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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을 도심 한복판에서 키운다는 건 어떤 삶일까? 누군가는 잘 관리된 대형견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어떻게 아파트에서 대형견을 키우냐'며 질색을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반려견을 걱정하며 그저 난색을 표할 수도 있다. 여러 시선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래브라도 리트리버 '밥풀이'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반려견으로서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다.

밥풀이의 견주인 배소일 작가는 지난 3월 브런치에 밥풀이와의 일상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SNS에 밥풀이 개인 개정까지 따로 만들어서 밥풀이와의 일상을 게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립출판을 통해 <산책가자>라는 제목의 밥풀이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아파트에서도 대형견이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브런치 글이나 사진이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내보여서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구나'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었고요." 

편견을 맞닥뜨릴 때마다 밥풀이가 도시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잘 대처하고 싶다는 배소일 작가와 지난 19일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남편의 로망이었던 '대형견 키우기' 
 
배소일 작가가 이번에 출판한 사진집 <산책가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책가자>는 견주와 반려견 밥풀이와의 일상을 담고 있다.
 배소일 작가가 이번에 출판한 사진집 <산책가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책가자>는 견주와 반려견 밥풀이와의 일상을 담고 있다.
ⓒ 손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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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쩌다가 밥풀이를, 대형견을 키우게 된걸까. 

"남편이랑 저는 예전부터 반려동물과 같이 있는 모습을 '가족'으로 그려왔어요. 언젠가 키우겠거니 생각은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키워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물론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키우게 된 데엔 남편의 로망이 크게 작용했죠."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본 가정분양글에서 처음 본 밥풀이. 제주도가 고향인 10마리 강아지들 중 유독 밥풀이와 이어진 것 역시 남편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형제들 중에서 가장 얌전한 아이였다는 밥풀이. 비행기를 타고 육지로 와 집에 도착했을 때도 낯을 가리는지 조금 점잖게 있던 아이는 하루만에 적응을 마치고 날뛰었다고 한다. 사람으로 따지면 MBTI 검사에서 '대문자E'라는 밥풀이. 사람도 너무 좋아하고 개들도 너무 좋아하는 애교많은 3살이 됐다. 
 
"사람의 하루는 반려동물의 일주일과 같다. 우리에게 '밥풀'은 삶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밥풀이는 우리가 세상의 전부기에 매일 밥풀과 함께 일주일 같은 하루를 보낸다. 슬프게도 대형견은 소형견보다 수명이 짧은 편이라서 평균 십 년 정도 산다. 그러므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밥풀에게 후회 없이 사랑을 쏟아붓는다."
-소일님의 브런치 글 중-

함께 갈 수 있는 곳 한정된 현실...  그래도 좋았던 기억들
 
래브라도 리트리버 밥풀이의 사진. 배소일 작가로부터 제공받은 사진이다.
▲ 밥풀이 래브라도 리트리버 밥풀이의 사진. 배소일 작가로부터 제공받은 사진이다.
ⓒ 배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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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이 순한 것과는 별개로, 대형견일 때 맞닥뜨리는 편견이나 불편함 또한 분명 존재한다. 밥풀이와 함께한 추억 중 가장 불편하고 힘들었던 기억을 묻자, 그는 제주도 여행을 꼽았다.  

"작년에 밥풀이 한 살 된 기념으로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갔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애견 동반 카페, 식당, 숙소가 없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해수욕장이나 국립공원 같은 곳도 애견동물 출입금지인 곳이 많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생각보다 좌절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요즘 많은 곳에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대형견 동반과는 별개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식당 예약을 할 때에도 미리 전화를 하거나 아예 미리 방문을 해서 '착하다, 순하다' 어필을 해요. 백화점의 경우에는 통로까지만 허용하고 매장 안에는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고요. 또, 입마개 이야기를 종종 듣는 편이죠."

대형견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바로 입마개다. 그런데 지차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현행법상 맹견으로 분류되는 개 5종을 제외하곤 입마개를 씌울 의무는 없다고 한다. 동물보호법 제21조(맹견의 관리)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월령이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여기서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견종은 '맹견 5종 및 그 잡종'만이 해당된다. 

그럼에도 종종 개물림 사고 등이 보도되다 보니, 사람들은 개의 덩치만 보고는 무조건 '입마개를 씌워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소형견을 키우시는 반려인분들마저도 대형견은 무조건 입마개를 씌워야한다고 잘못 알고 계신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분들은 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밥풀이와 함께 있으면서 이렇게 늘 불편함만 마주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신기한 눈으로 바라만 보다가 어느새 밥풀이를 먼저 찾는 이웃사촌도 생겼다고. 그는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지난 여름날의 한강 수영장을 꼽았다. 

"보통 리트리버들은 수영을 좋아하잖아요. 밥풀이도 최근에야 수영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사설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당일치기인데도 10만원이 넘게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여름에 뚝섬 한강 수영장에서 반려견 수영장을 만들었어요.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무료로 운영을 해서 열심히 이용했어요."
 
배소일 작가와 반려견 밥풀이의 투샷이다.
▲ 배소일 작가님과 밥풀이 배소일 작가와 반려견 밥풀이의 투샷이다.
ⓒ 배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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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밥풀이와 바다수영, 등산 및 국내 여행 등을 함께 하고 싶다는 그는 "밥풀이에게 자연을 더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사람과 동물이 잘 어울러져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형견과 소형견의 차별이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반려'라는 뜻이 짝이라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상황상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반려인들이 노력하면 (편견과 부정적 인식 등도) 좋아질 거라 기대해요. 더 노력해야죠."

태그:#서울, #대형견, #반려동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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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 걸 쓰는 조정현입니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뚜렷하게 전달하고 싶은 기자 손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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