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챗지피티(ChatGPT)가 출시되고 인공지능(AI)이라는 키워드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AI는 글쓰기부터 코딩, 번역 이미지 및 동영상 생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보조 혹은 그 이상을 수행해내며 우리의 삶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뉴스에선 주로 어떤 AI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혹은 엔비디아(NVDIA) 같은 반도체 기업의 동향에 대해 주목할 뿐 정작 보통 시민들이 궁금해할, AI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편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인터뷰'는 이런 내용을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AI를 적극적으로 교육 현장에 도입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교사의 요청으로 인해 익명으로 소개하는 이번 인터뷰는 지난 1월 26일에 줌으로 진행했습니다. 현재 공교육 현장에 AI가 어떻게 도입되고 있는지, AI 교육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할 지 등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8년 차 초등 교사입니다. 현재 학교에서 교육과정 설계 연구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 요새 'AI 시대'라는 표현이 나오는 세상인데 AI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또 그 관심으로 인해 어떤 활동을 하게 되셨는지 설명해 주세요.
"0에서 10 중에 숫자로 나타내라고 하신다면 9 정도로 표현할 만큼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교육 현장에서 AI를 활용하면서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에 관심이 많아요.
또한 인공지능 교육학회에 참석하여 현재 교육 현장에 필요한 AI 교육 활동들을 탐색해 보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교육 박람회에 참석하여 AI 교육의 발전 현황을 둘러보기도 하는 등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 AI 기술을 수업에 통합하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경기도 용인 외곽에 위치한 소규모 농촌 학교에요. 그렇다 보니 주변 교육시설이나 문화시설도 부족한데, 학생 부모님께서 농업에 종사하시거나 또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자녀를 케어해 주시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력은 대체로 낮은 편이에요.
이런 환경에서 학습 지원이 필요한 학생의 기초학력 부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을 하던 찰나 AI 시스템으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대학원 수업을 통해 접하게 되었고, 유레카를 외치면서 AI 기술 기반 수업 방법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 교육/문화 인프라가 좋은 도시에서는 AI 교육의 효과가 부족할까요?
"대도시에도 AI 교육이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대도시 같은 경우에는 한 학급 인원이 30~35명 정도인데 교사 1명이 그 30명 각각의 학습 수준을 진단하고 평가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시해 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거든요. AI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학생별 수준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에 오히려 AI가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AI를 활용하여 수업 방법에 어떤 변화를 주셨나요? 그에 따른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I를 수업에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학습자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제가 활용한 AI의 경우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공하고, 제공된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분석해서 학생 수준을 진단하고 필요한 학습 내용을 추천하기도 하고, 취약한 학습 내용에 대해 학생이 반복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비슷한 문제를 여러 번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교사가 파악하고 학생에게 추가적인 교육을 진행하거나, 학부모님과 공유하여 학생의 현 수준에 알맞은 교육방향을 제시하는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학생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는 방법입니다. 작년에 저희 학교 독서 교육의 일환으로 1인 1책 만들기를 했어요. 학생들이 작가가 되어, 자기가 원하는 주제로 책을 한 권씩 만들어서 출판하는 수업이었어요.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가 좋아하는 소재 몇 개를 엮어서 뤼튼에 입력해 책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어요. 학생에게 부족한 역량을 채우는 데 생성형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 AI를 활용한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학생들의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습니다. 작년에 교육과정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학생들의 90%가 AI 교육 프로그램이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흥미로웠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AI 교육 도입 초기인 만큼, 새로운 공부 방법이 신기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해요.
학부모님들의 경우 AI 교육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신 학부모님들도 있었지만, 결국 반복적인 문제 풀이 학습이랑 무엇이 다르냐, 오히려 아이에게 추가적인 학습 부담을 줄 수 있지 않느냐고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 실제로 AI 도입 이후 학생들의 학습 성과나 참여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AI 교육을 주로 수학 과목에 도입했는데, 수학은 다른 과목보다 이전 학습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이후 학습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AI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학생이 부족한 부분만 따로 분석도 해주고, 반복학습도 시킬 수 있어요. 그 결과, 3월 진단 검사에서 28점을 받았던 학생이 한 학기 동안 56점으로, 56점을 받았던 한 학생은 82점으로 점수를 올랐을 만큼 AI 교육 프로그램이 효과가 높았습니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 교육활동, 교사의 격려 등도 학생들의 성적과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AI 시스템 도입이 분명 학생들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교사의 역할
- AI 교육의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AI 교육의 단점은 AI 학습 시스템을 활용하다 보니까 교사와 학생 간 면대면 상호작용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거예요. 초등학생들은 상호작용과 직접 만지고 체험하고 만들면서 배우는 게 사실 더 중요한데 태블릿으로 학습하다 보니 친구와 선생님과 직접 얼굴을 마주 보는 소통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또한, 현재 AI 관련 교육이 반복적인 문제 풀이에 좀 치우쳐 있고, 교사의 개입 여지가 많이 적어 능동적인 수업 설계가 어렵습니다. 2025년도에 나올 AI 디지털 교과서 등 이후 교육 현장에서의 AI 시스템은 교사들이 보다 자율적으로 수업 설계가 가능하도록 개선이 되어 나갔으면 합니다."
- 교육자 입장에서, 학생들이 AI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또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AI가 다 제시를 해주면 학생들이 생각할 능력이 떨어지게 되니까 사고하는 방법을 잃어버릴 수 있지 않느냐고 우려합니다. 하지만 저는 학생들이 학습에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AI가 제시한 내용에서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능력 저하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아까 책을 만드는 사례를 예로 들면, 학생들은 AI가 짜준 줄거리를 그대로 책으로 만들지 않고 창의력과 사고력을 발휘해서 내용을 수정해 책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지나치게 AI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연령을 제한하는 등 AI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교육부에서 정해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런 가이드라인이 확실히 나오기 전까지 학생들의 자율적인 AI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AI 기술 도입이 교사의 업무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었나요? 혹은, 앞으로 업무 부담이 줄어들까요?
"AI 시스템은 앞으로 교사들의 학생들의 학습이력 관리 및 학습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련한 업무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교사들도 AI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적응하고 나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도와주기 수월해져 업무 경감에 도움이 된다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제 AI 챗봇인 챗gpt나 뤼튼 등으로 교사가 처리해야 하는 여러 공문서 작업에도 도움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AI가 아직까지 그렇게 창의적이진 않아, 문서 작성 등의 한정적인 업무에서 보조적인 도움 정도만 받고 있네요."
- AI를 통해 교사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I가 많이 발달하게 된다면, 나중에 교사의 역할은 축소될까요? AI가 다 가르칠 수 있으면 나중에 교사는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AI는 절대 교사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현재 AI가 그렇게 똑똑하지 않을뿐더러 아무리 발달한다 하더라도 좋은 수업을 위해서는 교사의 개입이 필수적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을 관찰하며 적절한 때에 피드백해주고, 칭찬하고, 상담이나 피드백으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정서적 지원자로서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런 건 AI로 절대 대신할 수 없습니다."
- 교육현장에서의 AI에 대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제 AI 기술이 교육에 점차 도입이 되면서 교육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도입하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가진 기존 교과서와의 차별점은 공유형 플랫폼이란 점입니다. 이전에는 정해진 교과서로 수업이 진행이 됐다면,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학습 자료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즉, 이제는 학급이나 학교 상황에 알맞은 교과서 학습 자료가 새롭게 탄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AI 활용 수업이나 AI 디지털 교과서를 구성하는 것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인 AI 윤리나 저작권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필요해 보여요.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AI에 의존하지 않고 AI를 활용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특히 AI 시스템이 주는 편리함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세상을 바꾸는 인터뷰'는 시민기자 김민준 브런치, 연구활동가 김재경의 얼룩소, 캠페인즈에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