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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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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여성 피고인에게 반말로 "반성문 그만 쓰고 몸으로 때우라"고 말했다. 또한 "피고인, 고개 들어봐 나 알지?", "영장심사할 때 기록 봤는데 유죄 맞는데 왜 우겨?"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판사는 10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를 받은 법관 중에서 평균 점수 최하위를 기록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5일 2023년 법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변호사회 회원 2만2000여 명 가운데 2341명이 수행했던 소송사건의 담당판사들을 평가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일정 수 이상의 회원으로부터 평가받은 법관은 1402명으로, 변호사회는 우수법관 109명, 하위법관 20명을 선정했다.

강경표 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부장판사가 100점 만점 기준 평균 100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허선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3번째 우수법관에 선정됐다. 김세종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유창훈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도 2번째 우수법관에 선정됐다.

변호사회는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109인에 대해 제출된 사례를 보면 치우침 없는 충실한 심리, 충분한 입증기회 제공, 철저한 재판 준비, 경청과 충분한 배려, 적극적인 소통 등이 우수법관의 요건임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문제 사례 살펴보니

변호사회는 평가 하위법관 20명을 선정했는데, 이름을 밝히지 않고 사례만 공개했다. 이 가운데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7차례 하위 법관에 선정됐다.

변호사회는 이 판사와 관련해 "기록에서 이미 증거로 증명하였고, 상대방도 다투지 않는 사실관계를 여러 번 잘못 파악하여 변론기일에서 구두로 언급했으며, 조정을 진행하자고 하면서 변론기일에 당사자에게 윽박지르거나 빈정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또 대리인이 담당한 사건 외에 앞, 뒤 사건들에서도 조정을 강요하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사례가 접수됐다"라고 밝혔다.

5년간 3차례 하위법관에 선정된 서울동부지방법원 한 판사의 경우 소명 기회를 부여해도 소명하지 않아, 변호사회 차원의 대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변호사회는 문제 사례로 당사자나 소송관계자에 대한 고압적인 언행을 하거나 예의 없는 언행으로 망신이나 모욕을 주는 경우 등을 꼽았다.

한 판사는 변호인의 보석신청에 대해 "나는 풀어줄 생각이 없는데 왜 보석신청을 했느냐"고 화를 내고, 변호인이 구두변론을 하려고 하자 "들을 필요가 없다"면서 변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원고와 피고를 바꾸어 기재한 경우도 있었다. 한 판사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라고 선고했고, 피고와 그 배우자는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한 뒤 법정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피고를 다시 법정으로 들어오라고 한 뒤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면서 선고를 번복했다. 이후 판결문에는 원고와 피고를 바꾸어 기재한 부분이 상당수 존재했다.

또한 사실혼 관계였던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분쟁으로 소장에는 둘 사이에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는 주장만 언급됐는데, 판결문에는 피고에게 유리한 근거로 '피고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 기재했다. 판사가 소장이나 준비서면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판결한 셈이다.

태그:#법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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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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