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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민 마비노기 콘텐츠리더가 지난 1일 유튜브 ‘마비노기 2023 겨울 라이브 쇼케이스’에서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제약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입한 ‘아이템·버튼 이름 음성 지원’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동민 마비노기 콘텐츠리더가 지난 1일 유튜브 ‘마비노기 2023 겨울 라이브 쇼케이스’에서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제약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입한 ‘아이템·버튼 이름 음성 지원’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마비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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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집게손'으로 불거진 게임업계의 혐오 문제가 이번엔 '장애인 음성지원 서비스'로 번졌다. 일부 남성들의 혐오 대상이 여성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전반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넥슨이 제작한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는 최근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제약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아이템·버튼 이름 음성 지원'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최동민 콘텐츠리더는 지난 1일 유튜브 '마비노기 2023 겨울 라이브 쇼케이스'에서 "많은 밀레시안(마비노기 이용자)께서 응원해주셨고 저희 개발팀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개발 방향을 찾았다"며 "12월부터 음성 지원 기능을 활성화하고 버튼이나 아이템에 마우스 오버를 하면 (게임 속 캐릭터인) 블로니의 목소리로 해당 버튼과 아이템의 이름을 들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블로니의 성장지원', '티르 코네일의 자연환경', '고급 의류 가방' 등 게임 내 버튼과 아이템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NPC '블로니' 목소리로 음성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서비스가 공개되자 일부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에선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게임을 하냐", "장애인이 게임을 왜 하냐" 등의 장애인 이용자를 공격하는 글이 올라왔다. 더해 "페미(페미니스트) 지원",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습시위" 등 서비스와는 무관한 비난성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5일 현재까지 디시인사이드 마비노기 갤러리에만 70여건의 관련글이 올라왔으며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장애인도 즐기자"며 서비스 나왔는데... "게임업계 백래시 연장선"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에 ‘아이템·버튼 이름 음성 지원’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하자,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게임을 하냐", "장애인이 게임을 왜 하냐" 등의 글을 올라왔다. "페미(페미니스트) 지원",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습시위" 등 서비스와는 무관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에 ‘아이템·버튼 이름 음성 지원’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하자,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게임을 하냐", "장애인이 게임을 왜 하냐" 등의 글을 올라왔다. "페미(페미니스트) 지원",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습시위" 등 서비스와는 무관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X(엑스, 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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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가 나오게 된 계기는 지난 2월 '눈 감아도 마비노기'라는 제목으로 '에린 토론 광장(소통 게시판)'에 올라온 한 시각장애인 이용자의 글이었다.

해당 이용자는 "어쩌다 보니 시각장애인이 됐는데 조금 보이는 눈으로 겨우 접속해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며 "마비노기의 모든 메뉴와 콘텐츠 UI(사용자 환경)에 음성 지원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캐릭터 선택창 메뉴라도 음성 지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적었다.

그가 요청한 건 '시작', '새 캐릭터', '삭제', '구입' 등 버튼에 마우스를 올리면 음성으로 전환해 들려주는 기능을 추가해달라는 것이었다. 350여 명의 이용자가 이 글에 동의했고, 일부는 "글을 오래 읽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좋겠다", "시각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겠다" 등 댓글을 남기며 호응했다.

당시 마비노기 측은 "마비노기는 장애와 무관하게 모든 밀레시안 여러분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며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선을 다해 솔루션을 탐색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2월 '눈 감아도 마비노기'라는 제목으로 마비노기 홈페이지 '에린 토론 광장(소통 게시판)'에 올라온 한 시각장애인 이용자의 글.
 지난 2월 '눈 감아도 마비노기'라는 제목으로 마비노기 홈페이지 '에린 토론 광장(소통 게시판)'에 올라온 한 시각장애인 이용자의 글.
ⓒ 마비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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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게임업계 백래시가 전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환민 IT노조 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일부 남성들은 인터넷 집단으로 모여 있다는 연대감을 통해 자신들만이 '정상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권과 권리를 마치 제로섬으로 간주하면서 자신들의 주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여성, 장애인 등 집단을 표준에서 배제하고 있다. 게임업계 백래시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화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 노동자지회 사무장은 "성평등과 정치적 올바름을 존중하는 쪽으로 이동하려 하면 사회적 기득권으로 있던 일부 남성들이 자신들의 파이를 뺏긴다고 생각하며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2016년 당시보다 평등에 대한 반작용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태그:#마비노기, #게임업계, #페미, #장애인, #백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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