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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KBS제주가 보도한 기사와 2024년 1월에 발생했다고 보도한 기사들
 2023년 2월 KBS제주가 보도한 기사와 2024년 1월에 발생했다고 보도한 기사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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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언론사들이 15개월 된 아이가 제주의 한 동물농장에서 먹이를 주다가 토끼에 물려 손가락이 절단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사건이 '지난달(2024년 1월) 2일'에 발생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지난해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2023년 2월 17일 KBS제주의 민소영, 문준영 기자는 "동물농장 토끼에 물려 15개월 아이 손가락 살점 '뜯겨'"라는 제목으로 2023년 1월에 제주도 모 동물농장에서 15개월된 남아가 토끼에 물리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민소영 기자와 문준영 기자는 아이 부모와 직접 통화를 하고 사고가 발생한 동물농장 관계자의 해명 등을 모두 싣는 등 관련 소식을 취재한 후 자세히 전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사건이 갑자기 올해 일어난 사고로 둔갑돼 언론과 포털 사이트에 게재됐습니다. 급기야 라디오 방송에서도 사건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15개월 아이, 토끼에 물려 손가락 절단"…제주 동물원서 무슨 일 (2024.2.22 중앙일보)

"15개월 아이, 토끼에 물려 손가락 봉합"...동물원서 무슨 일이 (2024.2.22 한국일보)

"토끼에 물려 손 잘린 15개월 아이…동물원 측 '주의 문구' 급조" (2024.2.22 뉴스1)

"토끼가 아이 손가락을.. 동물원은 '주의 문구' 급조" (2024.2.23 SBS뉴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지난해로 표기, 확인 없이 베껴쓴 언론들 
 
2023년 2월에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토끼 물림 사건 글
 2023년 2월에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토끼 물림 사건 글
ⓒ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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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은 2월 22일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후배 아기가 동물원 토끼에 손이 물려 절단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면서 "글에 따르면 A 씨의 후배 가족은 아이와 함께 지난달 2일 제주도에 위치한 한 동물원을 찾았다가 이 같은 일을 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그의 후배 가족은 지난달 2일 제주의.." (2024.2.22 한국일보) "
"작성자 A씨는 자신의 후배 가족이 아이와 함께 지난달 2일 제주도..." (2024.2.22 중앙일보)
"작성자 A씨는 자신의 후배 가족이 아이와 함께 지난달 2일 제주도에.." (2024.2.22 매일경제)

다른 언론도 대부분 '지난달 2일'이라고 표기했습니다. 그러나 출처였던 온라인 커뮤니티의 원본 글에는 분명히 2023년 1월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밝혔고, 글 작성일도 2023년 2월이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거나 다른 기사들을 베낀 것으로 의심이 들수 밖에 없습니다. 

기자에게 문의만 했더라도 오보를 막을 수 있었는데

KBS제주 민소영 기자는 "1년 전 "토끼에 물렸어요"가 '지난달'로…오보 쏟아낸 '받아쓰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무려 1년 전 일어난 사건으로 당시 KBS가 보도까지 했지만 매체 십여 곳은 최근 일어난 일로 둔갑시켰다"면서 "한 매체에서 사실 확인도 없이 기사화하자 다른 매체에서 줄줄이 받아쓰기를 하다 빚어진 사고(!) 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민소영 기자는 "이 같은 오보는 사흘간 20건 가까이 쏟아졌다. 기사를 쓴 기자들이 최소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확인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며 "지난해 이 사건을 보도한 KBS 취재진에 "어찌된 일이냐"며 물어오는 다른 언론사의 연락도 있었는데 문의한 언론사는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민 기자는 당시 사건을 보도한 이유에 대해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을 맞기 위한 '체험형 동물농장'이 전국 곳곳에서 성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 자녀를 데려오는 부모 등 관람객도, 업주들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쓴 기사였다"면서 "해당 업장은 사고 이후 문을 닫았다"고 전했습니다. 

25일 민 기자가 "1년 전 사건을 지난달로 쓴 기사들은 모두 오보"라고 보도했지만, 26일 오전 11시까지도 네이버 포털에는 '토끼 손가락 절단', '제주 동물농장', '토끼가 아이 손가락 먹었어요', '동물원 사고 끔찍' 등의 자극적인 제목이 포함된 기사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기자들 커뮤니티에서 글 좀 그만 긁어와라", "기자들 일절 책임 지는 게 하나도 없다", "기자들 수준들 봐라. 이러니 가짜뉴스가 재생산이 쉽게 되는 거다"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오보, #제주토끼, #KBS제주, #미디어비평,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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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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