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들' 이근호 은퇴식 축구 국가대표 출신 대구FC 이근호가 3일 오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태양의 아들' 이근호 은퇴식 축구 국가대표 출신 대구FC 이근호가 3일 오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태양의 아들'로 불리는 이근호 선수가 마지막 소속 팀 대구 FC로부터 뜻 깊은 이별 선물을 받으며 초록 그라운드를 떠났다. 일요일 낮 2시 DGB 대구은행파크는 1만2334명의 전좌석 매진(2023년 11회 매진) 기록을 또 한 번 만들어냈고 언제나 팀을 위해 헌신했던 태양의 아들 이근호와 작별했다. 38살 이근호는 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 FC 유니폼을 입고 시작한 K리그 여행을 대구 FC에서 마무리하며 390게임(80골 53도움)을 뛰었다.

최원권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3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2023 K리그1 파이널 A그룹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을 2-1로 멋지게 이겼다. 22번 등번호를 달고 60분 7초를 뛴 이근호 선수의 은퇴식을 더욱 빛나게 만든 선물이었다.

에드가의 귀중한 2골 선물

파이널 라운드 4게임을 뛰면서 한 번의 승리도 없던 대구 FC 선수들이 떠나는 맏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이를 악물고 뛰었다. 상대 팀이 최근 정규리그는 물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올라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였기에 결코 쉽지 않았지만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아름다운 이별 선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대구 FC 서포터즈가 준비한 이근호 선수의 은퇴 세리머니

대구 FC 서포터즈가 준비한 이근호 선수의 은퇴 세리머니 ⓒ 심재철

 
전반전이 무르익은 40분 15초에 키다리 골잡이 에드가의 헤더 첫 골이 들어갔다. 홍철이 왼쪽 측면에서 이례적으로 오른발로 감아올린 크로스가 에드가의 머리로 정확하게 날아들어간 것이다.

후반전에도 홍철 크로스-에드가 헤더 골 공식은 또 한 번 기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56분 40초, 이번에는 홍철이 자랑하는 왼발 크로스가 제대로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왔고 에드가의 묵직한 스파이크 헤더 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들어갔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후반전 교체 선수 둘이 74분 33초에 1골(에르난데스 오른발 슛, 홍시후 도움)을 따라붙었지만 최영은 골키퍼를 비롯해서 모든 선수들이 2-1 점수판을 끝까지 지켜낸 덕분에 이근호의 은퇴 게임이 더 빛났다.

대구 FC가 2-0으로 앞서고 있던 60분 7초, 이근호는 만원 관중들의 박수를 한몸에 받으며 벤치로 물러났다. 바람의 아들이 그렇게 초록 그라운드를 떠난 것이다. 마침 상대 팀이 이근호가 처음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인천 유나이티드 FC였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60분 7초, 이근호가 박세진과 양손을 맞잡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순간을 대구 FC 최원권 감독이 바라보고 있다.

60분 7초, 이근호가 박세진과 양손을 맞잡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순간을 대구 FC 최원권 감독이 바라보고 있다. ⓒ 심재철

 
사실 이근호의 프로 데뷔는 곡절이 많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멤버로 이름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2004년 첫 해에는 공식 게임에 나서지 못하고 2군리그(R리그)에만 얼굴을 내밀었고 실제 데뷔 게임은 2005년에 치를 수 있었다. 그것도 겨우 5게임 뿐이었다. 공격 포인트는 물론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세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지만 2군리그 세 시즌 기록(41게임 8골 9도움)이 공식 K리그 2년간 첫 기록(8게임 0골 0도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에서 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이근호는 곧바로 대구 FC로 둥지를 옮겨 2007~2008년 두 시즌 동안 59게임 23골 9도움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새기기 시작한다. 태양의 아들이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한 바로 그 시기이다. 대구 FC에서의 K리그 공식 기록만 모아 보면 다섯 시즌 152게임 30골 10도움을 찍어냈으니 2023 K리그1 시즌을 마무리하는 날 그가 작별 인사를 나누기에 햇빛도 다시 따뜻하게 DGB 대구은행파크 잔디 위로 내려와 주었다. 
 
 이근호 선수의 주요 기록 일람

이근호 선수의 주요 기록 일람 ⓒ 심재철

 
2023 K리그1 파이널 A그룹 결과(12월 3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파크)

대구 FC 2-1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도움 : 에드가(40분 15초, 도움-홍철), 에드가(56분 40초, 도움-홍철) / 에르난데스(74분 33초, 도움-홍시후)]

대구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이근호(60분 7초↔박세진), 에드가, 고재현(86분↔김영준)
MF : 홍철, 벨툴라(86분↔케이타), 황재원, 장성원(78분↔이용래)
DF : 김강산, 조진우, 김진혁
GK : 최영은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김보섭, 천성훈(70분↔김준엽), 박승호(46분↔에르난데스)
MF : 최우진, 김도혁, 음포쿠(70분↔박현빈), 민경현(46분↔홍시후)
DF : 오반석, 권한진, 김연수(85분↔김건희)
GK : 김동헌

2023 K리그1 파이널 A 최종 순위
1위 울산 현대 76점 23승 7무 8패 63득점 42실점 +21 **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2위 포항 스틸러스 64점 16승 16무 6패 53득점 40실점 +13 **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3위 광주 FC 59점 16승 11무 11패 47득점 35실점 +12 **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PO
4위 전북 현대 57점 16승 9무 13패 45득점 35실점 +10 ** AFC 챔피언스리그2
5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56점 14승 14무 10패 46득점 42실점 +4
6위 대구 FC 53점 13승 14무 11패 42득점 43실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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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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