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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처음 진단된 환자들에게 투약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제가 노력해서 조절을 해 보면 안 될까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하던데요?"

어디에서 그렇게 들으셨냐고 여쭤보면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아, 그냥 약 먹고 있는 친구가 그러던데요. 티브이에서도 그러고 유튜브에서도 그러고..."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제 성장, 의식주 개선, 생활환경 개선, 풍족한 식생활 및 의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100세까지 사는 것도 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유전적, 환경적으로 적절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 가능한 말이지 모두가 100세까지 아무런 탈 없이 살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10년만 해도 강산이 변한다는 긴 시간인데, 100년이라는 10배는 더욱 긴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인간은 몇 차례의 위기를 겪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100세까지는 살지 않더라도 장수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의견에는 다들 동의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에 나이가 들며 문제가 생긴 부분을 교체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유지·보수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암,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신부전 등 생명을 잃거나 최소 일반적인 생활을 유지하기에 치명적인 질환들에 걸릴 확률도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질환들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유병률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만성 질환들입니다. 근거 자료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고혈압의 경우 30세 이상에서 남성은 30%, 여성은 20% 대의 유병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뇨병은 30세 이상에서 15% 전후로 나타나며 고지혈증은 20세 이상에서 20% 이상의 유병률을 보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성인에서 10명 중 최소 2-3명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중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는 젊은 연령을 포함했을 때의 이야기이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만성 질환들의 유병률도 크게 증가해 60세 이상에서는 60% 가까이가 고혈압, 30% 가까이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이러한 만성질환의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노인들 중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중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는 비율이 전체의 80% 이상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노인 10명 중 8명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중에서 한 가지는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흔히 가지고 있는 만성 질환 삼총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약물, 질병 관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이 중요한 질환들을 치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약을 먹지 않고 그냥 놔두면 당장 큰일이 나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혈압이 너무 높으면 뇌출혈, 혈당이 너무 높으면 케톤산증이라고 하는 치명적인 급성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문제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수치가 매우 높지 않은 한,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투약을 하지 않고 방치를 하게 될 때 높은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동맥경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수년에서 수십 년 후에 심각한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을 관리하지 않으면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당뇨를 관리하지 않으면 망막 질환으로 시력을 잃고 콩팥이 망가져 투석하거나 당뇨발로 불리는 발가락 괴사로 하지를 절단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약은 정말로 한번 먹으면 평생 끊을 수 없는 약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내용을 조금 바꿔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많은 분께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지인들의 좋지 않은 소식들을 듣고는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며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건강을 열심히 관리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중 새해부터는 담배를 끊거나 술을 끊거나 운동을 하겠다는 분들이 많고, 영양제라든가 건강보조제 또는 보약이라고 하는 약들을 꾸준히 챙겨서 드시겠다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이런 다짐들이 평생 지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개 몇 개월 넘기지 못하고 금연·금주의 의지는 옅어져서 은근슬쩍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입에 담배와 술을 하게 되며, 비싼 돈을 내고 끊은 헬스장도 잘 가지 않게 됩니다. 규칙적으로 어떠한 긍정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의 경우에도 장기 복용하면 느낌상 건강해진 것 같은 느낌은 들 수 있기는 하겠지만, 확실히 복용 전후 체감이 되거나 무언가 의학적으로 암을 예방하거나 심혈관 질환을 줄여주거나 하는 효능이 증명된 것은 없습니다.

자, 그런데 여기 어떤 알약이 있습니다.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드시기만 하면 뇌출혈,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같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을 현저하게 줄여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뇌출혈, 뇌졸중은 그 정도에 따라 심하면 사망에서부터 반신마비, 사지마비에 이르러 심각한 후유증을 남겨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질환들인데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콩팥이 망가지는 것을 예방해서 혈액투석, 복막투석을 받을 확률도 줄여줍니다. 알약의 개수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날 수는 있겠지만 대략 한 달에 약값이 1~3만 원 정도에 지나지 않아 엄청난 부담이 되지도 않습니다. 이 정도면 만병통치약 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엄청난 명약임은 분명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약은 고혈압약, 고지혈증약, 당뇨약입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관리에서 식습관·생활습관 관리 및 운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쉬운 방법은 약을 꾸준히 드시는 것입니다. 만성 질환의 관리에 있어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획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부작용보다 얻는 이득이 더 크다

그렇다면 복용하던 약을 중단할 경우 어떻게 될까요? 약물의 효과가 며칠간은 유지가 되기 때문에 약을 며칠 안 드셨다고 해서 급격하게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일에서 수 주 이내에 약을 복용하기 이전의 원래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대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이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감기처럼 완치가 되는 급성 질환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관리를 필요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들은 개인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혈액검사 수치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다면 원래의 수치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입니다.

간혹 체중을 많이 감량하고 싱겁게 드시거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등 식단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서 약을 끊어보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실제로도 아주 드물게나마 약을 중단하고 나서도 정상인과 다를 바 없는 수치들을 유지하는 분들이 계시기는 합니다. 그러나 가족력과 같은 개인의 타고난 유전적 요인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다시 약 복용이 필요한 만큼 수치가 상승하게 되는 것입니다. 

간혹 약을 먹어보기도 전에 부작용이 걱정돼 약을 못 드시겠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집에 불이 났으면 물을 뿌려서 불을 끄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불을 끄다가 옷이 물에 젖을까 걱정돼 물을 못 뿌리겠다고 머뭇거리면, 그 사이에 집이 타버릴 수 있습니다.

부작용 걱정에 약을 못 드시겠다고 하는 것은 이와 같습니다. 물론 약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부작용의 빈도가 매우 낮고, 약을 먹어서 장기적으로 관리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부작용의 위험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우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노인의 절반 이상이 만성 질환으로 약을 복용하고 계시며, 이분 중 대부분은 별다른 부작용이 없이 복용을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걱정을 덜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환자들이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 건강검진을 잘 받으시는 것은 중요합니다. 금연하고 금주하고 생활습관과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그중에 가장 쉽게 뛰어난 효과를 보는 방법은 약을 잘 챙겨 드시는 것입니다. 만성 질환 관리, 결코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건강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최상아(화성 공감의원)
 
최상아 향남공감의원 원장 (소화기내과전문의)
 최상아 향남공감의원 원장 (소화기내과전문의)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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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만성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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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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