봇이 앉아있다. 팔을 옆으로 뻗고 있는 형상으로 만들어져서, 누군가 벤치 위에 앉으면 로봇과 함께 어울려 앉은 것처럼 만들어졌다. 혼자 앉더라도 옆이 허전하지 않도록 한다.
 
고철로 된 그네
 고철로 된 그네
ⓒ 최유라

관련사진보기

 
조명을 활용해서 더 밝고 다채로운 작품을 만들기도 하신다. 고철을 활용한 그네로 조명을 통해 밤에도 밝고 환하다. 고철이었던 것이 누구나 타고 즐길 수 있는 그네로 탈바꿈됐다.
 
고철로 만들어진 황금소
 고철로 만들어진 황금소
ⓒ 최유라

관련사진보기


고철로 만든 황소인데 내부에 조명을 설치하여, 황금으로 빛나는 황소가 되었다. 

이처럼 아버지가 만드는 정크아트는 고철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바뀌어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벤치와 같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휴식처가 된다. 또한, 머리를 움직일 수 있는 가시고기나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네처럼 함께 놀 수 있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남들에게 전시하거나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더 나아가 그 다음의 쓰임새까지 다시 고려하는 아버지 작품 세계는 딸인 내게 항상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버려지고 또 아무 쓸모없던 고철이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생각하면 새삼 대단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만드신 정크아트 작품은 그 작품보다도, 사람들이 찾아오고 직접 즐기는 것으로 진정한 쓸모를 찾게 되는 것 같다. 

태그:#정크아트, #예술작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학생 시민기자입니다. 부족하지만 좋은 기사를 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