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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문학선양회가 최근에 펴낸 책 <형평운동 100주년 100인 문집>, <형평문학> 통권 10호.
 형평문학선양회가 최근에 펴낸 책 <형평운동 100주년 100인 문집>, <형평문학> 통권 10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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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된 폭력과 오래도록 싸워온 역사 뒤로 지금 우리는 역사 해석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권력 발 퇴행의 움직임을 뚜렷하게 목도하고 있는 지금,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생각한다.

... 문집은 이러한 흐름에 역류하여 우리의 빛나는 역사적 순간들을 채록함으로써, '인권'이라는 보편 의제를 성찰하게 하는 끊임없는 자양을 제공해갈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디지만 분명한 역사적 지혜를 차근차근 얻어갈 것이다. 백년의 기억을 넘어 백년의 희망으로 말이다."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형평문학선양회(회장 장만호)가 펴낸 책 <형평운동 100주년 100인 문집>(사람과나무 간)에서 해설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요 애정은 인류의 본량이라"며 백정 신분해방을 부르짖었던 '형평운동'은 1923년 4월 경남 진주에서 시작됐고, 올해는 100주년이다. 이에 형평문학선양회가 진주는 물론 전국 문인 100명이 생산했던 '인권'을 다룬 시, 시조, 수필 등 문학작품을 한데 모아 344쪽에 걸쳐 책으로 펴냈다.

이미 발표된 작품과 신작을 가르지 않고 실려 있다. 형평문학선양회는 "인권에 대한 우리 시대의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를 모으고 싶었다"라며 "이 문집은 형평운동의 뜻을 기리는 동시에 인권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라고 했다.

이번 문집은 김언희 시인, 송재학 시인, 유성호 평론가, 이경수 평론가, 장만호 시인이 기획위원으로, 강다인·김수환(시조)·박영기·이미화·김지율 시인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꾸며졌다.

책에는 강재남(목련 애사), 고재종(아우슈비츠의 발레리나), 공광규(폭탄을 던지고 싶다), 공현진(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할, 일상), 구모룡(복합위기의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김경복(생태 형평운동을 위하여), 김기택(수압), 김남호(이수덕전(傳)), 김륭(올비) 등 문인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배정인 수필가는 '선생, 우리 형평하고 계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입말과 글말이 형평하지 않은 이 땅에서 알량한 안다니 뚱딴지로 형평을 묻는가? 돌아보면, 우리 말글살이는 제대로 사람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지난 날 천 것으로 목숨 이어온 백성들과 그들처럼 서럽게 살아왔다. 남의 글말을 잔뜩 등짐 지고"라고 했다.

박노정(율동에서), 박우담(계단의 등짝), 박종현(수무바다 흰고무래), 백무산(나는 묻는다), 손세실리아(지랄 같은 봄밤), 손택수(틀니와 육필), 송경동(혁명시인의 개뿔), 송승언(도둑과 주인), 신달자(민주주의), 신용목(화전 일기), 여태전(좁쌀 한 알), 유희경(긴 사이), 이서린(빗장도 없이 거룩한) 시인도 각자 작품을 통해 '인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목숨 걸고 발원하여 일구어낸/불꽃이다/잠들어도 잠 깨어도/부디 변치 말기를/돌밭에 씨 뿌리며/살아야 할 세월이 와도

아직은 가야할 머나먼 길 있음에/쉽게 잊고 돌아서는 어리석음 범하지 않길/골수에 맺힌 한이여/혼으로/쌓은 탑이여."
 
이우걸 시조시인이 쓴 '아, 백년의 깃발이며, 백년의 탑이여'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100년 전 형평운동이 쌓아 올린 '인권'의 탑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 책에는 정지아 작가의 소설 '고요'를 비롯해, 조말선 시인의 시 '시청', 조우리 작가의 '질문과 대답', 주강홍 시인의 시 '조서', 최영철 시인의 '봄' 복수) 등 작품들도 많은 이야기거리를 풀어놓았다.

정현종 시인은 시 '아, 전쟁'에서 "... 다른 어린 아이 시신 옆에 꿇어 엎드려 통곡하는/사진기자, 인권운동가 압둘 카디르 하바크와 함께/통곡하며 말한다/'모든 전쟁은 지금 당장,/세계의 모든 장소에서 중단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유성호 교수는 해설에서 "우리가 읽는 시편들은 더러는 형평운동 역사적 의의를 직접 노래하고, 더러는 그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회복하고 탈환해야 할 정신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라며 "형평운동은 그동안 백정들의 자기 해방인 동시에 일제강점기에 민족운동의 하나로 펼쳐졌다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인간의 삶에 지속적이고 전면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런 권력의 양상들은 우리의 현대시가 가장 관심을 기울여 온 문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라며 "시는 우리의 삶 속에서 편재한 권력의 폭력성에 우회적으로 저항하고, 폭력이 남긴 환부를 드러내고 그에 대한 치유의 상상력을 발휘함으로써 부당한 권력의 숨겨진 속내를 폭로하고 야유한다"라고 덧붙였다.

장만호 회장은 발간사에서 "형평운동가들이 바라고 또 요구했던, 사랑으로 이룩하는 공평한 세상의 꿈, 사랑을 매개로 접합하고 연대하는 세상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꿈은 여전히 우리가 매일 꾸는 꿈이며 우리 문학이 지향하는 성소일 것"이라고 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축사에서 "형평운동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연대와 협력, 주체적 참여를 강조하며 보다 다각적이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발전돼 왔다"라면서 "<문집>이 오늘날의 문학을 투명하고도 절박하게 성찰하며 앞으로 100년 후에도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지속 가능한 문학의 산실이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한편 형평문학선양회는 이번에 <형평문학> 통권 10호도 펴냈다. 이 책에는 제10회 형평문학상을 받은 진은영 시인, 형평지역문학상을 받은 박구경 시인의 대표시, 수상자 대담, 심사평 등 내용이 실려 있다.

또 특집기획으로 김중섭 경상국립대 명예교수의 '형평운동의 역사적 과정과 의의", 김경민 부교수의 '문학에 재현된 백정과 형평운동'의 글이 담겨 있다.

1923년 4월 진주지역 백정들과 강상호 등 사회운동가들은 '형평사'를 조직했고, 이는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형평은 '저울처럼 공평한 사회'를 말하고,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운동이다.  
 
진주 형평운동기념탑.
 진주 형평운동기념탑.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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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형평운동, #형평문학선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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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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