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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학술대회가 열리기 직전 박혜경 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학술대회가 열리기 직전 박혜경 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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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1시, 국립소록도병원(원장 박혜경) 별관 2층 교육실에서는 제3회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소록도 공간자산의 가치 규명과 활용'을 주제로 소록도라는 공간과 그 공간에 존재하는 건축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자 기획됐다.

2021년 12월에 열린 제1회 '소록도의 구술', 2022년 12월 제2회'소록도 문화유산 보호 체계 논의' 학술대회는 감염병 예방 및 입원 한센인 보호를 위해 비대면으로 진행됐으나 이번 학술대회는 대면 회의 형태로 개최됐다.

학술대회는 강동진 교수(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좌장으로 소록도의 가치 규명을 위한 기조 발제와 국내외 유사사례에 대한 주제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학술대회에 앞서 국립소록도병원 박혜경 원장이 인사말을 했다.

"소록도는 섬 전체가 병원이면서 거대한 문화유산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역사·문화 공간인 소록도의 가치를 온전히 보전하면서도 소록도의 다양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맨 먼저 발제에 나선 전남대학교 건축학과 주상훈 교수는 '소록도의 장소적 가치해석을 위한 개념 검토'라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장소'의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틴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현존재'를 '사람은 알 수 없는 세계에 내던져진 존재. 존재한다는 것은 그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거주하며 자신의 장소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존재는 던져졌지만 의미와 가치를 말할 때는 다릅니다."

그렇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16년, 한센인들은 알 수 없는 세계인 소록도에 내 던져진 존재였다. 107년의 역사를 간직한 국립소록도병원은 1940년대에 6천명이 넘는 환자가 치열하게 살았었고 지금까지 한센병력을 가진 분들이 10만 명이 넘는다.
   
'소록도 공간자산의 가치 규명과 활용'이란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 참석자들 모습
 '소록도 공간자산의 가치 규명과 활용'이란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 참석자들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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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정착촌에는 아직도 7800여 명의 한센인들이 살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시작된 한센인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격리, 폭력과 죽음, 죽음보다 더한 절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종교에 귀의했던 이들에 대해 옆자리에 동석했던 A(85)씨가 이렇게 말했다.

"8살 때 어머니 따라서 소록도에 왔죠. 과거에는 인간으로서 겪을 수 없는 아픔을 겪었어요. 지금은 소록도가 많이 좋아졌지요. 선배들의 아픔을 후배들이 누립니다."

한센병요양소 세계유산 등재하려 노력하는 일본

의미있는 내용이 소개됐다. '일본 한센병 관련 기억 유산의 보호와 관리'라는 주제로 발표한 '온 공간연구소' 장성곤 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일본 한센병 정책이 우리나라보다 10여 년 앞섰다.

일본은 1907년 나병에 관한 법률을 제정 후 1909년에 5개의 공립요양소를 설치했고 1996년에야 나병예방법을 폐지하면서 강제격리 해제가 이뤄졌다.

2019년 한센병 시설 10개소는 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됐고 다음 해인 2020년에는 국가사적 지정 및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 5월 기준 일본 한센병 요양소 내 한센인은 1092명이 거주하고 있다.
 
7일(목)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학술대회를 마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했다.
 7일(목)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학술대회를 마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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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나선 '성균건축도시설계원' 김경완 소장이 소록도에 살고 있는 주민과 인터뷰한 내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에게 소록도란? 소록도는 제 인생에 새로 태어난 곳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곳이 아니었으면 정말 무의미하게 살았을 겁니다. 나한테는 소록도가 내 생명을 구해준 곳입니다. 그 이유는 사회에서 죽어갈 때 여기 들어와서 내가 살아서 오늘날까지 이르렀고...

그래서 나는 소록도를 많이 사랑합니다. 우리들의 터전은 여기가 맞습니다. 우리 고향이고 우리 터전이고 우리 삶이에요. 다시는 우리들이 예전에 당했던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역사적인 것을 있던 그대로 살려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 소망이에요."


국립소록도병원에 거주하는 한센인의 평균연령은 80세 이상으로 향후 5년 이내에 200명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한센인의 역사를 100년 이상 함께 겪어낸 소록도의 역사·문화·사회적 가치가 세대를 넘어 이어질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국립소록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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