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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해봉당 자승 대종사 영결식'이 종단장으로 열렸다.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해봉당 자승 대종사 영결식'이 종단장으로 열렸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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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이 죽고 나서 예상했던 대로 <법보신문>이 나서서 자승을 성인화(聖人化) 시키고 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수행자 스님들의 삶은, 세계는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이 사바 세계와 상대적인 세계로 떠나는 열반의 세계가 있습니다"라고 자승의 죽음은 소신공양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조계사 주지 원명 스님은 "소신 현장에서 수습된 자승 스님의 법체는 누운 자리 그대로 반듯했다"며 뜨거운 불 앞에서 몸부림치지 않고 초연했음을 강조했다.

<법보신문> 기자는 "자승 스님은 불씨를 당긴 직후 몇 사람과 영상 통화를 했는데 불길이 선명한 영상 속 자승 스님의 목소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또렷하고 여여했으며 삶과 죽음에 초연했다"고 쓰고 있다. 실로 이들이 전하는 자승의 마지막 모습은 베트남 정부의 불교 탄압 정책에 항의하는 뜻으로 1963년 소신공양한 틱꽝득 스님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더 나올는지 모르겠다. 

저들이 녹화된 CCTV나 영상 통화를 공개하지 않는 반면 자승이 그동안 저지른 악행은 인터넷에 거의 공개되어 있다. 그러한 자료 덕분에 자승의 폭력성, 자승의 어리석음, 자승의 거짓말, 자승의 정치 결탁, 자승의 사리사욕 등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자승의 폭력성

자승은 방탄복을 입고 깡패를 동원하여 연주암을 빼앗았다. 그때부터 40여 년간 연주암은 자승의 권력 추구에 필요한 자금의 원천이 되어 왔다. 자승이 총무원장 시절에 호법부 승려들을 시켜 자승의 비리를 폭로하려던 적광 스님을 팬티만 입힌 채 집단 폭력을 가하고 강제로 환속시켰다. 그 후유증으로 적광 스님은 아직도 악몽을 꾸고 약을 복용하고 있다. 

호법부 직원들이 적광 스님을 강제로 끌고 가는 동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자승은 이 폭행 사건 하나만으로도 종단에서 퇴출되었어야 하는 인물이다.
 
2013년 8월 21일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다가 호법부 승려들에게 납치되는 적광 스님.
 2013년 8월 21일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다가 호법부 승려들에게 납치되는 적광 스님.
ⓒ 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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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살장 끌려온 한 마리 짐승, 1200만원 돈봉투에 영혼 팔 수 없었다" 
(https://omn.kr/4i9r)

자승이 회주로 있는 봉은사 앞에서 자승의 상좌와 승려들이 박정규 종무원에게 인분을 뿌리고 집단 폭력을 가하였다. 자승은 폭력승들을 징계하지 않고 오히려 본사 주지, 종회의원 등 좋은 자리를 주거나 도왔다. 

반대로 종단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스님들을 사회법으로 고소하고 종단 안에서는 제적, 공권정지등 징계를 내렸다.

자승의 어리석음 

자승의 가장 큰 죄는 어리석음이다. 어리석은 마음은 무엇을 하든지 죄악을 만든다. 자승은 위례 천막안거 때 묵언, 한 끼 공양, 옷 한 벌만 허용, 삭발목욕 금지, 외부인 접촉 금지 등의 청규를 만들었다. 교계신문과 방송은 매일 상월선원 소식을 전했고 안거를 마친 뒤 <아홉스님>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 <아홉스님>에서 밥 먹는 것, 옷 꿰매는 것, 좌선하는 것, 다양한 각도에서 카메라 촬영이 이루어졌다. 외부인 접촉 금지라는 청규를 지키지 않은 수행쇼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아홉스님> 중에서
 영화 <아홉스님> 중에서
ⓒ (주)퍼스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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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밖에서는 "스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신도들이 매일 방문하게 하였고 이들은 천막을 향해 징과 북을 치고, 유행가, 찬불가, 판소리, 주력기도 등을 하였다. 이러한 광경을 불교 방송국은 생중계하였다. 이러한 특이한 안거를 학자들은 '명상(Meditation)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가 결합한 '메디테인먼트(Meditainment)'라는 새로운 수행법이라고 '칭송'하였다.
  
자승의 거짓말

자승은 자신의 선거 공약으로 직선제를 약속하였고 '조계종직선제특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1%의 스님들이 총무원장 직선제에 찬성을 하였다. 하지만 공약도 설문조사 결과도 무시당한 채 선거 제도는 무산시되었다. 

장주스님은 자승과 같이 도박을 했다며 자승과 약속한 밀약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 밀약서에는 "종단 운영에 있어 인사 문제는 장주스님과 합의하여 처리한다" "선본사 조계사 보문사 봉은사 도선사를 합의하여 처리한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는데 아랫부분에 자승의 사인이 분명하게 보인다. 이번에 자승의 유서가 여러 장 공개되는 바람에 밀약서의 사인이 자승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장주스님
 장주스님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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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순례를 할 때도 참가비를 천만 원 이상 받고, 여행사를 동원하여 천막을 치고 식사를 준비하게 하는 등 호화로운 걷기를 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음미하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행군하듯이 걷고, 자기들끼리 박수치고, 자화자찬하는 순례였다. 

상월결사팀의 걷기에 감동 받아 인도 불자들도 걷기 시작했다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홍보하였고, 걷는 인원이 75명인데도 108명이며 걷는 거리도 750km인데 1167km라고 홍보하였다. 불교 중흥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보드가야(인도 북동부 부처가 해탈한 곳)에서는 눈물도 보였지만 이러한 거짓말들이 탄로가 나며 '국민 사기극'이 되고 말았다.
   
자승의 정치결탁

불교광장 총재인 자승은 중앙종회 의원을 모아 놓고 "시의원, 구의원, 대통령도 못  만들어내는 조계종을 누가 존경하고 따르겠냐? 내년에 총선도 있고, 대선도 다가오는데 불자들이 결집하는 모습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승려들에게 본격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번에 자승을 조문하기 위해 조계사 분향소를 찾은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자승과 친하게 지냈는지를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다. 자승은 현실 정치에 너무 많이 개입하여 종단 정치에 이용하였다.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을 '형님'이라며 선거 운동을 해주는 등 종교를 떠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과 친하게 지내려 노력하였다.
 
MBC 스트레이트 '추적 전방위 골프 로비 리스트 2부 스님들과 라운딩, 검찰총장'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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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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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불교지명이 다 사라지는 도로명주소법 시행에 대해 종단 차원의 항의 한 번 못 하고 방관하였다. 검찰들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김진태 검찰총장과 골프 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하였다. 검찰들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감로수 비리 등 자승에 대한 시민사회의 많은 고소·고발에도 자승이 건재할 수 있었다고 본다. 윤석열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정청래의 발언을 문제 삼아서 승려 대회를 열어 주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승의 죽음이 정치권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자승의 사리사욕

자승은 "승가는 풍족해도 스님은 가난하게 사는 길"을 가지 않고 "승가는 가난해도 승려는 풍족하게 사는 길"을 추구했다. 자신이 이끌었던 상월결사가 전법기금 151억 원을 모았는데 그 능력과 권력으로 수행자 개인이 돈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승가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자승은 그 길을 가지 않았다. 

오히려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고 자리를 나누어 주는 등 종단을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만들었다. 자승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라면 무슨 죄를 지어도 옹호하고, 자신에 반대하면 호법부 등을 움직여 고소·고발·징계를 해 괴롭혔다. 승가를 재물과 권력의 노예로 만들었다. 결국 조계종 스님들을 순종하도록 길들여 옳은 말하는 스님이 사라져 갔다.

상월선원에 참여한 승려들은 교육원장, 포교원장, 총무부장, 본사주지, 동국대 이사·감사 등 종단의 핵심 요직을 다 차지하게 하여 조계종이 자승종이라 불리게 하였다. 멸빈승 서의현을 동화사 방장이 되게 만들었고, 청정도량 봉암사마저 종단에서 주지를 파견하게 만들었다. 봉암사 적명스님이 선원 스님들과 자신이 하는 일을 반대하였기 때문이다. 불교 역사상 상월결사처럼 이익과 권력을 추구하는 결사는 없었다.
  
자승 성인 만들기를 멈춰라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열반은 지금 여기에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줄여 끝내 그것들이 완벽하게 없어진 상태이다. 그런데 진우 총무원장은 자승의 죽음을 소신공양이고 열반이라고 말함으로써 불교를 오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포교는 나의 탐진치(貪瞋痴)가 내 인생 모든 갈등의 원인인 것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도 덜어주고 치료해 주려는 자비심, 연민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자승은 "만나는 사람마다 부처님을 믿으라고 하는 낯 뜨거운 소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교를 믿으라 한다고 누가 불교를 믿을 것이며, 설사 그렇게 해서 불교를 믿는다 하더라도 얼마나 오래 불자로 남아 있을까? 상대방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마음이 아니라 단지 우리 편을 만들려는 천박한 인식에서 포교를 말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왼쪽부터)과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제33대·제34대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 종단장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왼쪽부터)과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제33대·제34대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 종단장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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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자승은 불교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고행을 하면서 수행을 한다고 착각하였고, 전법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돈으로 우리 편 만들기를 시도하였다. 자승은 자신의 사리사욕으로 각종 선거 개입, 감로수 비리, 상습 도박, 정치권과 결탁, 대중스님의 뜻 무시 등 온갖 죄를 저질렀다. 평생 사리사욕으로 살다가 자신도 종단도 패가망신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자승의 악업은 인터넷에서 누구나 보고 읽을 수 있다. 자승 성인(聖人) 만들기는 성공할 수 없다. 자승은 문화재 구역에 있는 전각을 태우고 상좌들에게 2억 원씩 내라는 유서를 남겼다.

[관련기사]
자승 스님의 '황당한' 유서, 국민은 크게 놀랐다 
(https://omn.kr/26mp1)

종단이 이러한 유서를 자랑스럽게 공개하자 국민들은 승가를 향하여 부끄러움도 모르고 자기들만의 세상에 사는 파렴치한 집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금 종단이 하고 있는 자승 큰스님 만들기에 노력할 것이 아니라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아야 한다. 

같은 종단에서 같은 시대를 산 승려로서  화염 속에 죽어간 자승스님에게 인간적인 연민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종단의 자승스님 우상화 작업은 불자들의 개인적인 추모의 마음조차 빼앗아 가 버리고 있다.

태그:#조계종, #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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