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이 적지에서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3라운드 2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3,22-25,25-16,25-19)로 승리했다. 지난 2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3라운드 첫 경기에서 뼈 아픈 '리버스 스윕'을 당했던 정관장은 페퍼저축은행을 제물로 승점 3점을 따내며 기업은행을 5위로 밀어내고 4위 자리를 되찾았다(6승8패).

정관장은 메가왓티 퍼티위가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23득점, 지오바나 밀라나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9득점을 올리며 정관장의 공격을 주도했다. 이날 정관장은 주전으로 출전한 모든 선수가 40% 이상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는 좋은 경기를 선보였다. 특히 프로 5년 차를 맞은 190cm의 미들블로커 정호영은 6개의 블로킹과 함께 62.50%의 성공률로 16득점을 기록하며 네트 위를 지배했다.

미들블로커로 변신해 성공한 선수들
 
 학창시절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던 정호영은 프로 입단 한 시즌 만에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학창시절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던 정호영은 프로 입단 한 시즌 만에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 한국배구연맹

 
정대영(GS칼텍스 KIXX)과 김수지, 이주아(이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양효진, 이다현(이상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의 공통점은 학창시절부터 다른 포지션 외도 없이 꾸준히 미들블로커로 활약한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선수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이유와 사정으로 인해 포지션을 변경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리고 그들 중 신장이 좋은 선수들은 상당히 높은 비중으로 미들블로커로 변신하곤 한다.

프로 출범 이후를 기준으로 미들블로커 변신 후 가장 성공한 선수는 바로 '배구천재'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다. 학창시절부터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오갈 정도로 재주 많은 선수였던 배유나는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인해 점프가 낮아졌고 어쩔 수 없이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하지만 배유나는 미들블로커 변신 후 GS칼텍스에서 1회, 도로공사에서 2회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정대영이 돌아오기 전까지 GS칼텍스의 '민트보스'로 불렸던 한수지는 세터에서 미들블로커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6-2007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한수지는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시절이던 2011-2012 시즌 주전세터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한수지는 2016-2017 시즌부터 미들블로커로 변신했고 GS칼텍스 이적 후 2021-2022 시즌 우승에 이어 지난 시즌에는 블로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990년대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거포 하종화의 둘째 딸 하혜진은 2014-2015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될 때까지만 해도 아포짓 스파이커였다. 하지만 V리그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는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이었고 수비에 익숙하지 않았던 하혜진은 아웃사이드 히터로의 변신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하혜진은 페퍼저축은행 창단과 함께 팀을 이적해 2021-2022 시즌과 이번 시즌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시즌 미들블로커 변신의 최고 성공사례는 세트당 0.96개의 블로킹으로 블로킹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행의 최정민이다. 루키 시즌 주로 외국인 선수의 백업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한 최정민은 2021-2022 시즌부터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최정민은 180cm로 포지션 대비 신장은 그리 큰 편이 아니지만 뛰어난 운동능력과 정확한 타이밍을 앞세워 매 경기 많은 블로킹을 잡아내고 있다.

정호영 점유율 올라가면 정관장은 강해진다
 
 정호영은 이번 시즌 블로킹과 서브 등 여러 부문에서 지난 시즌보다 더욱 성장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정호영은 이번 시즌 블로킹과 서브 등 여러 부문에서 지난 시즌보다 더욱 성장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광주체중 1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정호영은 중3때 이미 190cm에 육박할 정도로 신장이 자라면서 배구팬들 사이에서 '리틀 김연경'으로 불렸다. 실제로 고등학생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김연경에 버금가는 신장을 자랑하는 유망주는 근래 보기 드물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호영의 포지션도 김연경과 같은 아웃사이드 히터였다. 정호영은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당연히(?)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정호영은 루키 시즌 28.13%의 공격성공률과 2.33%의 리시브 효율에 그치며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낙제점을 받았다. 정호영은 루키 시즌이 끝난 후 미들블로커로 변신했지만 2020-2021 시즌 개막전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됐다. 다행히 2021-2022 시즌 건강하게 코트에 돌아온 정호영은 49.24%의 공격성공률과 세트당 0.59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한송이,박은진과 인삼공사의 중앙을 지켰다. 

정호영은 지난 시즌에도 속공 3위(49.87%와 블로킹 6위(세트당0.69개)를 기록하면서 이주아, 박은진, 이다현, 최정민과 함께 다음 세대를 이끌 젊은 미들블로커로 불렸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대표팀에 선발돼 VNL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라는 귀중한 경험을 쌓은 정호영은 이번 시즌에도 박은진과 함께 정관장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정호영은 득점과 블로킹,서브 등 각 분야에서 지난 시즌보다 향상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전날 현대건설의 이다현이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1득점을 올리자 이번엔 정호영이 8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를 통해 응수를 했다. 정호영은 이날 4번의 세트에서 블로킹 6개를 기록했고 16번의 공격을 시도해 10개를 성공시키면서 11.68%의 점유율과 62.50%의 성공률로 16득점을 올렸다. 정호영은 이번 시즌 속공 6위(49.06%)와 블로킹 3위(세트당0.79개)에 서브 부문에서도 공동 4위(세트당 0.21개)에 올라있다.

사실 미들블로커의 낮은 공격점유율은 현대건설을 제외한 모든 구단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하지만 시즌 공격점유율을 9.32%까지 끌어 올리며 양효진(208점)에 이어 미들블로커 득점 2위(132점)에 올라있는 정호영을 보유한 정관장은 앞으로 충분히 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 정호영과 박은진의 공격 점유율이 20%내외로 올라간다면 이번 시즌 도합 69.72%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고 있는 '쌍포' 메가와 지아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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