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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부터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지난 연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투코리아'란 단어를 언급했다. 새해 들어 북한은 해안포 사격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자신들 주적이고 전쟁 피할 생각 없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투코리아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들어보려 지난 11일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센터장과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무력 충돌 가능성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2024.1.10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2024.1.1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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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들어 북한이 해안포 사격을 하는 등 한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새해부터 서해에서 남과 북이 포사격 훈련해서 한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다만 이것은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라기보다 지난해 11월 남북 군사합의가 사실상 파기되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현재는 북한이 수위 조절하면서 남측의 반응을 타진하는 것으로 평가가 됩니다. 긴장이 고조되는 추세가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간다면 무력 충돌 가능성이 있어서 우려감이 더 커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 9.19 군사합의가 파기 전에 북한 도발이 없었나요? 아니었던 것 같거든요. 

"지난해 11월 이전에는 아무런 일이 없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사실 지난해 11월 이전에도 북한이 서해 완충지역 구역에 포사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문제가 있었지만 군사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거죠."

- 지난해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한 데 이어 윤석열 정부도 사실상 백지화했는데.

"백지화라고 하는 부분을 그런 취지로 설명하는데, 사실 9.19 군사 합의는 이미 11월에 사실상 파기된 상태입니다. 당시 남한은 일부 조항에 대해 효력 정지를 선언했고 직후에 북한이 전면적인 합의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북한이 파기를 먼저 선언하고, 한국은 이에 대응해서 백지화했다고 볼 수 있지만 군사합의의 특성상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군사합의의 경우 서로 연동성이 강해서 특정 부분을 따로 떼어놓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남한의 부분적 효력 정지는 전체적인 효력 정지와 사실상 의미가 같은 것이고 사실상 파기에 해당하는 조치였어요.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11월에 이미 합의 파기는 시작이 됐습니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지는 문제가 있어요. 남북 간에 합의된 문건에 대해서 파기의 책임이 누구인가라고 할 때 북한은 남한을 비난하는 것이고 또 남한은 또 북한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논리적인 구조가 생겼습니다."

- 해안포 사격에 대해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은 7일 담화를 통해 6일 서북 도서 지역 포사격과 관련해 포성을 모방한 폭약 터뜨리는 기만 작전을 펼쳤는데, 우리 군이 속아 넘어갔다고 주장했어요.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저는 부분적으로 김여정의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아요. 왜냐면 북한이 포성을 모방한 포격 터뜨리고 남측을 기만해서 북한이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거죠. 남한 조롱하는 담화를 한번 내기 위해서 그런 일을 했다면 그건 쓸데없는 자원 낭비죠. 담화 한 번 내려고 뭐 하러 돈을 써요? 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거 많잖아요. 조롱할 수 있는 거 많잖아요.

우리 군이 속아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어요. 근데 저는 그것에 대해서도 우리 군대를 탓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지금 남과 북은 대치하고 있고 최근에 분위기 험악합니다. 우리 군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에서 포사격과 유사한 소리가 나면 그게 최종 확인되기 전까지는 포사격으로 간주해서 대응해야 됩니다."

- 김여정은 왜 그렇게 말한 걸까요?

"조롱하는 담화를 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조롱할 담화를 생각한 게 아니고 북한의 부대에서 우연히 폭격 터뜨리는 상황을 냈을 때 남쪽의 반응이 생각과 달라서 그걸 활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아주 다양한 형태의 비난, 조롱, 협박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것 중에 하나라고 보면 되죠."

-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2월 30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투코리아 발언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들으셨어요?

"이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정책 노선을 획기적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 발언 중에 문제가 된 게 세 가지 문장이 있죠. 첫째는 남과 북은 동쪽이 아니라 서로 싸우는 두 개의 교전국 관계고 이것과 관련해서 남과 북의 통일은 영원히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남반부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된다는 것인데, 문장 간의 모순입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한국 정부 특히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에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한 분노 실망 그리고 북한의 대남 정책 실패에 따른 자괴감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표현이에요. 그리고 북한이 국가 특성상 두 국가 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한계가 내재돼 있다는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봐요."

"투 코리아 언급한 이유는..."

- 무슨 뜻인가요.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독재 체제 나라잖아요. 김정은 위원장이 독재할 수 있는 근거가 뭔가요? 북한의 논리에 따르면 주체혁명 위업을 달성해야 되기 때문이에요. 주체 혁명 위협은 무엇이냐면 외부의 강대한 제국주의 국가 미국이죠. 미국 제국주의가 한반도를 옛날에 침략해서 전쟁이 났고 전쟁의 결과 북반부를 지켰는데 남반부는 뺏겼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남쪽 강점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시키고 미국 통제 하에 있는 남쪽의 동포 해방시키는 게 국가와 민족의 목표가 돼야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두 국가 관계를 채택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독재를 할 수 있는 권력의 정당성이 사라지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이 나이 어린 김정은 위원장을 수령으로 모시고 독재 체제의 폐해 부작용 감내야 될 이유가 사라지는 거예요. 그러면 북한에서 정치적인 소요 사태가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죽는 시나리오라는 거죠. 그걸 왜 하겠어요?"

- 그러면 왜 투 코리아를 언급했을까요?

"맥락을 전체적으로 보면 가정문이 있습니다. '남한의 지도자들이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외세와 야합하고 또 북한을 흡수통일하겠다는 구상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제시하는 합리적인 통일 방안 거부하니까 통일이 안 된다. 그러니까 화해와 통일의 대상이 아니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라고 주장하는 거란 말이에요. 가정문 내용을 고려하면 외세와 야합하지 않고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흡수통일을 정책으로 채택하지 않으면 다른 상황이 벌어지잖아요.

김대중 대통령 때 주적으로 규정했습니까? 아닙니다. 외세와 야합을 했습니까? 아닙니다. 한미 동맹을 했지 외세와 야합한 건 아닙니다. 흡수통일하겠다고 김대중 대통령이 선언했습니까? 안 했습니다. 그런 걸 봤을 때 남한의 대북 정책에 있어서 주적으로 하고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한 강력한 불만을 굉장히 높은 수위로 표현했다고 봅니다. 남쪽의 대북 정책이 북한에서 봤을 때 수용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면 대화와 협상의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 지금 말씀드린 이런 논리에서 맥락이 포함돼 있는 겁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남반부 전 영토를 평정하는 대사변 얘기하잖아요. 두 국가 관계라면 왜 남의 나라를 평정합니까? 그건 일방적인 침략이잖아요. 그럼, 왜 그런 걸 합니까? 자기 나라라고 생각하니까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니까 평정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한 말의 문장을 보면 한쪽에서는 두 국가 관계라고 교전 국가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내 나라 내 땅이라는 말이 같이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중에 두 국가 관계를 채택했다고 말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만 본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의 전체 맥락을 전체적으로 이해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정은 위원장이 '대한민국은 우리의 주적이다.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라고 했다던데.

"북한이 남쪽에 비해서 잘할 수 있는 게 말싸움밖에 없어요. 경제력으로 경쟁하면 우리가 100대 2로 다 이깁니다. 군사력으로 경쟁해도 재래식 군비로 따지면 거의 뭐 100대 10 차이가 날 거예요. 그러나 말싸움은 돈이 안 들잖아요. 그러니 말싸움하는 거죠. 그리고 말싸움을 누가 먼저 시작했습니까? 주적이라고 규정한 게 누굽니까?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 그런 거 잖아요.

결국 김 위원장 발언은 윤석열 정부가 주적이라고 공식적으로 주장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보입니다. 말싸움하면 북한이 질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북한하고 말싸움하는 건 바보짓이에요. 뭐 하러 북한이 유리한 게임을 합니까? 우리가 유리한 게임은 대화와 협상 통해서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길 열어가는 거예요"

- 올해 한국의 총선과 미국 대선이 있잖아요. 거기 영향 미치려는 것이란 관측도 있는데.

"감각적으로 본다면 북한도 한국의 총선이나 미국 대선에 영향 미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북한 문제를 20년 이상 관찰했는데 과거 사례나 현실적인 여건 정밀히 분석하면 북한이 영향 미칠 수 있는 역량이 없어요. 그리고 북한이 남한 총선이나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가시적인 노력을 한 적도 거의 없어요.

북한이 남한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무력시위 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겁니다. 이런 경우 남한에서 유권자들이 전쟁 발발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불쾌감과 보복 의지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클까요? 불쾌감이 훨씬 클 것입니다. 그러면 보수진영 후보가 이득입니까? 진보 진영 후보가 이득입니까?"

- 보수 아닐까요. 

"북한이 보수 진영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왜 추진합니까? 그런데 반대로 북한이 유화적인 정책을 펴서 진보 진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건 더 어렵습니다.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 북한의 대남 협상력이 약화됩니다. 북한이 남한하고 대화하고 협상하는 이유가 뭡니까? 이득을 노리는 겁니다. 그런데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 북한은 협상력이 낮아지게 돼 있어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 남한에서 북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지 않고 단순히 존재감만 사라집니다. 단순히 관심사에서 배제만 돼요. 그걸 북한이 왜 원합니까? 이래도 저래도 다 안 좋아요. 할 수 없이 가만히 있어야 됩니다."

- 윤석열 정부와 김정은 정권이 뭔가 있을 가능성 없을까요?

"저는 윤석열 정부가 그런 시도를 할 거라고 보고요. 김정은도 그것에 대해서 한국말로 간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면 이명박 정부 때도 겉으로는 굉장히 강경 정책으로 북한 자극하는 언행을 했는데 막후에서는 대화를 제안하고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게 지금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 주요 참모들이 가진 북한에 대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과 일본 간의 물밑 접촉 했다고 하는 보도가 이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가능성 배제할 수 없지만 북한이 그런 물밑 접촉에 적극적으로 응할 가능성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제가 궁금한 거 뭐냐 하면 물밑 접촉으로 인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총선에 영향 주려는 것 아니냐는 거죠.

"그게 1996년 4월 총선 얘기입니다. 그때 그런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는 거예요. 이게 증거는 없어요. 그런데 그런 시나리오가 과연 누구에게 유리한지 그것이 실행 가능한지 그리고 그것이 비밀이 지켜질 수 있겠는지 같은 것도 봐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이라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해놓은 여러 가지가 있고 또 북한이 그걸 보고 신냉전 외교라고 해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대해 물밑 접촉을 하면서 접근하는 배경에는 대북 강경 정책을 펴면 북한이 굴복하고 나온다는 믿음이 있는 거예요. 근데 지금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북한의 도움을 바라는 거잖아요. 이거 북한에 되치기 당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때 물밑 접촉한 거 북한이 폭로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물밑 접촉 가능성이 있다고 한 건 총선거를 앞두고 서로가 선거에 악용하고 이런 차원이 아니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이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이 굴복했다'는 반응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보고요. 김정은 위원장도 정반대 방향에서 똑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지금은 물밑 접촉의 시도는 있겠지만 서로가 가지고 있는 패가 너무나 달라서 물밑 접촉이 성사되지는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 올해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내다보세요.

"매우 유동적이어서 전망이 참 어렵네요. 윤석열 정부가 대내외 외교 안보 정세 분석을 정확하게 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한반도 정세가 호전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현재처럼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죠. 한반도는 불안한 곳이고 전쟁이 날 수도 있는 불안한 곳이라는 국제적인 인식이 재확산되는 겁니다.

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새로 진입한 멋있는 선진국, BTS의 나라, 코로나를 멋있게 극복한 정말 모범적인 나라였는데 또다시 전쟁이 날 수도 있는 나라 방문하기가 좀 불편한 나라 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안보와 경제 분야가 모두 불안한 방향으로 이동할 텐데 그렇게 하지 말고 단호한 정책과 더불어서 온건한 정책도 같이 적절하게 배합해서 국가 이익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하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왕선택, #한반도, #투쾨리아, #해안포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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