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흥국생명)-양효진(현대건설) 선수

김연경(흥국생명)-양효진(현대건설) 선수 ⓒ 한국배구연맹

 
그야말로 빅매치 주간이다. 이번 주는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배구 순위 싸움에 중요한 맞대결이 계속 이어진다. ​

또한 V리그 전반기(1~3라운드)가 25일 종료되고, 그 때까지 팀별로 1~2경기씩만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크다.

20일 오전 현재 팀 순위를 살펴보면, 1위 현대건설이 승점 37점(12승4패), 2위 흥국생명이 승점 36점(13승3패)을 기록 중이다. 두 팀의 간격이 불과 1점 차이다. ​

봄 배구인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보장되는 3위 싸움도 3팀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3위 GS칼텍스 28점(10승6패), 4위 IBK기업은행 26점(9승8패), 5위 정관장 24점(7승9패)이다. 3위부터 5위까지 승점 차이가 4점에 불과하다. 6위 한국도로공사는 14점(4승12패), 7위 페퍼저축은행은 6점(2승14패)을 기록 중이다. ​

그런 가운데, 20일 1위 싸움 중인 흥국생명-현대건설이 정면 충돌한다. 21일 정관장-GS칼텍스는 봄 배구 경쟁 팀의 맞대결이다.​

​22일 페퍼저축은행-한국도로공사는 하위권 탈출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페퍼저축은행은 현재 10연패 중이다. 두 팀은 올 시즌 1승1패를 기록했다. ​

23일 IBK기업은행-현대건설, 24일 흥국생명-정관장도 순위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칠 빅매치다. 흥국생명-정관장은 올 시즌 2번 맞대결에서 모두 풀세트 접전을 펼치며 1승1패를 기록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끈다.

'김연경 원맨쇼' 있어야 이기는 흥국생명​

그 중 최고 빅매치는 단연 2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현대건설 경기다. 올 시즌 전적은 흥국생명이 1~2라운드 맞대결에서 모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그러나 최근 기세는 현대건설이 훨씬 좋다.​

줄곧 1위를 달리다 최근 급격히 흔들리는 흥국생명은 올 시즌 들어 경기력이 가장 좋지 않다. 각 팀마다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빡빡한 경기 일정이 12월에 집중되면서 체력 소모가 큰 탓도 있다. ​

그러나 김연경(35·192cm) 한 명의 원맨쇼에 승패가 갈리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 더 큰 문제다. 때문에 배구팬들 사이에서 흥국생명 관련 논쟁이 폭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4일 흥국생명-IBK기업은행 경기는 흥국생명의 현 상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공격과 수비 모두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한 덕분에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그러나 팀 전력과 경기 운영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날 김연경은 수비까지 하는 아웃사이드 히터임에도 36득점을 폭발했다.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이었다. 특히 공격성공률 52.3%, 공격효율 46.2%로 실속 측면에서도 놀라운 기록을 보였다. 수비에서도 리시브 효율 46%, 디그(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것) 18개로 리베로 못지않은 수비를 했다.​

더군다나 김연경은 상대 팀에서 가장 블로킹이 높은 외국인 선수 앞에서 주로 공격을 한다. 아본단자 감독이 팀 로테이션을 그렇게 배치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터들도 처리하기 어려운 볼은 대부분 김연경에게 토스한다. ​

반면,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인 옐레나(26·196cm)는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가장 부진했다. 16득점, 공격성공률 22.8%, 공격효율은 12.3%에 불과했다. 결국 아본단자 감독은 4세트 중반부터 5세트까지 옐레나를 빼고, 그 자리에 레이나를 투입했다. ​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작전 타임 때 "모든 볼은 전부 김연경한테 올라가니까 거기에 (수비를) 기다리고, 우리 팀 서브도 전부 연경이한테 때려라"라고 지시했다. 한 마디로 김연경만 막으면 무조건 이긴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김연경을 막지 못해 패했다. ​

V리그 중계 방송사도 이날 경기 결과를 "김연경 대 IBK기업은행"이라고 타이틀을 달았다. 김연경이 그 정도의 활약을 해야 겨우 이기는 팀이 돼버린 것이다. 

옐레나 부진·태도 '우려'... 박혜진 빠른 적응 '새 돌파구'​

결국 3일 뒤인 17일, 흥국생명은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김연경이 앞선 경기에서 많은 체력 소모를 한 데다 김천 원정 경기까지 겹치면서 1~2세트에 부진했다. 그 여파로 1세트를 패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했다. ​

그러나 김연경은 김연경이었다. 3세트부터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연경이 올라오자 잘하던 엘레나가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졌다. 옐레나는 3세트에서 1득점에 그쳤다. 승패를 결정짓는 5세트에서도 김연경이 5득점-공격효율 55.6%를 기록했지만, 옐레나는 2득점-공격효율 16.7%에 불과했다. 5세트 초반 김연경이 묘기 같은 공격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승기를 잡는 듯했지만, 김연경이 후위로 내려가자 연속 실점으로 패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엘레나가 최근 들어 상대 팀의 국내 단신 선수들 앞에서 주로 공격을 하는데도 블로킹에 막히거나 범실이 많다는 점이다. 때문에 공격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최근 2경기 연속 공격효율 10%대를 기록했다. 또한 경기 도중 불만 섞인 표정을 보이면서 팀 분위기를 가라앉게 한다는 점에서 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

설상가상으로 흥국생명은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서브 리시브와 수비 조직력까지 크게 흔들렸다. 때문에 세터들이 중앙을 사용하지 못하고 오픈 공격에만 의존한 것도 주요 패인이었다. ​

유일한 위안거리는 흥국생명의 최대 취약점이었던 세터 부분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박혜진(21·177cm)이 부상에서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는 14일 IBK기업은행전에서 무려 1년 4개월 만에 코트에 복귀해, 주전 세터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

박혜진은 세터로서 장신인 데다 팔 길이도 긴 장점이 있다. 토스 높이가 높고, 미들블로커 속공 토스, 블로킹에도 능하다. 때문에 김연경과 이주아를 모두 살릴 수 있다. 토스 스피드와 정확도를 더 높이고, 공격수들과 호흡을 어느 정도 맞춘다면, 흥국생명 하향세를 되돌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8연승 현대건설 '파죽지세'... 전력 완성도 최고

한편, 지난 16일 정관장을 꺾고 1위를 탈환한 현대건설은 최근 기세가 올 시즌 들어 가장 좋다. 현재 8연승으로 파죽지세다. ​

또한 여자부 7개 팀 중 모든 포지션이 빈틈 없이 탄탄한 전력을 구축한 유일한 팀이다. 다른 팀들이 일부 포지션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

아포짓 모마,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위파위, 미들블로커 양효진-이다현, 세터 김다인, 리베로 김연견 등 모든 포지션의 선수가 리그 최상급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웃사이드 히터의 리시브 불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대건설이 경계해야 할 대목은 '방심'이다. 흥국생명은 김연경 이외의 선수들이 투지를 갖고 경기에 임해야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

​김연경 열풍·빅매치 연속... 여자배구 흥행도 탄력

모든 팀이 물러설 수 없는 빅매치가 이어지면서 여자배구 흥행 가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 시즌 V리그 여자배구는 1라운드부터 현재까지 TV 평균 시청률이 1%를 훌쩍 뛰어넘으며, 지난 시즌보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지난 17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 경기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만원 관중을 초과하는 4375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릴 흥국생명-정관장 경기는 19일부터 예매를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5000석이 팔려나갔다. 6000석 매진도 기대된다. 전반기 V리그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

흥국생명은 올 시즌도 홈과 원정 경기 가릴 것 없이 남녀부 통틀어 독보적인 평균관중 수를 기록하고 있다. 김연경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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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레이크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흥국생명 현대건설 김연경 KOVO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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