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4개월도 안 남은 가운데 각 당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12일 불출마 선언한 데 이어 김기현 대표도 13일 대표직 사퇴했다. 이와 별도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창당도 관건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그동안 27일을 디데이로 말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함께할 사람이 없다며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지난 국민의힘에서 '천아용인'으로 이름을 알린 이기인 경기도 의원은 이준석 신당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13일 서울 용산역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이 도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공천 경쟁 끝나면 이준석 신당 참여할 인사들 대거 있을 것"
- 지금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인데요.
"창당은 기정사실이고 벌써 실무 준비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의도 문법에 익숙한 분들은 '가능하겠냐'고 의문을 품고 계시는 것 같아요. 많은 자금과 큰 조직, 그리고 세 과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니까요. 그렇지만 이준석 대표가 이런 기존의 문법을 깰 겁니다."
- 그런데 창당하려면 일단 5개 지역에 5000명의 당원이 있어야 하는데요.
"이미 자신의 페이스북 등 SNS 통해서 연락망을 구축했고, 그 연락망에 유입된 사람들만 지금 7만 명을 넘어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만큼 이준석 대표가 보여주는 신당 창당 행보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창당을 본격적으로 선언하면 연락망으로 유입된 분들이 당원까지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여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준석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때 3천만 원으로 선거를 치렀고 그나마 받은 후원금도 당 대변인한테 급여로 지급했었지요. 당을 만드는 그 과정 자체도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 새로운 시도를 할 것으로 보여요. 더 나아가서 이준석 대표는 단순히 당이라는 울타리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낡은 보수 정당을 대체하고 정치의 근본적 체질을 바꿔보겠다는 큰 그림 그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준석 대표는 바른미래당을 실패한 경험이 있잖아요. 그래서 신당 창당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의견이 있는 것도 존중합니다. 다만 바른미래당의 이준석과 국민의힘의 이준석을 놓고 보면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더 크게 성장했다고 저는 평가하거든요. 당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고 할까요? 만약 당을 창당한다면 지도부 구성원 중 한 명의 일원으로 당을 이끌었던 바른미래당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두렵지만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신념이 있는 것으로 보여요."
- 이준석 대표는 왜 도전할까요?
"제가 이준석이 아니라서 왜 도전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만 정치라는 기능의 근본적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념을 기본으로 한 정치가 중요하지만 지금 정부 들어서서 이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변질됐습니까? 대한민국의 보수라는 이념이 지금 다수의 국민들에게 있어선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고 부하의 억울한 죽음을 소신껏 파헤치는 해병 대령을 집단 린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겁니다. 그리고 하락하는 출산율이나 무너져가는 경제 지표 앞에서 사교육 강사들 때려잡고 상대 당 대표를 악마화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보수 이념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일 거고요.
진보는 또 어떻습니까? 단순히 의석수만 늘리기 위해서 다양성을 포기하는 위성 정당을 스스로 만들고 개인의 사법적 위협 모면하기 위해서 당 자체를 방패로 삼는 것이 이 시대 진보정당의 현주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이런 광경을 보며 더 이상 그릇된 이념의 정치가 연속되는 걸 막고, 상식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치를 해야 되겠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도전하는 거겠죠."
- '이준석 전 대표는 창당하더라도 총선 후 국힘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본인이 방송에서 '돌아갈 다리를 끊어 놓는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과감한 결심과 단호한 결의를 보여주고 있죠.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서 학습했던 효과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당을 사유화하려는 사람들을 쳐내고,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할 수 있어야만 그 건강함이 확보되고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죠.
지금 국민의힘은 그 패배의 기억을 쉽게 잊어버렸어요. 여전히 반공에 매몰되고 또 상대 당 대표를 악마화하는 것에 몰두하면서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현실이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겪은 이준석 대표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낡은 보수 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12월 27일을 기점으로 창당하겠다고 공언한 것 같고요."
-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네 분은 신당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을 창당하면 천아용인 네 분은 함께 할 거라고 얘기하던데.
"천하람 변호사와는 <여의도 재건축 조합>이라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 매주마다 만나고 있기도 하고 다른 '아용인' 멤버들과는 수시로 티타임도 가질 정도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만나면 자연스럽게 정치적 진로에 대해서 의견교환을 주로 하는데 당연히 신당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나눕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4명 다 갈 겁니다. 단지 시점의 차이만 있는 거고요."
- 그러나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일단 국민의힘에서 당이 바뀌도록 하는 게 먼저고 지금은 신당행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김용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 곧바로 포천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요. 또 본인을 도와주는 국민의힘 소속의 여러 사람이 있는 것 같고요. 아마 포천 출마와 신당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점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당연히 그 고민은 존중하고요. 하지만 국민의힘이 고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가는 이 상황에서 이준석의 신당행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요?"
- 천아용인을 제외하고 국민의힘에서 같이할 인사가 있을까요?
"두 부류인데요. 한 축은 어떻게든 이준석 신당의 명분을 폄훼하고 축소하는 부류, 한 축은 귓속말로 응원하고 있다고 남모르게 응원해 주고 있는 부류가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공천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공천 경쟁이 끝나면 신당에 참여할 인사들이 대거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공천 신청 전에도 합류할 인사들이 있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요."
- 그럼 몇 명 정도 가능하다고 보세요?
"가늠하긴 어려워요. 직접 의사를 밝힌 사람들, 신당 창당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다. 적어도 교섭단체는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김기현, 그야말로 '이준석' 당한 거라고 생각해"
- 국민의힘을 이야기 해보죠. 인요한 혁신위가 종료했잖아요. 인요한 혁신위에 대한 평가는 어떠신가요?
"대한민국 정당들이 만드는 혁신위라는 것이 당헌 당규에 없는 조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체로 권한을 갖지 못하고 최고위원회라는 규제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요. 김은경 혁신위를 향해서 우리 당이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 화살이 그대로 인요한 혁신위를 향해서 돌아오는 모습이라고 저는 평가 합니다.
물론 출범 초반에는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을 했어요. 하지만 강서구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날 것 그대로의 민심, 당정의 관계를 제대로 재정립하라는 본질은 이야기하지 못하고 공천 청년 할당과 같은 좋은 말만 하다가 막말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향후 정치 역사에서 다시는 정당들이 혁신위를 만들거나 언급하지 않을 선례만 남겼다고 평가합니다."
- 12일 대표적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했잖아요. 이건 혁신위의 성과가 아닌가요?
"시점이 혼재되어서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자세히 살펴보면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김기현 대표와 지도부가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발언을 이어갑니다. 그러면서 어떤 말을 했냐면 '현실 정치에서 적용하기 까다로운 의제가 있었지만, 방향성만큼은 동의한다'라는 거예요. 그 말인즉 혁신위는 현실 정치를 모른다고 표현한 것이죠. 그러면서 공관위를 거론했습니다. 혁신안은 수용하지 않고 김기현 지도부 그대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미였던 거죠. 이런 상황에서 돌연 벌어진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대표의 사퇴가 저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 사실 중요한 건 대통령과 당의 관계이지 않나요?
"그렇죠. 국민들이 봤을 때 뜬금없는 문제들에 대해 당이 목소리를 내줘야죠. 그런 게 필요하다는 언급조차 없었기 때문에 혁신위가 박한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고요. 장제원 의원 불출마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정치인이 출마를 포기하는 건 그 자체로 평가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만 그것이 스스로에서 비롯된 선택인가 아니면 타의에 의한 다른 의도를 가진 수동적 선택인가에 따라서 그 의미가 확연히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지도부로 그대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하고 김기현 대표가 사퇴했잖아요. 두 사람의 결단을 폄훼할 생각이 없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그러나 그것이 스스로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능동적이지 않은 선택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요. 저는 이것이 혁신이라기보다 외압 그리고 외부의 영향력에 의한 결정일 것이라고 짐작하거든요.
지금의 당정 관계는 대등한 상호의 관계가 아니라 종속된 산하의 관계라고 평가합니다. 전당대회 때부터 당에 개입하는 과정, 총선 직전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통령실에 의한 제어가 이루어지고 있죠. 당내의 여러 다른 의견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도 있는 것 같고 뭔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면 금방이라도 권위와 위상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나 봐요. 사실 다양성을 잃은 정부가 더 위험한 법인데 말이죠. 오래 몸담았던 조직의 특성, 획일적인 조직문화에 오래 젖어있었던 습관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페북에 대표직 사퇴를 얘기하면서도, 지역구 출마 여부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었는데요.
"우선 대표직을 사퇴하는 과정도 그리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아요. 전당대회에서 그렇게 윤심을 말하며 김기현 대표를 추켜세웠던 당내 인사들이 이제는 손쉽게 사퇴를 거론하며 휴지 조각처럼 취급하는 모습이 저는 매우 불편합니다. 그야말로 '이준석' 당한 거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젠 출마까지 막으려 합니다.
그러면서 이어진 보도가 김 전 대표가 출마를 고집하자 대통령께서 '격노'했다는 기사였어요. 이게 뭔가 싶어요.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특정 지역의 선거에 깊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죠. 추측하자면, 김기현 대표가 아닌 외부의 사람을 출마시키려는 목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이준석을 내쫓았던 당의 상황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오히려 퇴보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총선이 4개월도 안 남았는데 국민의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최악의 경우 6석 정도 얻을 것 같다고 하잖아요.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100석 아래로 떨어질 거라고 하는 것 같던데.
"여러 가지 여론조사를 보면 수도권 지지율의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총선은 당의 지지율이 아니라 정부의 국정 지지도로 판가름 나는 거거든요. 현재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가 긍정 30, 부정 평가가 60 정도로 나타납니다. 이 수치가 굳어지면 그야말로 구도가 인물을 잡아먹는 심판 선거로 가게 될 것이 뻔해요. 이준석의 '100석 언더' 판단은 그 판세를 일찌감치 읽은 결과물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문제는 당이 지금 이 위기를 부정하기 바쁘다는 거예요. 저는 이것만 봐도 국민의힘이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져 있고 위기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 전신에서는 선거 때마다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며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는 식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무릎 꿇고 사죄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이게 통할 리 없습니다. 오히려 분위기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준석 대표의 말처럼 결국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 수 있는 당사자는 대통령 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정운영에 대한 쇄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없다면 오는 총선의 패배뿐 아니라 전 정계의 개편까지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