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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화재참사 시민추모비
▲ 시민 추모비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화재참사 시민추모비
ⓒ 박혜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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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외국인보호소, 출입국에선 '보호'당하다 사망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이런 죽음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을 때까지 우린 계속 기억하고 추모하겠다."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화재참사 17주기를 맞아 6일(화) 오전 11시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와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시민모임 마중 등 시민단체 소속 시민과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 등 40여 명이 추모비 앞에 모여 추모식을 했다.

추모식 참석자들은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추모 노래로 합창했다. 이어 솔샘중창단이 사회적 약자와 난민의 삶을 가사로 표현한 '지극히 작은 자에게'와 '우리 서로 함께 만나요'라는 노래를 창작해 불렀다.

참사 당시 수습 활동에 참여한 김왕규 목사(함께하는은현교회)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예전에 독일이나 중동에 나가 나그네로 살며 돈 벌어 지금처럼 잘 사는 나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그걸 잊고 이 땅 나그네들을 함부로 대해 그들이 비명에 가도록 조장, 방치하였다"며 참회의 기도를 했다.
  
추모곡 연습 중인 솔샘중창단. 뒷쪽에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보인다.
▲ 추모곡 연습 중인 솔샘중창단 추모곡 연습 중인 솔샘중창단. 뒷쪽에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보인다.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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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를 맡은 정한수 목사(전남동부NCC 회장)는 "철장에 갇혀 화마에 죽어간 이들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며, "지금도 이 나라에선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천대, 멸시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서 경제 지표는 추락하고 외국인 노동자 인권은 더욱 나빠졌다"면서 "현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인권 친화적으로 시급히 전환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죄인' 취급만 할 게 아니라, 우릴 찾아온 '손님'이자 '이웃,' 이 땅에 일하러 온 '노동자'로 정당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홍순 시인(순천희락교회, 목사)은 자작 추모시 '꽃도 구름도 없었다'를 낭송하며 고인들을 기렸다. 다음은 추모시 일부이다.

(전략)

꽃(불꽃)과 구름(연기) 볼 수 없던 날
와이어 자물쇠는 당신들의 꿈을
단단히 채우고 있었다
다음날 체불임금이 입금된 통장
그이의 이름은 사망
오동도는 소리 없이 떨어지는 꽃으로
더 붉은 섬이 되었다
당신들은 죄수가 아니다
수갑을 차지 마라
새우꺾기도 당하지 마라
가난한 이들이여
이제 여기 꽃과 구름이 건너지 못할 곳은 없으니
열 사람 이름이 낭자한 돌
햇볕 잘 쪼이는 한 평에 새긴
이국의 이름을 보라
우리들의 가난이 살아가고 있는
처절한 봄
붉은 이파리 하나에도 모독하지 마라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화재참사 제17주기 추모식 참석자들
▲ 추모식 참석자들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화재참사 제17주기 추모식 참석자들
ⓒ 박혜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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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활동가(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는 추모사에서 "지금도 외국인보호소, 출입국에선 '보호'당하다 사망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며, "이런 죽음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을 때까지 우린 계속 기억하고 추모하겠다"고 말했다. 마중 회원 여섯 명은 이날 추모식에 참석하고자 서울 경기 지역에서 함께 내려왔다.

참석자들은 참사 희생자 열 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 앞에 헌화하며 고인들을 기렸다.

한편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화재참사는 지난 2007년 2월 11일 새벽 3시 55분경 외국인 보호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보호 외국인 10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당시 보호동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당직 근무자들이 잠을 자거나 근무를 게을리하여 초기에 발 빠른 대응을 못 한 탓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태그:#여수출입, #화재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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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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