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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과 지원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하자 기뻐하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과 지원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하자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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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2차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는 지난 21일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일제 강제동원의 책임이 일본 기업에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의미와 남은 과제를 짚어보고자 지난 27일 강제동원 피해자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임 변호사와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2차 소송 원고 승소 판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세요?

"피해자의 권리를 인정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소송대리인으로서 기쁘고 좋은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대법원판결은 사실 2018년보다 조금 더 진보된 또 별도의 법리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반가운 측면이 있습니다."

-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이건 민사 소송이고 또 피해자분들이 한 번에 다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라 소송 제기했던 시점들이 나눠져 있습니다. 이번에 대법원 판결 난 게 2012년 이후 제기됐던 소송들인데 2018년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로 확정된 이후에도 추가로 제기된 소송들이 있어요. 소송 제기된 시기가 다양해서 소멸시효도 쟁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판결에서 그 부분을 정리해 줬고 2018년 이후에 제기됐던 소송들도 대부분 원고의 그런 권리들이 소멸시효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최초로 언급했기 때문에 저는 피해자의 권리를 굉장히 두텁게 보호해 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그럼 소멸 시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2018년부터 3년 이내에 제기된 소송들의 경우 피고인 일본 기업이 소멸시효 항변하는 것이 인정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피해자의 권리가 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됐는지 안 됐는지에 대한 판단이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봤던 거거든요. 2018년 10월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 권리가 65년 협정으로 소멸되지 않았더라는 판단이 확실해진 것이고 그때부터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때로부터 3년 안에 소를 제기했던 것들은 소멸시효가 문제 되지 않을 걸로 예상합니다."
 
임재성 변호사
 임재성 변호사
ⓒ 임재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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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지연된 건 아닌가요. 1차 소송은 사법농단으로 지연되었잖아요.

"처음에 소 제기했을 때부터 대법원 확정 때까지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는데요.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앞서 2018년 대법원판결 때 2차 소송의 항소심이 진행될 때였었는데 2018년 대법원 판결도 굉장히 늦게 났어요. 사법농단 재판 거래 때문에 대법원에서 5년 동안 붙잡고 있었던 건데 대법원에서 오래 붙잡고 있으니까, 하급심에서도 '대법원이 이렇게 오래 붙잡고 있는 걸 보니 뭔가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 그걸 한번 지켜보자'란 식의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1년 정도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고 추후 지정되기만 했거든요. 그러다 2018년 10월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고 다시 재판이 재개됐어요. 1차 소송의 사법농단 때문에 2차 소송 역시도 재판 절차 지연이 한 1년 정도 있었죠. 

그리고 둘째, 일본 외무성의 송달 방해로 한 2년 정도 까먹은 게 있습니다. 이게 2018년 대법원 판결 나온 다음부터 일본 외무성이 강제동원원과 관련된 재판 서류를 피고에게 송달해주지 않았어요. 민사소송은 서류가 송달되어야 절차가 진행되는 건데 서류를 송달해주지 않으니까 역시 또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3년 정도는 당길 수 있었던 재판이었는데 양승태 대법원 시절에 벌어졌던 사법농단 그리고 일본 외무성의 송달 방해 때문에 3년 가까운 시간은 분명 지연됐죠."

- 피해자 전원이 사망한 상태에서 대법원판결이 나온 거로 알거든요.

"맞습니다. 피해자 전원 사망하셨고요. 실제로 최초에 소 제기했을 때는 다 생존해 계셨던 피해자들이셨는데 결국 다 사망하신 상태로 그 유족분들이 판결을 확인하시고 또 안타까워하셨습니다."

- 유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이전에 대법원 판결이 있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저희가 말씀 드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사실 재판이라는 건 판결이 나와야 안다는 마음도 가지셨던 것 같아요. 결국 피고 일본 기업이 불복했던 게 기각되고 원고가 승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니까 다들 기뻐하셨고요. 기본적으로 부모님들 판결인 거잖아요. 부모님들이 이 판결의 마지막을 보고 돌아가시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하셨죠."

- 이번이 두 번째잖아요.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지나요?

"1차 소송이 있고요. 그게 2018년에 대법원에서 선고되었던 2000년대 초반에 제기된 소송들이고 지금 나오는 것들은 2012년 1차 대법원판결 이후에 제기된 소송입니다. 그래서 이게 지금 9건 정도 대법원에 가 있는데 2차 소송들은 그게 줄줄이 판결이 선고될 걸로 저희는 예상하고요."

- 일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1일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재판 결과가) 매우 유감이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 같은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늘 하던 얘기고 그냥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건데요. 비논리적이고 비법률적인 주장입니다. 사실 프로파간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게 아니라 일본 측 해석과는 다를 수 있겠죠. 한국 측에서 이 청구권 협정을 해석할 수 있는 최고의 권한은 사법부에 있는 거고요. 사법부가 반인도적 불법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판단을 한 거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 누구도 존중해야 될 최고의 권위 있는 해석입니다. 이 청구권 협정은 양자가 체결한 거잖아요. 그럼 한국도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거고 일본도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건데요. 일본 측 해석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건 OK입니다. 근데 마치 일본 측 해석을 빼고 협정에 그런 명문의 규정이 있는데 그것에 반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비논리적이죠."

- 한일 청구권 협정에 강제동원 부분 어떻게 나오나요?

"모든 청구권에 대한 표현이 있는데요. 모든 청구권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쟁점인 것이고요. 일본 측은 모든 청구권에 강제동원된 사람들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고 우리 대법원은 당시의 의사록들을 다 살펴봐도 불법 행위에 대한 합의가 없었고 불법 행위에 대한 합의가 없었는데 그 불법 행위로 발생하는 청구권이 어떻게 여기에 포함될 수가 있겠느냐죠. 심지어 당시에 일본은 식민지 불법성이나 불법 지배를 모두 부인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모든 청구권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해석의 차이인 거고요. 당연히 그 모든 청구권에 대해서는 양자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죠."

- 윤석열 정부 입장은 제3자변제안인데 거기 일본에서 낸 돈은 없잖아요. 더구나 돈도 부족한 것 같은데.

"일본이 낸 돈이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사실 한국 측이 낸 돈이라고 할 때도 이게 포스코가 낸 40억 원이 거의 절대 다수예요. 사실 다른 곳에서 낸 돈이 얼마인지 제가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지만 채 1억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낸 돈도 사실 이전에 약속했던 돈인데 집행되지 않았던 거예요. 실제로 정부의 제3자 변제 안이 발표된 이후 새롭게 한국 기업의 이사회의 의결로 올라가 돈이 집행된 것은 없다고 봐도 되고요. 그러니까 일본 측만 낸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사실상 한국 기업들도 새롭게 뭔가를 결정해서 출연한 돈은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통상적으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외교부가 바로 연락 와서 '우리가 피해자분들 만나서 정부의 안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라고 연락할 줄 알았는데 대법원판결이 난 지 벌써 일주일인데도 외교부 측으로부터는 전혀 어떤 연락도 없습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과 지원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 참석하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과 지원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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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차 소송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2019년 7월 일본이 경제보복 했잖아요. 이번에도 가능성 있을까요?

"사실 그때는 피해자들의 집행 절차가 계속 진행이 됐고 그 집행 절차에 대한 일본의 보복이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은 만약 피해자들이 집행 절차를 계속 진행하면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집행 절차 멈추기 위해서 조치를 취할 것이고요. 그래서 그런 경제 보복을 다시 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 정부에 계속 '니네들이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요구 하겠죠."

- 일각에선 한국 정부를 두고 '일본 대변인이냐'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해요. 

"지금, 이 강제동원 문제에 있어서 사실상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의견이 일치해 있죠. 그러니까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일본은 판결을 비판하고 이 한국 정부에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 1차 소송에서 양금덕 할머니 등은 제3자변제안을 거부했고 정부는 공탁하려고 했지만, 법원이 거부했잖아요. 그럼, 그건 어떻게 되나요?

"항고심이라고 하는 쉽게 말하면 2심에 가 있고요. 정부의 제3자 변제 공탁이 위법이라는 법관들의 판단들이 다 나왔습니다. 전국 각지 법원에서 그런 걸 정부가 다 불복해서 항소심인 2심에 가 있고 아직 판단이 나온 건 없습니다. 그래서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건데 저희로서는 이미 첫 번째 이의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굉장히 논리적이고 법리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정부가 과연 이걸 뒤집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고요. 결국 지금 정부는 논리도 돈도 없는 상황이에요. 논리가 그러니까, 법률적인 논리도 없는 상황에서 제3자 변제 받지 않겠다는 피해자들의 손에서도 어쨌든 판결을 뺏어야 되니 그냥 변제공탁을 밀어붙이고 있는 거고요. 또 돈도 없으니 정작 이 제3자 변제라는 것들을 작동할 만한 힘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인데... 사실은 이 곤란함과 이 빈곤함은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가 져야 되는 건데 이 곤란함과 빈곤함을 한국 정부가 지고 있습니다."

- 앞으로 강제동원 문제에서 남은 건 무엇인가요?

"한국 내에서는 최고 법원의 긍정적인 판단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사실 판결은 그러한 일이 있었고 누가 책임을 져야 되는지 확인해 주는 문서이고요. 그 확인된 문서에 따라 책임져야 될 사람들이 책임 져야 되는데 책임을 이행하는 절차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강제동원 가해 기업으로 얘기되는 일본제철이나 미쓰비시 중공업이 그 어떠한 유감 표시나 그 어떠한 배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게 무엇이냐고 한다면, 일본의 책임 묻는 제일 중요한 절차가 남았고요. 제일 중요한 절차를 못 하게 하기 위해 제3자 변제라는 비극적인 절차가 한국 행정부에 의해 시도되고 있지만, 끝까지 거부하시겠다는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에 싸움이 쉽게 끝날 거라고 보지 않아요. 긴 호흡으로 이어나가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잔북의 소리'에도 중복 게재 합니다.


태그:#임재성, #강제동원, #일제, #제3자번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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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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