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도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았다고 하지만 이렇게 기구한 운명들이 엇갈리고 말았다. 12월 첫 토요일 오후 4시 무렵 수원 빅 버드(2만 4932명)는 침묵, 흐느낌, 원망의 목소리들로 뒤덮였다. 축구 명가라고 자처하던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2부리그(K리그2)로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1995년 12월 창단 이후 처음 겪는 일이기에 염기훈 감독 대행은 물론 구성원 모두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리고 30분 뒤에 아담한 김포 솔터 축구장(2442명)에서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스토리가 이루어졌다. 2021년 1월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2022년부터 K리그2에 참가하기 시작한 김포 FC가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며 다음 시즌 1부리그를 넘보는 K리그2 플레이오프까지 이기고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선 것이다.

7게임 만에 이긴 김포 FC,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 쾌거

고정운 감독이 이끌고 있는 김포 FC가 12월 2일(토) 오후 4시 30분 김포 솔터 축구장에서 벌어진 2023 K리그2 플레이오프 경남 FC와의 홈 게임을 2-1로 이기고 짧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 K리그1 10위 강원 FC를 만나게 됐다.

부천 FC 1995를 밀어내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온 경남 FC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해 4월 11일 바로 그곳에서 1-2로 패한 적 있지만 그 이후 김포 FC를 만나 여섯 게임 무패(4승 2무 11득점 2실점) 행진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맞대결 기록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던 김포 FC가 2023 K리그2 시즌 성적(3위)을 운 좋게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홈팬들 앞에서 맘껏 자랑하기 시작했다. 게임 시작 후 29분 21초 만에 2023 K리그2 득점왕(16골/34게임)에 오른 루이스가 동료 미드필더 김종석이 밀어준 공을 받아 왼발로 멋진 첫 골을 뽑아낸 것이다.

이 골은 지난해 8월 14일 1-3으로 완패할 때 넣은 골 이후 경남 FC를 상대로 처음 터뜨린 골이기 때문에 더 의미있는 골이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경남 FC 원기종의 오른발 대각선 골(35분 22초)이 들어갔지만 김포 FC 선수들은 결코 당황하지 않고 전반 추가 시간 18초 만에 첫 골을 도운 김종석이 왼발 발리슛으로 확실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37분에 경남 FC 미드필더 설현진이 위험한 태클로 퇴장 당한 변수를 부인할 수는 없었다.

김포 FC는 창단 후 경남 FC를 처음 만난 그곳에서 2-1로 이긴 게임(2022년 4월 11일)을 이 중요한 플레이오프 스코어로 재현한 덕분에 1부리그 10위로 최종 순위를 만들어낸 강원 FC와 승강 플레이오프 두 게임(12월 6일, 9일)을 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유효 슛 1개' 남기며 몰락한 수원 삼성 블루윙즈

김포 FC의 역사상 첫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 스토리와 맞물린 게임이 같은 날 오후 2시 수원 빅 버드에서 열렸고 홈 팀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강원 FC와 득점 없이 비기는 바람에 최종 순위 12위로 2024 시즌부터 K리그2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K리그2 플레이오프에서 김포 FC가 최근 맞대결 기록에서 일방적으로 밀린 것을 뒤집어버린 것과는 반대로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어웨이 팀 강원 FC를 압도하지 못했다. 35분에 나온 아코스티의 오른발 유효슛 1개만이 공식 기록으로 찍혔을 뿐이다. 전체 슛(수원 삼성 8개, 강원 FC 11개), 유효슛(수원 삼성 1개, 강원 FC 6개), 키 패스(수원 삼성 5개, 강원 FC 9개) 등 거의 모든 기록에서 강원 FC에게 밀린 것이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올해 강원 FC를 상대로 2승 1무(5득점 2실점)라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냈지만 가장 중요한 이 게임, 2만 명이 넘는 홈팬들 앞에서 심각하게 초라한 공격 지표를 남긴 채 쓸쓸히 사라진 셈이다. 축구에서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한 게임이다.

이제 2023 K리그 스토리는 네 팀의 승강 플레이오프만 남겨놓게 되었다. 창단 2년만에 모두를 놀라게 한 김포 FC가 강원 FC와 12월 6일(수), 12월 9일(토) 두 번 만나게 되었고, 4년 만에 1부리그 승격을 노리는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FC가 똑같은 일정으로 만난다.

2023 K리그2 플레이오프 결과(12월 2일 오후 4시 30분, 김포 솔터 축구장)

김포 FC 2-1 경남 FC [골-도움 : 루이스(29분 21초,도움-김종석), 김종석(45분+18초) / 원기종(35분 22초)]

2023 K리그1 파이널 B그룹 최종 순위
7위 FC 서울 55점 14승 13무 11패 63득점 49실점 +14
8위 대전하나 시티즌 51점 12승 15무 11패 56득점 58실점 -2
9위 제주 유나이티드 41점 10승 11무 17패 43득점 49실점 -6
10위 강원 FC 34점 6승 16무 16패 30득점 41실점 -11 **
2023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1위 수원 FC 33점 8승 9무 21패 44득점 76실점 -32 ** 2023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2위 수원 삼성 블루윙즈 33점 8승 9무 21패 35득점 57실점 -22 ** 2024 K리그2 강등

2023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일정(왼쪽이 홈 팀)
12월 6일(수) 오후 7시 ☆ 부산 아이파크 - 수원 FC (부산 아시아드)
12월 6일(수) 오후 7시 ☆ 김포 FC - 강원 FC (김포 솔터축구장)

12월 9일(토) 오후 2시 ☆ 수원 FC - 부산 아이파크 (수원 종합운동장)
12월 9일(토) 오후 2시 ☆ 강원 FC - 김포 FC (강릉 종합운동장)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김포FC 수원삼성블루윙즈 K리그 경남F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