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아시아 대표팀'으로 거듭났다.

대한항공은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8-26 25-18 25-22)으로 이겼다. 

셧아웃 승리로 승점 3을 획득한 3위 대한항공(승점 34·11승 7패)은 2위 삼성화재(승점 34·13승 5패)와 승점 차를 없애고 정규리그의 절반을 마쳤다. 반면에 OK금융그룹은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1세트 듀스 접전이 경기 승패 갈랐다 

두 팀은 1세트부터 듀스 대결을 벌였다. 26-26에서 김규민의 속공으로 앞서나간 대한항공은 에스페호 마크(등록명 에스페호)가 상대 주포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먼저 웃었다. 

2세부터는 대한항공의 분위기였다. 임동혁의 연속 득점과 김규민의 블로킹 등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별다른 위기 없이 끝까지 리드를 이어가며 2세트까지 따냈다.

반면에 이민규와 곽명우가 부상을 당한 탓에 신인 세터 박태성을 내세운 OK금융그룹은 공격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추격의 기회가 왔을 때마다 아쉬운 범실이 나오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각오를 다진 OK금융그룹은 3세트에서 대한항공을 더 강하게 압박했다. 세트 막판에 22-21로 앞서나가며 반격을 시작하는 듯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뒷심이 더 강했다. 임동혁의 후위 공격으로 동점을 만든 대한항공은 김규민의 서브 에이스와 한선수의 블로킹으로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곧이어 정지석이 오픈 공격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파키스탄서 온 무라드, V리그 생존경쟁 이겨낼까  
 
이날 배구팬들의 시선은 대한항공의 '새 얼굴'이자 V리그 최초의 파키스탄 출신인 무라드 칸(등록명 무라드)에게 쏠렸다.

대한항공은 호주 출신 공격수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가 부상으로 결장이 길어지자 일시 대체 선수로 무라드를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규정에 따르면 기존 선수의 부상이 4주 이상일 경우 대체 선수 영입이 가능하다.

국내 자원이 탄탄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대한항공이지만, 올 시즌 선두권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더 이상 링컨의 자리를 비워두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2세트 도중 교체로 들어온 무라드는 짧은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블로킹 1개를 포함해 6득점을 올리며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아시아 쿼터로 온 필리핀 출신 에스페호도 11득점을 보태면서 대한항공은 두 아시아 외국인 선수의 활약 덕분에 승리했다. 

무라드는 한국 배구를 괴롭혔던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 파키스탄 대표로 나선 무라드는 한국전에서 비록 경기는 패했으나 23득점을 올렸고,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19득점을 올리며 파키스탄의 승리를 이끌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링컨이 회복해서 돌아오면 그때 무라드와의 기량을 비교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전략이다. 무라드가 과연 치열한 대한항공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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