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과 황준서

노시환과 황준서 ⓒ 한화 이글스

 
한화가 안방에서 열린 kt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7연승을 내달렸다.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3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8안타를 터트리며 14-3으로 대승을 거뒀다. 한화는 작년 15승을 따냈던 kt의 외국인 에이스 웨스 벤자민을 상대로 3이닝 11안타 2홈런 11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타선이 폭발하면서 2위 KIA 타이거즈에 1경기 앞선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7승1패).

한화는 2회 2사1,2루에서 적시 2루타를 때린 이도윤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문현빈이 4안타 4타점 3득점, 요나단 페라자가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노시환이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사실 한화는 이날 담 증세로 등판을 미룬 김민우 대신 루키 황준서가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임시선발' 황준서는 5이닝 3피안타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프로 데뷔 첫 등판을 선발승으로 장식하며 전체 1순위 루키의 위용을 뽐냈다.

순조롭게 성장하는 한화의 특급 유망주들

한화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물론 3년 연속 최하위는 대단히 부끄러운 성적이지만 덕분에 한화는 지난 3년 동안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 해 고교야구 최고의 투수를 데려올 수 있었다. 물론 한화가 데려온 유망주들이 모두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고의 원석을 선발해 키우는 것만큼 구단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들에게 큰 보람도 없다. 

한화는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국 지명을 선택한 후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기다렸다. 그리고 KIA가 '야수 최대어'로 꼽히던 동성고의 내야수 김도영을 지명하면서 한화는 자연스럽게 '투수 최대어'였던 진흥고의 문동주를 지명했다. 물론 류현진 이후 워낙 많은 유망주들이 아쉬운 활약으로 한화팬들에게 실망을 안겼기 때문에 고교 입학 후 투수로 전향했던 문동주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루키 시즌 13경기에서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한 문동주는 작년 23경기에 등판해 8승 8패 ERA 3.72의 성적으로 2006년의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한화에 신인왕 타이틀을 안겼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을 통해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우완에이스로 낙점 받은 문동주는 지난 28일 SSG랜더스와의 경기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지연연고를 폐지하고 전면드래프트가 부활한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최대어로 꼽히던 덕수고의 심준석(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면서 또 한 명의 강속구 우완 김서현이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김서현은 2022년 U-18 월드컵에서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며 한화 구단과 팬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김서현은 루키 시즌 20경기에서 1세이브 ERA 7.25로 큭 부진했다.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김서현은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통해 투구폼을 교정하면서 제구보완을 위해 노력했고 2년 연속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김서현은 한화가 개막전 패배 후 6연승을 달리는 동안 한 번도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31일 kt전에서 11-1로 앞선 6회에 등판해 단 16개의 공으로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김서현은 이날 삼진을 1개도 잡지 못했지만 16개 중 스트라이크가 12개였을 정도로 안정된 제구력을 뽐냈다.

데뷔전에서 선발승 따낸 10번째 고졸신인

장충고 시절부터 고교 최고의 좌완으로 불리던 황준서는 고교 시절 라이벌 장현석(LA다저스)에 비해 구속은 다소 느려도 투수로서의 완성도는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부드러운 투구폼과 함께 공을 숨기는 동작은 이미 고교야구의 수준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혹자는 황준서가 김광현(SSG)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극찬했고 황준서를 '공이 빠른 윤영철(KIA)'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었다.

라이벌 장현석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서 황준서는 인천고의 김택연(두산 베어스)을 제치고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사실 한화 입장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우완 유망주 문동주와 김서현을 지명했기 때문에 좌완 황준서 지명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황준서는 루키임에도 호주 멜버른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고 연습경기 호투를 통해 선발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2월 22일 류현진이 8년 총액 170억 원을 받고 한화로 복귀하면서 올 시즌 한화의 선발진은 류현진-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김민우로 구성됐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경쟁을 하던 황준서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 선발수업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즌 첫 등판에서 선발승을 따낸 김민우가 왼쪽 날개 뼈 담 증세로 등판을 한 차례 거르게 됐고 최원호 감독은 대체선발로 루키 황준서를 낙점했다. 

아무리 많은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특급신인도 프로 데뷔전은 들뜨고 긴장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황준서는 이날 5이닝 동안 73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kt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챙겼다. 4회 문상철에게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황준서는 마운드에서 전혀 당황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 공을 던졌다. 이로써 황준서는 KBO리그 역대 열 번째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기록한 고졸신인투수가 됐다.

김민우의 대체선발이었던 황준서까지 선발승을 따내면서 한화 마운드는 류현진을 제외한 5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승리를 따냈다. 류현진 역시 29일 두 번째 등판에서 6이닝 9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프로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인 황준서가 다시 한 번 선발기회를 얻고 김민우까지 건강하게 복귀한다면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무려 6명의 듬직한 선발투수를 보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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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이글스 황준서 데뷔전선발승 6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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