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 벌이는 양팀 이강인이 7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상대팀 선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신경전 벌이는 양팀 이강인이 7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상대팀 선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클린스만호가 아시안컵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개운치 않았던 몇몇 장면들은 대회 우승을 노리는 대표팀에게는 복기해야 할 숙제도 남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월 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뉴욕 유니버시티 스타디움에서 이라크를 상대한 A매치 친선 경기에서 이재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로테이션으로 1, 2진을 고르게 가동하며 전력을 점검했다. 전반에는 오현규, 이재성, 정우영, 홍현석, 정승현 등 출전시간이 적었던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선발로 나섰다면, 후반에는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이강인, 조규성 등 핵심 주전멤버들이 투입됐다.
 
한국은 이날 상대인 이라크보다 중동 심판들의 이상한 경기운영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후반 20분 이강인의 키패스를 이어받은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완벽한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으나 골키퍼의 손에 걸려 넘어졌다. 중계화면에는 이라크 골키퍼가 손흥민의 발을 붙잡는 모습이 명백하게 잡혔다.
 
당연히 페널티킥 상황이었지만 UAE 국적의 주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쉬움을 표현했으나 VAR이 없어서 판정번복도 불가능했다.
 
더 황당한 장면은 경기가 막바지를 향해가던 후반 40분에 나왔다. 이강인이 오른쪽 사이드라인에서 볼 경합을 벌이다가 이라크 선수와 충돌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상대 선수는 이강인의 얼굴을 팔꿈치로 강하게 밀어내는 보복성 플레이를 지절렀다. 이에 이강인이 노려보자 흥분한 상대는 재차 이강인에게 박치기를 하고 밀어냈다. 두 번이나 잇달아 가격당했음에도 이강인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반응을 자제했고, 부심이 두 선수를 말리며 떼어냈다.
 
그런데 주심은 상황이 정리된 후 두 선수 모두에게 경고를 꺼냈다. 이강인은 앞서 경고를 한 장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경고 누적 퇴장을 당했다.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가격 당하고도 오히려 참았던 피해자인 이강인이 똑같은 경고를 받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심판이 가까이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보복성 폭력을 저지른 이라크 선수는 다이렉트 퇴장을 줘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한국은 이강인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열세에도 불구하고 1-0 승리를 지켜내기는 했지만 찜찜함은 남았다. 이러한 중동발 비매너 플레이와 오심이 아시안컵에서도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은 무려 64년간 아시안컵에서 번번이 우승에 실패하는 동안 중동팀들에게 발목을 잡히거나 중동에서 열린 대회에서 고전한 경우가 많았다. 중동팀들은 이기고 있을 때는 침대축구, 지고 있을 때는 거친 플레이와 고의적인 도발 등으로 심리전에 능하다. 여기에 중동 심판들을 둘러싼 오심이나 편파판정 논란도 악명이 높다.
 
이번 대회 역시 중동국가인 카타르에서 열린다. 다행히 한국축구가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통하여 이미 현지경험을 쌓았고, 아시안컵에서는 VAR도 있다. 하지만 손흥민-이강인 등 한국축구의 간판선수들을 노린 집중수비나 신경전 등은 아시안컵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손흥민처럼 상대의 도발이나 심판판정에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이강인의 경고누적 퇴장 상황에서 보듯 신중한 카드관리도 필수적이다.
 
또한 플랜 A와 B 사이의 전력차를 확인한 것도 숙제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베스트11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서야 처음으로 로테이션을 가동하여 1.5군을 실험했다. 하지만 시즌 중인 유럽파에 비하여 K리그 일정을 마치고 휴식중이었던 국내파 선수들의 움직임은 무거워 보였다. 특히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소속팀에서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풀백 이기제의 경기감각은 크게 떨어져 있었다.
 
아시안컵에서 조규성의 뒤를 잇는 두 번째 공격수 역할을 맡아야 할 오현규의 침묵도 걱정거리다. 오랜만에 선발출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전반적으로 유럽파 중에서 가장 아쉬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유럽 2년 차를 맞이한 오현규는 올시즌 셀틱의 사령탑이 교체되면서 주전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최정상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손흥민이나 황희찬, 소속팀에서 꾸준히 득점포를 가동한 조규성을 대체하기에는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만 확인했다. 전임 벤투 감독 시절부터 꾸준히 A대표팀에서 기회를 얻었지만 A매치 8경기에서 아직 무득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지금까지 조규성, 황의조, 오현규 세 명만을 줄곧 기용해왔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최근 황의조가 최근 사생활 논란에 휘말리며 태극마크를 잠정 박탈 당하는 악재가 발생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끝까지 대체 자원을 발탁하지 않았다. 주민규, 이승우, 나상호 등 K리그에서 활약하는 공격수들은 외면을 받았다.
 
만일 주전 스트라이커인 조규성이 아시안컵에서 부상이나 경고 누적으로 못 뛰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물론 윙어인 손흥민이나 황희찬이 유사시 최전방도 소화할 수는 있지만, 클린스만호에서는 이 전술을 제대로 실험해본 적이 없다. 결국 대표팀은 A매치 득점기록이 제로(0)인 선수를 두 번째 공격수로 낙점하고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게 됐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건 클린스만호는 이제 결과로서 증명을 해야하는 일만 남았다. 이라크전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불안요소들이 아시안컵을 앞두고 귀중한 예방주사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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