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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맞는가 보다.

아는 친척 형한테 올해 2월 1일 카톡이 왔다. 그 형은 올해 60대 또는 70대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카톡을 받은 건 처음이다. 내용은 꽤 길었다. 한 줄씩 읽어내려갔다. 국가유공자 문제였다. 이런 게 있었나 하면서 읽었다. 어느 순간 탁 걸렸다. 

'1980년 당시 북괴 간첩과 특수군의 개입문제다.'
'헉.'

 
5.18 특별법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 친척형한테 받은 카톡 메시지 5.18 특별법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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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주 뒤 2월 14일 두 번째 카톡이 왔다. 이번엔 '호주 언론의 발표'라고 했다. 호주 어느 언론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1년에 약 300조 정도가 새어서 없어진다고 했는데 대표적 누수지가 광주 5.18 유공자입니다. 이것은 왜 건드리지도 못할까?"
'험.'

 
우리나라 국민들이 힘들게 사는 이유로 '5.18유공자'를 꼽았다.
▲ 친척형한테 받은 카톡 메시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힘들게 사는 이유로 '5.18유공자'를 꼽았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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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카톡은 2월 22일이었다.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았지만 카톡 내용은 매번 달랐다. 이번엔 'US News'지를 언급한다. '남한 외환보유고 세계 7위' '삼성전자 세계 8등' '세계 조선소 1-6등이 대한민국' 등 자랑스러워 할 만한 소식을 담았다. 이번에 강조하는 메시지는 '합심하여'였다.

'외국에서 우리를 좋게 평가할 때에 국내에서 국력을 낭비하지 말고 합심하여 좋은 나라로 세워가야 하겠습니다.'

그 전까진 '휴' 한숨이 나왔지만 이번 카톡 내용에서 크게 문제 삼을 내용은 없었다. 이게 쉬어가는 것이었던가. 폭풍전야였던가. 네 번째인 3월 2일자 카톡은 '으악' 수준이었다.

'민주당 공천은 북한의 지령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는 공관위가 아닌 이석기가 정진상에 지령을 내려...'
'이재명은 북한의 바지사장으로 북한노동당-이석기-정진상-이재명 순으로 이루어질 뿐'

 
민주당 공천이 북한 지령에 의한 것이란 내용을 담았다.
▲ 친척형한테 받은 카톡 메시지 민주당 공천이 북한 지령에 의한 것이란 내용을 담았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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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찔'하다. 우리 부계쪽은 전부 경상도다. 보수 색채가 매우 강하다. 보수가 문제는 아니다. 보수도 엄연한 이 사회의 한쪽 날개다. 내 생각은 그렇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국민 합의를 거쳐서 헌법이 만들어지고, 법이 만들어지고 교과서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등재된, 합의된 내용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보수든, 진보든. '가짜'를 가지고 공격하고, '뭉치자'고 하는 건 참 비열한 짓이다.

3월 9일자 카톡은 포항제철을 일군 박태준에 대한 이야기다. '성숙한 일본관...지일과 용일·극일'이란 대목이 나온다. '짜르르' 하면서 뭔가가 스쳐지나간다. 

'하.'
 
이번 총선을 제2의 6.25로 규정했다.
▲ 친척형한테 받은 카톡 메시지 이번 총선을 제2의 6.25로 규정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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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톡은 3월 14일자다. 대한민국 호국총연합회 회장 윤항중의 메시지를 담았다.

'4.10 총선은 제2의 6.25 한국전쟁'이라고 규정한다. '존경하는 애국동료시민 여러분'이라고 호칭한다. '이 나라가 아주 공산화가 되느냐'라고 호소한다. 지금 야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느껴진다. 소름이 돋는다.

이번주 아버지와 통화를 하게 됐다. 아버지는 경상도 출신 80대다. 평생 보수정당을 지지한 분이다. 어쩌다 아버지와 '의사 파업' 얘기를 하게 됐다. "증원은 좋지만 한 해 2천명은 너무 많지 않아요?"라고 했다. 아버지는 "무슨 2천. 아이다. 매년 5백명씩 점진적으로 늘린다. 니가 틀렸다." 아버지가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순간 내가 틀렸나?'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기사 검색을 하니 당연히 아버지가 틀린 게 맞았다. 아버지가 다른 매체는 믿지 않을 것 같아 'KBS뉴스'를 인용해서 보내드렸다. 과거에 아버지가 '가짜뉴스'를 내게 보낸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때마다 굳이 출처를 찾아서 '가짜뉴스'임을 알 수 있는 링크를 보내드렸다. 아내는 내 대응을 듣고서 '굳이 뭐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가짜뉴스'를 확인하는 내용을 보내드린다고 해서 아버지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척 형이 변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살면서 정치적 신념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이 지긋지긋한 대립과 갈등이 앞으로 바뀔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친척형이 보낸 건 개인 메시지가 아니다. 단체로 뿌리는 메시지다. 친척형도 누군가한테 받아서 나한테 보냈다. 나는 수많은 수신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가짜뉴스'가 도대체 몇 명한테 뿌려졌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가짜뉴스'를 만드는 생산지를 찾아야 한다.

내가 바라는 건 품격이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공격할 때 공격하더라도 '가짜'로는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정도 품격을 기대하는 게 너무 큰 기대일까.

태그:#총선거, #국회의원선거, #선거, #카톡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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