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금메달, 우승의 영광과 환희 뒤엔 우리가 있습니다'에서 이어집니다.

- '지도자'라는 호칭이 교육공무직 중 유일하게 들어가고, 엘리트체육인의 삶을 사셨지만, 처우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1년 단위로 계약하시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는 처우 관련해서 바라는 점이 있는지요?

"학교 운동부지도자는 매우 열악한 직업입니다. (전보다) 나아졌다곤 하지만, 저의 선생님뻘 되시는 분들은 더 열악했죠. 어린 나이부터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운동만 했기 때문에, 갈 수 있는 방향이 정해져 있죠. 월급도 얼마 안 되고, 처우도 이것밖에 안 되지만 참고 하는 게 첫째고, 둘째는 지도하는 아이들이 보이는 거죠. 제자들이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요.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지도자를 하라고 추천하지 않습니다. 말만 선생님이지, 그만큼 대우는 못 받고 있어요.

임금은 낮고, 근로시간은 많고, 성적 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힘들고요. 밤늦게까지 가르치기도 해야 하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듭니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 재계약이 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생활하죠. 교장 선생님 눈치도 보고, 1년마다 하루살이 목숨입니다. 학교의 요청이 있다면 불합리하더라도 해야 해요. 다른 학교 선생님 이야기 듣기로는 훈련해야 하는 시간에 교장실에 불러서 '이거 고칠 수 있냐', 운동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시키는 때도 있어요.
 
펜싱 훈련하는 학생 선수들
 펜싱 훈련하는 학생 선수들
ⓒ 신재용

관련사진보기

 
저희도 아이들을 가르쳐요. 교사들이 과목을 가르치는 것처럼 저희도 하나의 과목을 가르치는 거라 생각합니다. 펜싱이면 펜싱, 육상이면 육상. 인원이 많은 종목은 하나의 반이죠. 하지만 대우는 전혀 다르죠. 아이들과 더 오래 동고동락하지만 처우가 너무 달라요.

운동부지도자는 공무원이 아니에요. 교육공무직이죠. 그런데 공무원 관련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교육공무직이나, 운동부지도자만의 규정이 없다 보니까요.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을 더 심하게 받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학생 선수의) 부모님이 고생한다고, 아이들 운동 끝나고 간식 사주시는데 이걸 지도자가 같이 먹어서 규정에 걸리는 일도 있더라고요. 꼬투리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고, 교육청에서 해결해줘야 하는데 꼬리 자르기 식으로 당사자만 처벌하고 말죠. 어디 하소연하기도 어려워요. 체육회나 협회가 있어도 교육청과는 별개의 집단이라 한계가 있죠. 저희 월급은 교육청에서 나오잖아요. 이럴 거면 처우도 공무원이랑 같게 해주던가요. 그런데 공무원이 아니니까 공무원처럼 해줄 수 없다고 하네요.

일단 자격수당이 신설됐으면 좋겠어요. 기본급의 5%~10% 수준으로요. 교육공무직 중에서도 자격수당을 받는 직종이 있어요. 운동부지도자도 국가공인 자격증(전문스포츠지도사)을 가지고 있거든요. 자격증이 없다면 운동부지도자를 못 하게끔 교육청에서 (자격을) 요구하고 있고요.

그리고 휴일에 일하면, 그에 걸맞는 수당을 받고 싶습니다. 특히 주말 대회에 출전하거나 전지훈련 갈 때요. 주말은 휴일근로이기 때문에 평일에 대체해서 쉬도록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쓸 수 없습니다.

1주일 소정근로시간 40시간에 초과근로 12시간 해서 총 52시간 근무할 수 있지만, 주말에 일하면 52시간이 넘어갑니다. 설령 52시간을 넘지 않아도 행정실에서 초과근무를 아예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도 있어요. 예산이 없다고요. 학교에서 신청하면, 교육청에서 예산을 내려주는 거로 알거든요. 근데 초과근무를 너무 많이 신청하면 감사가 나왔을 때 지적사항이 될 수 있다는 핑곗거리로, 초과근무를 어지간하면 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시죠. 저희는 그 말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을(乙)이니까요.

사실 초과근무수당을 못 받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리고 제도적으로 쉬게끔 만들어 놨다고 하지만, 운동부지도자 대부분이 몰래 나와서 훈련을 할 거예요. 초과근무를 하면 다음 주에 쉴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지역도 있던데, 인천은 아직은 모르겠네요. 현실적으로 이런 부분이 많이 어려워요. 설령 운동부지도자들이 관련 법 규정을 알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감독 선생님들이나 행정실에서 잘 모르시기도 해요. 관리자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해요."

교육공무직 임금 유형은 기본급 1유형, 2유형, 특수운영직군, 1유형 초과, 2유형 미만 등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학교 운동부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지역마다 기본급이 다르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1유형 기본급을 적용하는 지역이 7곳, 2유형 기본급을 적용하는 곳이 4곳, 나머지 지역은 유형에 편입되지 않고 제각기 다른 임금을 받는다. 이 안에서도 교육청 지원을 받는 전임코치와, 학부모 부담(수익자부담)으로 운영하는 일반코치가 다르다.

2024년 3월 기준, 1유형 기본급은 218만6000원이다. 여기에 1년당 3만9000원씩 인상되는 근속수당, 급식비 15만 원, 몇 만 원 수준의 가족수당을 받는다. 1년에 두 번 받는 정기상여금과 명절휴가비가 있는데, 한 번 받을 때마다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10년 경력 기준, 연으로 세전 3천만 원 초중반 수준이다. 여기에 수익자부담으로 받는 금액이 있다고 하지만, 미래의 꿈나무를 양성하는 것 치고는 급여 수준이 박한 것 아닐까? 또한, 무기계약직이 아닌,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 안 그래도 하려던 질문에 미리 답을 주셨네요. 초과근로 관련해서, 수당이나 각종 여비 등을 어떻게 받고 있나요? 불합리한 부분은 없는지요?

"출장을 간다면, 자차로 갈 때와 렌터카로 갈 때 받는 돈이 다릅니다. 기본 일비(출장비)가 일 2만 원이었는데 그나마 올해 올라서 2만 5천 원이고, 이마저도 렌터카로 가면 50% 깎여요. 렌터카로 출장 가면 1만 원 받다가 올해부터 1만2500원을 받는 거죠. 운동부 여건상 인원이 많아서 거의 렌터카로 가는데, 이때 1만2500원을 받죠.

식비 또한 하루 세끼 먹는데 2만 5천 원으로 책정돼 있어요. 이거도 2만 원에서 그나마 오른 건데, 한 끼에 8천 원짜리 밥을 먹어야 하는 거죠. 거의 자비로 추가해서 먹는 형편입니다. 예를 들어, 렌터카로 아이들을 데리고 대회 나가면 하루 3만7500원을 받죠. 일비에 물가 상승률이 전혀 반영이 안 돼 있고, 부족합니다.

유류비도 자동차에 따라 다르잖아요. 예를 들자면 수입차나 승합차는 연비가 잘 안 나오는데, 정해진대로만 연비가 계산돼 있고, 1리터당 너무 많은 거리를 갈 수 있도록 측정돼 있어요. 휘발유는 1L당 13.3km, 경유는 14.43km, LPG 차량은 9.77km를 가게끔요. 그래서 항상 손해입니다. 유류비도 제가 추가로 부담하는 실정이죠. 12~13만 원 주유하고 청구하면 10만 원 정도만 받고 있습니다. 제가 모자라다고 말하면, 일비 나오지 않느냐고 그래요. 1만2500원 나오는 거로 충당하래요(웃음)."

- 운동부에는 '수익자부담'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떤 용도로 쓰고, 어느 정도로 어떻게 걷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수익자 부담금은 학부모님들께서 학교에 내는 지도자의 인건비입니다. 매달 학교에 CMS로 등록된 통장에서 자동이체가 됩니다. 학교 담당자(감독 교사)가 결재 올려서 차감하고 지급하는 방식이에요. 교육청에서 정해놓은 규정대로 입출금하고 있습니다. 금액은 <학교체육기본방향>에 나와 있는 대로,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매년 초에 학부모님들과 상의 후 결정되며 금액이 결정되면 1년간 지속합니다.

1인당 금액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월 10만 원 정도가 평균적인 것 같고요. 4대 보험 기관부담금과 퇴직금 차감 후 월 7~8만 원 정도 받습니다. 차액이 남으면 연말에 학부모에게 반납하는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워낙 급여가 적다 보니, 학부모님들이 밤늦게까지 훈련하니까 학원 하나 안 보낸다 생각하고 주시는 거죠. 운동부지도자 인건비와 대회 출전할 때의 자기부담금 등으로만 쓰게끔 정해진 비용입니다.

그 외에 학교발전기금이라는 것도 있는데, 선수들이 필요한 운동용품이나 훈련 관련 비용 등에만 쓸 수 있는 돈입니다. 반대로 인건비로는 나갈 수 없죠. 방과후수업료도 있는데, 운동부지도자들이 퇴근시간 이후에 방과후 수업 형태로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있어요. 이때 학부모님들이 내는 강사비입니다."

- 운동선수는 다른 직업보다 은퇴가 빠르고, 그 후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선생님은 어떠셨는지,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한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대학생 때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휴학을 2년 정도 했어요. 여러 가지 일을 해봤는데,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학창시절에 운동만 했으니까요. 어렵게 다시 복학했죠. 자격증을 따서 지도자의 길을 가는 게 최선이겠다 싶어서 자격증 공부 열심히 했고요. 졸업 후에 지도자로 취업이 됐고, 10년째 하고 있죠.

국가대표가 되는 분도 있고, 프로나 실업팀에 가시는 분들도 있고, 지도자 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운동선수로서 끝은 보통 30대 초중반이거든요. 그 이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면, 저는 선수 생활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공부했어요. 지도자 자격증을 따든, 체육계 기자가 될 수도 있고, 트레이너나 물리치료, 재활치료 쪽 등으로 갈 수도 있고요. 나아갈 방향은 있으니, 미리미리 준비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이 들어서 준비하려면 시간도 없고, 어렵더라고요. 배운 게 운동이니 늦지 않게, 힘들어도 준비를 해두세요. 본인 경력을 살려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준비했으면 합니다.
 
(위) 고등학생 때 전국체전에서 준우승한 이호정 선생님(왼쪽에서 두 번째), (아래) 대학생 때 국제대회에 참가한 이호정 선생님(왼쪽에서 두 번째)
 (위) 고등학생 때 전국체전에서 준우승한 이호정 선생님(왼쪽에서 두 번째), (아래) 대학생 때 국제대회에 참가한 이호정 선생님(왼쪽에서 두 번째)
ⓒ 신재용

관련사진보기

  
- 학교 운동부 선수들에게도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죠. 뭐든 열심히 잘해야 하고, 운동부 학생들과만 어울리면 운동을 못 하게 됐을 때 남은 친구들이 없어요. 반 친구들, 동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나쁜 짓만 하지 말고, 추억 많이 쌓고 학창시절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 스트레스 많이 받고 힘들어도요. 할 수 있는 일 하면서 참고 버티며 최선의 노력을 하면 결실을 볼 거라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기고됩니다.


태그:#교육공무직, #운동부지도자, #학교운동부, #펜싱, #학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교육선전국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