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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선택 참고 도서
 진로 선택 참고 도서
ⓒ 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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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내가 후배 교사의 부탁으로 전주 외곽에 있는 고등학교 일일 진로 체험 강사로 활동하는 날이다. 내 역할은 아내의 수행원이며 운전기사이다.

아내는 고등학교 진로 체험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종이를 나누어준 후 진로 관련한 질문을 적게 하고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 보내게 한다. 각자 자기 앞에 떨어진 다른 사람의 종이비행기에 적힌 질문을 발표하게 하고 이를 비슷한 것끼리 붙여놓는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로,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질문에 인색하고 어색해하며 자신의 궁금한 점을 남에게 밝히는 것을 꺼린다. 아내의 의도는, 나의 질문이 아닌 남의 질문을 대신하게 하여 학생들이 지닌 부끄러움을 최소화하고 좀 더 자유롭게 질문을 유도하고자 함이었다. 아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용은 보충 설명을 통해 풍부한 정보를 갖도록 계획했다.

행복에 다다르는 여러가지 길 
 
질문을 적은 종이 비행기
 질문을 적은 종이 비행기
ⓒ 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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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재 목적 중 하나가 행복이라면, 행복에 다다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건강, 종교, 부의 축적, 권력, 사회적 명망, 행복한 결혼 등이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진로 선택 역시 개인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통로임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개인의 적성과 흥미를 무시한 진학, 전공 선택과 무관한 직업 선택이 강요되고 있다. 직업에 대한 편견도 여전히 존재하며 물질 만능주의 가치관을 우선하는 직업 선택이 이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로 선택의 측면에서만 보면, 행복은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미지의 정거장이 되고 만다.

얼마 전 통화한 제자는 대화 중에 자기 자녀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아들이 패션 디자인학과에 간다는데 겨우 말려서 영문학과에 진학시켰습니다. 우선 영어 능력을 키우고 나중에 해외 유학을 생각해 보자고 설득했습니다."

거기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관심이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하면 좋겠어. 한 가지 더 있다면 사회와의 타협도 필요하니 사회적 요구도 수용해야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 어느 정도 경제적 수입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생존이 문제니까."

나 또한 제자에게 여러 가지 충고를 하긴 하지만, 인생에 어디 답이 있는가? 제자의 자녀 진로 문제에 있어서도 역시 큰 원칙을 말할 뿐이다.

명쾌한 답 내리기 어려운 진로 문제

최성애·조벽 교수가 쓴 <청소년 감정 코칭(2012년, 해냄출판사)> 내용도 제자에게 전했다.

이들은 책에서, 진로고민을 하는 자녀가 있다면 자녀에게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 감정의 상태를 적어보게 하라고 한다. 원하는 것 중에서 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 이루어 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적고 그 감정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평가해 보는 작업을 해본다.

원하고 할 수 있으며, 이루어 낸 결과에 대해 긍정적 감정이 예상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진로 선택이 아닐까? 개인의 욕망, 능력, 의지, 감정을 종합한 진로 선택 방법도 좋지 않은가.

제자의 고민에 답을 하지만 자녀의 진로 문제는 여전히 풀기 힘든 문제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문제이고 본인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한민국의 부모는 자녀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고 노심초사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또 다른 직업 선택의 기준은 없을까? 헤어질 때 '다음에 또 만나자.'라고 자신 있게 인사할 수 있는 직업이 좋은 직업이 아닐까?

교사로서 나는 오랫동안 "다음에 또 만나자"라는 말을 수없이 했다. 많은 제자가 응답했고 직업인으로 나의 삶은 행복했다. 교사는 보람이 있고 좋은 직업이었다.

세상은 변해서 교사는 감정 노동자가 됐고 현직 교사의 교직 만족도는 현저하게 떨어진 것 같다. 다시 교직을 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20% 정도만이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한다.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이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관계가 아니라 빨리 헤어져서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변했다.
 
진로 관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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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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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세상의 흐름 속에서 개인에게 평생 5차례 정도의 직업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때마다 무엇을 직업 선택의 기준점 혹은 원칙으로 삼을 것인가? 높은 연봉, 사회적 지위, 권력의 유무, 존경의 정도 등등. 현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무엇보다도 연봉의 과다 혹은 취업의 기회 여부가 진학과 직업 선택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인간의 생존에 기본적인 욕구임에는 분명하나, 그것이 진학과 직업을 선택하는 전부여야 할까? 시선을 달리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가슴 떨리는 일, 사회적 요구의 수용, 만남을 기약하는 인사가 가능한 직업이면 좋지 않을까?

아내의 고등학교 진로 체험 강사 내용을 접하면서 여러 생각이 겹쳐진다. 아이들이 앞으로 정할 진로 선택이 단순히 수능 점수 혹은 입시 전문 기관의 대학 배치표에 따라 선택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올바른 진로 선택을 통해 행복이 나와 거리가 먼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든지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였으면 좋겠다.

조지 버나드 쇼는 "옳은 방향을 잡고 나면 그 뒤로는 계속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다. '옳은 방향', 그리고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꾸준함이 중요하다.

태그:#행복, #진로선택택, #직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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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을 정년 퇴직한 후 공공 도서관 및 거주지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도서관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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