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용균 노동자 흉상이 설치된 태안화력 정문 앞에서 고 김용균 5주기 현장 추모제가 6일 오후 12시부터 열렸다.
 김용균 노동자 흉상이 설치된 태안화력 정문 앞에서 고 김용균 5주기 현장 추모제가 6일 오후 12시부터 열렸다.
ⓒ 신문웅

관련사진보기

 
"다치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던 고 김용균 노동자의 5주기 행사가 열리기 2시간 전, 인근 충남 당진에서 또 한 명의 5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끼임 사고로 숨진 발전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5주기 추모제가 열리기 전인 6일 오전 11시 30분.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정문 앞에서 만난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이태성 간사가 한숨을 쉬며 기자에게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52분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원료공정 공장에서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시설관리작업을 하다가 7.5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실을 <오마이뉴스>가 첫 보도했다. 정문 앞 추모공원에 설치된 김용균 조형물, 그리고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는 추모제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현장에 온 노동자들 사이에선 또 다시 불안해하는 모습도 감지된다"고 전한 그는 "용균이 목숨 값으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두고 정부여당이 또 2년 유예까지 거론한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태성 간사는 "내일(7일) 대법원 선고가 용균이를 살려내야 한다"며 "선고 전 많은 노동자들이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선고도 직접 방청하러 갈 예정이다"라고 했다.

"기업 사기를 아무리 꺾는다 한들 자식 잃은 부모에 비할 수 있겠나"
 
이태의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이 태안화력 사고 현장으로 행진하던 중 정부 여당의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연장 논의를 비난하고 있다.
 이태의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이 태안화력 사고 현장으로 행진하던 중 정부 여당의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연장 논의를 비난하고 있다.
ⓒ 신문웅

관련사진보기

 
고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공공운수노조가 주관한 '김용균 5주기 추모제'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낮 12시부터 열렸다. 

김용균씨 산재사망 사고와 관련해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 등 원청 회사 관계자들의 대법원 선고를 하루 앞두고 열리는 추모제여서, 현장에선 재판부를 향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달라'는 호소가 터져 나왔다. 업무상 과실치사·산언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사장의 경우 1·2심에서 무죄를 받은 바 있다.

변하지 않는 노동현실을 향한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김용균씨의 5주기를 앞두고 72개 단체는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아래 김용균 5주기 추모위)'를 구성하면서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중대재해법이 제정됐는데도, 일터는 여전히 위험하고, 위험은 '외주화'됐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는 박탈당한 상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균씨와 같은 일을 하는 금화PSC 태안지회 김일권 회장은 추모제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동악법과 불법파견을 없애고 정규직 전환·직접고용을 이루기 위해 함께 나섰던 김용균의 뜻을 이루려 우리는 멈추지 않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발전소 현장의 모든 분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일을 하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감전, 폭발, 질식, 추락, 깔림, 절단 등 여전히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지회장은 "'위험의 외주화'로 현장의 위험은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 달라 요청해도 경제적 이유로 회피하는 사장들도 있다"며 "'우리는 해줄 것이 없다', '너희들 스스로 목숨을 지켜라' 강요하고, 사고가 나면 스스로 목숨을 지키지 않은 '당신들 책임'이라고 이야기한다"고 서글픈 현실을 전했다.

추모제에 이어 참석자들은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등을 선두로 사고 현장까지 추모행진을 하며 "비정규직 철폐", "중대재해법 즉시 시행" 구호를 외쳤다. 행진 후엔 사고 현장에 설치된 김용균씨 영정에 조문을 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6일 5주기 추모제 현장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6일 5주기 추모제 현장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 신문웅

관련사진보기

    
조문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김미숙 대표가 유족 발언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들이 처참히 죽어갔던 이곳에 왔다. 아무도 구해줄 수 없는 어두운 현장에서 이윤을 위해 목숨까지 삼켜버린 야만의 현장이었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과 현장 밝기, 최신형에 맞는 물청소 도구만 갖췄어도 죽지 않았을 거다. 28번의 위험 시정요구와 2인1조만이라도 시행됐더라면 아들 용균이는 제 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어 김 대표는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적용이 기업들 사기를 아무리 꺾는다 한들 자식 잃은 부모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으며 "수천 명이 해마다 죽는다. 그 유족들은 날마다 피눈물을 흘린다. 기업 살리는 것 이상으로 사람 살리는 것에 더 치중해야 할 중차대한 명분"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7일 오전 10시 20분 대법원에서는 김용균 죽음의 책임을 묻는 재판이 1심, 2심을 거쳐 최종 대법원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1심과 2심 법원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을 유지될지 파기 환송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한국서부발전, #김용균5주기, #중대재해처벌법, #태안화력, #김용균재단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