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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정도 키운 구피 어항, 반려동물, 반려 식물처럼 우리에게 기쁨과 위로를 준다.
▲ 우리 집에서 키우는 반려 물고기 5년 정도 키운 구피 어항, 반려동물, 반려 식물처럼 우리에게 기쁨과 위로를 준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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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반려동물 대신 반려 물고기를 키운다. 벌써 5년 정도 된다. 처음에는 함께 근무하는 교직원이 구피 여섯 마리를 분양해 주었다. 암수 세 쌍씩이다. 마트에 가서 작은 수조와 인조 물풀을 샀다. 구피밥도 사며 잘 자랄지 걱정되었다.

물고기를 처음 키우기에 구피를 분양해 준 교직원에게 밥 주는 법, 물 갈아주는 법 등을 늘 물어보며 배웠다. 시간 있을 때마다 어항을 들여다보며 잘 자라길 기원했다. 어항에서 헤엄쳐 다니는 구피가 손자처럼 기특했다.

구피는 번식력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 집 구피는 식구가 늘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난 후에 처음 구피를 분양해 준 교직원에게 이야기했더니 구피 네 마리를 더 주었다. 그러며 물을 너무 자주 갈아주지 말라고 했다. 구피가 물풀에 알을 낳으니 물풀도 넉넉히 넣어주라고 했다.

아무래도 어항이 작은 것 같아서 조금 큰 어항으로 바꾸어 주었다. 처음에 어항을 살 때 어항값이 생각보다 비싸서 작은 어항을 산 것이 후회되었다. 인조 물풀도 조금 많이 넣어주고 산소 호흡기와 조명도 설치해 주었다. 정전을 대비해서 스킨답서스도 잘라서 한쪽에 넣어주었다. 스칸답서스는 잘라서 물 꽂이를 해주면 뿌리가 나와서 정전이 되어도 산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어느 날 남편이 어항 물을 갈아주다가 아주 작은 물고기를 발견하고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나도 너무 반가워서 사진 찍어서 보내 보라고 했다. 아주 작은 새끼 구피 세 마리가 있었다. 그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우리 집 어항에 물고기 식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의 50마리가 되더니 늘 새끼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게 되었다. 남편이 아무래도 어항을 더 큰 것으로 바꾸어 주어야겠다고 말했다. 어항값도 만만치 않았지만, 비좁은 집에서 키울 수 없어서 정말 큰 집으로 바꾸어 주었다. 어항이 넓으니 구피도 좋은 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활발하게 헤엄쳤다. 지금은 100마리가 넘게 식구가 늘었다.
 
남편은 물을 빼고 넣어주는 펌프도 구입하여 아주 과학적으로 물을 갈아준다. 정말 아이디어가 훌륭하다.
▲ 구피 어항 물 갈아주는 남편 남편은 물을 빼고 넣어주는 펌프도 구입하여 아주 과학적으로 물을 갈아준다. 정말 아이디어가 훌륭하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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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어항 물을 갈아주기 위해 여러 가지 장비를 구입했다. 어항이 커서 들고 욕실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을 빼고 넣어주는 펌프도 구입하여 아주 과학적으로 물을 갈아준다. 정말 아이디어가 훌륭하다. 어항물을 갈아주니 구피도 좋은지 활발하게 움직인다.

물고기도 스트레스받으면 아프다

우리 집에는 주말이면 쌍둥이 손자가 온다. 남자 쌍둥이 손자다 보니 개구쟁이다. 그동안은 어항에 손이 닿지 않아서 쳐다보기만 하더니 다섯 살이 되더니 훌쩍 자랐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다가 장난기가 발동하면 구피 어항 옆으로 살금살금 가서 어항을 탁 치고 온다.

구피가 놀라서 파닥파닥 뛰어 풀 속이나 어항 구석으로 숨는다. 도망가다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바로 발견하면 얼른 어항 속에 넣어주지만, 가끔 튀어나온 물고기를 못 보면 몸이 말라서 죽는다. 손자에게 못하게 하지만, 한두 번 장난하면 구피도 손자를 알아보고 손자가 어항에 다가가면 어항을 때리지 않아도 쏜살같이 숨는다.
  
영리한 구피가 "구피야, 밥 먹자." 하고 혀를 똑똑똑 차면 물 위로 모여든다.
▲ 구피 먹이 주는 모습 영리한 구피가 "구피야, 밥 먹자." 하고 혀를 똑똑똑 차면 물 위로 모여든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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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구피가 참 영리하다. 손자가 다가가면 숨지만, 아침에 밥 주려고 다가가서 "구피야, 밥 먹자" 하고 혀를 똑똑똑 차면 물 위로 모여둔다. 어서 밥 달라고 야단이다.

손자가 돌아가고 나면 가끔 죽는 물고기가 발생한다. 작은 물고기보다는 어른 물고기가 죽어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 같다. 반려 동물이 아프면 동물병원에 가는데 반려 물고기가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지 궁금해졌다.
   
12월 초에 TV를 시청하는데 뉴스에서 물고기 병원 의사 인터뷰를 해서 귀가 쫑긋해졌다. 출근 준비하다가 시선을 고정했다. 서울에 유일하게 물고기 병원이 한 곳이 있다고 한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가족처럼 인식하지만, 물고기는 죽으면 버리는 소모품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물고기가 아플 때 돈을 들여 치료하려는 사람이 없는 거죠. 그래도 요즘 생명 존중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면서 물고기를 반려동물로 여기는 분들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최상호 물고기병원 원장)
 
물고기도 동물처럼 반려어인 요즘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 근무지에 있는 어항 물고기도 동물처럼 반려어인 요즘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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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물고기가 아프면 반려동물처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려어 치료 과정은 대체로 수질 검사, 기생충 검사, 분변 검사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약을 처방하는데 일부 물고기는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하기도 하다.

물고기 병원 소식으로 반려 물고기, 즉 반려어를 키우시는 분들에게 좋은 소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생명은 소중하기에 작은 물고기 생명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수 있습니다.


태그:#물고기병원, #반려물고기, #반려어, #구피어항, #최상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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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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