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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상징이자 자랑거리들이 모두 중화사대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15, 16일 찾은 대한민국 대표적인 전통 거리인 인사동과 대한민국 심장부 서울 광화문 지역 등은 필자가 보기에 그러했다. 

요즘 <노량> 영화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랑스러워할 만한 이순신 장군 이름은 한글이 아니라 충무공 이순신 장군 상(忠武公李舜臣將軍像)이라는 한자로 쓰여있다.(관련 기사: "이순신은 명나라 장수인가요?"... 한국학생도 외국인도 갸우뚱 https://omn.kr/23pwo ) 
 
대한민국 한복판의 한자 표기 조형물과 문화재, 1968년에 세운 이순신 장군상, 2007년에 세운 인사동 대표 예술품, 2023년에 내건 광화문 현판, 2009년에 설치한 앙부일구 등의 모습.
 대한민국 한복판의 한자 표기 조형물과 문화재, 1968년에 세운 이순신 장군상, 2007년에 세운 인사동 대표 예술품, 2023년에 내건 광화문 현판, 2009년에 설치한 앙부일구 등의 모습.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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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대표 조형물 붓에도 한자(大韓民國傳統文化藝術中心仁寺洞), 최근에 새로 건 광화문 현판 이름도 한자(門化光), 세종대왕이 한자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그림으로 시각 표시를 했던 앙부일구 시각 표시도 한자(卯辰.巳午未申酉)이다. 

모두 대한민국 공용문자이자 전 세계 문자학자와 언어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이구동성으로 격찬하고 놀라워하는 한글을 배제하거나 이류 문자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치 조선 시대 소중화를 자랑스러워했던 선비들처럼 말이다. 

이러한 조형물의 한자 사용은 단지 우리의 전통 재현이 아니라 중화 사대주의 맥락이라 문제가 심각하다. 한자가 필요하면 함께 적으면 되는데 아예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뿌리 깊은 중화 사대주의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필자의 주장을 경직된 주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근거를 생각해 보자. 

이순신 장군상은 1968년에 세워진 것으로 이는 한글 반포 522년 만에, 1948년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한글전용법) 시행 20년 후에 세워진 것이다. 인사동 조형물은 2007년에 세워진 것으로 이는 한글 반포 561년 만에, 1948년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시행 59년 만이다. 광화문 현판은 2023년에 내건 것으로 이는 한글 반포 577년 만이고, 1948년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시행 75년 만이고 2005년 국어기본법 시행 18년 만이다. 광화문 한자 현판은 원형 글씨가 조선말 글씨의 복원이다. 앙부일구는 2009년에 세운 것으로 이는 한글 반포 563년 만이고 1948년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시행 61년 만이다. 

개인이건 단체건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부족한 것도 더욱 포장하고 과장하는 것이 본성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상황은 한국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셈이다. 저들 조형물들이 한글 대신 한자를 내건 것은 단지 한자가 전통이어서가 아니라, 조선 시대에 한글보다 한자를 더 권위 있고 가치 있는 문자로 여긴 역사를 21세기에 그대로 재현하거나 따른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단순한 실수로 여길 수 없는 이유이고 더욱 무서운 것은 중국의 중국 내 소수민족 역사 강제 흡수 정책인 동북공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20년간 사업을 하고 있는 윤준식씨는 일부 자신이 만난 중국인들은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음을 자랑스러워한다며, 그 근거로 한국의 한자 사용을 예로 든다고 말했다.

이제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국가의 주요 문화재와 상징물을 한류 열풍의 중심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자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인 한글로 표기하고 필요한 한자는 병기하도록 하자.

태그:#사대주의, #광화문, #이순신장군, #인사동, #앙부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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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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