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큐가 안방에서 신한은행을 제물로 시즌 첫 연승을 기록했다.

김도완 감독이 이끄는 부천 하나원큐는 6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홈경기에서 78-51로 대승을 거뒀다. 전반에 이미 42-28로 점수 차를 크게 벌리면서 승기를 잡은 하나원큐는 신한은행을 여유 있게 꺾고 시즌 첫 연승과 함께 3위 삼성생명 블로밍스를 반 경기 차이로 추격하는 단독 4위로 올라섰다(4승6패).

하나원큐는 에이스 신지현이 21득점3리바운드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고 양인영도 13득점6리바운드3어시스트2스틸3블록슛으로 공수 전반에 걸쳐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김도완 감독과 하나원큐 팬들은 이날 하나원큐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바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6개의 3점슛을 적중시키며 종횡무진 코트를 누빈 정예림이 그 주인공이다.

2년 연속 쏟아져 나온 단신 유망주들
 
 숭의여고 에이스 정예림은 2019-2020 사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하나원큐에 지명됐다.

숭의여고 에이스 정예림은 2019-2020 사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하나원큐에 지명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2019년 1월에 열렸던 2018-2019 시즌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숭의여고의 박지현(우리은행 우리원)과 인성여고의 이소희(BNK 썸), 온양여고의 신이슬(삼성생명) 등 좋은 가드 자원이 3명이나 배출됐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한국 여자농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 받은 박지현은 말할 것도 없고 이소희와 신이슬도 순조롭게 성장하면서 2023-2024 시즌 현재 각 팀의 주전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특정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 포지션에 좋은 인재 여러 명이 동시에 배출되면 한 동안 같은 포지션의 인재들이 나오지 않았던 게 신인 드래프트의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2020년 1월에 열렸던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두 시즌 연속으로 가드 또는 단신 포워드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했다. 박지수(KB스타즈) 이후 센터 유망주들이 다소 위축된 반면에 신장은 작아도 기량이 좋은 유망주들이 꾸준히 배출된 것이다.

1년 전 183cm의 장신가드 박지현이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것과 달리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상주여고에 재학중인 165cm의 단신 포인트가드 허예은이 전체 1순위로 KB에 지명됐다. 리그 최고의 센터 박지수를 보유한 KB는 박지수에게 날카롭고 정확한 패스를 뿌려줄 포인트가드 유망주 허예은을 선택했고 실제로 허예은은 2021-2022 시즌부터 KB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2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신한은행 역시 165cm의 단신 포인트가드인 재미교포 선수 김애나를 지명했다. 김애나는 1995년생으로 드래프트 참가자 중 최고령이었지만 당당히 전체 2순위 지명을 받고 WKBL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데뷔 첫 시즌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고전한 김애나는 2022년5월 FA 구슬(신한은행)의 보상선수로 하나원큐 유니폼을 입었고 이번 시즌 6.4득점5.0리바운드3.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는 하위 라운드, 그리고 대졸 선수 중에서 좋은 선수가 많이 배출된 드래프트로도 유명했다. 2라운드3순위로 하나원큐에 지명됐던 강유림은 입단 첫 시즌 7.3득점4.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고 삼성생명 이적 후에도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늦게 이름이 불린 이명관 역시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3점슛 6개 적중
 
 정예림은 이번 시즌 9개의 3점슛 중 2/3에 해당하는 6개를 6일 하루에 성공시켰다.

정예림은 이번 시즌 9개의 3점슛 중 2/3에 해당하는 6개를 6일 하루에 성공시켰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정예림은 숭의여고 2학년 시절 박지현이라는 고교 최고의 선수와 함께 팀의 전국대회 2관왕을 이끌었고 박지현 졸업 후에도 춘계연맹 MVP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정예림은 고교 시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연령별 대표팀에도 꾸준히 선발되면서 엘리트 코스를 걸었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허예은과 김애나 등에 밀려 전체 4순위로 하나원큐에 지명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초 박신자컵과 퓨처스리그, 트리플잼 대회에 출전하며 착실히 경험을 쌓은 정예림은 2020-2021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7득점14.3리바운드3.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하나원큐의 우승을 견인했다. 그리고 2021-2022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출전시간을 늘려가며 1군에서 입지를 넓혀 갔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11.5득점6.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네 번째 시즌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정예림은 포인트가드부터 스몰포워드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고 빠른 발을 활용한 속공가담능력도 뛰어나며 리바운드 가담 능력 역시 포지션 대비 최상급이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가드로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나 슈팅의 안정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특히 하나원큐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타일이 비슷한 김시온을 영입한 것이 정예림의 출전시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정예림은 지난 시즌에 비해 출전 시간이 4분 정도 줄었고 7.4득점4.1리바운드로 개인기록도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경기효율, 특히 약점으로 지적되던 외곽슛 능력은 부쩍 향상되며 하나원큐의 위력적인 공격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예림은 6일 신한은행전에서 8개의 3점슛을 시도해 무려 75%의 확률로 6개를 림에 통과시켰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번 시즌 정예림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50%(9/18)에 달한다.

한편 신한은행은 하나원큐전 패배로 연승이 무산됨과 동시에 4쿼터에서 단 1득점에 그치며 'WKBL 역대 한쿼터 최소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종전 기록은 하나원큐와 우리은행, KB, 삼성생명이 기록했던 2득점이다. 4쿼터 6분을 남기고 에이스 김소니아가 부상으로 교체된 신한은행은 경기 후반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도 단 하나의 필드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1-15라는 민망한 점수로 4쿼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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