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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을 찾은 독수리가 낙동강 창공을 힘차게 비행하고 있다.
 낙동강을 찾은 독수리가 낙동강 창공을 힘차게 비행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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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식당 개업식에 참여한 아이들이 독수리 먹이를 손질하고 있다.
 독수리식당 개업식에 참여한 아이들이 독수리 먹이를 손질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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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군 개진면의 낙동강 제방. 이곳에서 아이와 어른들이 강변 둔치로 내려가 상자에 든 고깃덩이를 꺼내 이리저리 흩뿌리듯 던졌다. 그러자 거대한 몸짓의 생명들이 내려앉았다. 바로 독수리들이었다.
       
지난 9일, 올 겨울 첫 낙동강 독수리식당이 문을 열었다. 몽골에서 낙동강으로 날아온 독수리를 위해 '맛집'을 차린 것이다. 햇수로 벌써 5년째다. 해마다 겨울이면 독수리들이 낙동강 개진강변을 찾는다.

고령 개진면 인근의 노지 농사가 하우스 농사로 빠르게 바뀌면서, 농지 근처 두엄더미에서 죽은 동물의 사체 등을 먹고 살았던 독수리들이 먹이를 구할 데가 없어졌다. 이들이 겨우내 배를 곯게 되자, 보다 못한 고령 주민과 전교조 환경과생명을지키는대구교사모임 선생님들이 나섰다. 낙동강 독수리식당이 열리게 된 배경이다.

올해는 독수리식당을 위해 대구경북양돈농협에서 도축 부산물들을 공급해주기로 했다. 개진면에서는 식당을 열 장소를 주선했다. 

이날 현장에는 독수리식당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 개진면장, 농협 관계자, 전교조 환생교 교사, 창녕환경운동연합·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작당 놀이협동조합, 대가야체험캠프, 랑studio 등이 참석했다. 구미 신평성당에서는 주임 신부와 신자들이 독수리식당 개업 기념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5년 만에 성대한 개업식이 열리게 됐다.

5년째 독수리식당 주방장을 자청하고 있는 곽상수 이장(포2리 이장, 창녕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 이날 참석한 이들에게 독수리 이야기부터 풀어놓았다.
       
"아침에 오니까 독수리가 몇 마리가 저희들을 맞이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까 지금 하늘에 떠 있는 독수리가 있어요. 친구들이 다 올 때까지 하늘에서 기다리며 맞이하는 거예요. 저희들이 독수리들에게 배워야 할 것은 기다리고 함께하고 서로 돕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곽상수 이장이 독수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상수 이장이 독수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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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집전한 신평성당 성용규 주임신부가 이날 미사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미사를 집전한 신평성당 성용규 주임신부가 이날 미사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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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성당 성용규 신부는 이 자리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모두는 함께 행복하게 살라는 하늘의 명령을 받고 태어났어요. 그래서 독수리도 행복해야 하고, 우리도 행복해야 하고, 나무도 행복해야 합니다. 모든 생명이 하늘의 명령에 따라 행복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이어서 경건한 미사가 봉헌됐다. 기도를 올리는 어른과 청소년들 옆에서, 어린아이들은 독수리식당 모형을 만들며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생명의 행복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독수리 위해서라도 낙동강 보 개방해야

낙동강의 상황은 좋지 않다. 매해 겨울 합천창녕보를 개방해왔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보 수문이 열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보 개방과 함께 드러나는 모래톱을 올해는 볼 수가 없다.

모래톱은 독수리들의 주요한 쉼터다. 지난해만 해도 독수리식당은 합천창녕보 상류 모래톱에 차려졌다. 합천창녕보 개방에 따라 드러난 넓은 모래톱 위에 먹이를 두면 수십 마리의 독수리들이 한꺼번에 내려와 식사하는 귀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모래톱에서 열지 못해 물길에서 많이 떨어진 낙동강 둔치에 식당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열린 곳은 정식 식당이 아니라, 장소가 없어 급히 마련한 응급 식당인 셈이다.
 
아이들이 독수리 먹이를 강변 둔치에 흩뿌리고 있다.
 아이들이 독수리 먹이를 강변 둔치에 흩뿌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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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날개를 직접 만져보면서 독수리를 간절히 기다려본다.
 독수리 날개를 직접 만져보면서 독수리를 간절히 기다려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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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창녕보뿐 아니라 낙동강 8개 보의 수문이 하루빨리 열려야 하는 이유다. 수문이 열려 모래톱이 드러나고 물길이 낮아지면 독수리를 비롯한 수많은 야생의 친구들이 모래톱을 찾아 물도 마시고 지친 날개도 쉬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강의 자연성 회복은 이렇게 중요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이라는 말을 삭제하고 4대강 보를 모두 존치시키는 내용을 확정했다.
       
이날 모인 모든 이들은 미사 후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함께 외쳤다.

"흘러라 낙동강아, 날아라 독수리야"

한편, 독수리식당은 매주 토요일엔 개진강변공원에서, 매주 화요일엔 회천 우곡중학교 앞에서 오전 11시 정각에 열린다. 식당은 2024년 3월 2일까지 진행된다. 독수리와 자연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 문의 : 곽상수 이장(독수리식당 주방장·창녕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010-7202-3346)
 
아이들이 만든 독수리식당
 아이들이 만든 독수리식당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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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생명을지키는대구교사모임의 임성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독수리식당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환경과생명을지키는대구교사모임의 임성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독수리식당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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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수리식당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이 모여 기념 촬영
 2024 독수리식당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이 모여 기념 촬영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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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수리식당 개업식에 많은 이들이 모였다.
 2024 독수리식당 개업식에 많은 이들이 모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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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흘러라 낙동강아, 날아라 독수리야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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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낙동강, #독수리식당, #신평성당, #미사봉헌, #곽상수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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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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