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적지에서 '리버스 스윕'으로 3라운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14-25, 17-25, 25-19, 25-18, 15-11)로 승리했다. 2세트까지 합계득점이 31점에 불과했을 정도로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하던 기업은행은 3세트부터 경기흐름을 완전히 뒤집으면서 3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점 2점을 적립했다(6승 7패). 

기업은행은 토종에이스 표승주가 28.30%의 점유율과 44.44%의 성공률로 21득점을 올리며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했고 평소보다 낮은 28.93%의 점유율을 기록한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도 블로킹 3개를 포함해 20득점으로 분전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3세트 중반 황민경 대신 코트에 나와 경기 분위기를 바꾼 이 선수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교체 선수로 투입돼 55.17%의 공격성공률로 16득점을 기록한 육서영이 그 주인공이다.

각 구단마다 마련돼 있는 주전급 백업들
 
 육서영은 고교 시절부터 뛰어난 공격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1라운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육서영은 고교 시절부터 뛰어난 공격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1라운드 지명을 받지 못했다. ⓒ 한국배구연맹

 
현실에서의 스포츠가 컴퓨터 게임처럼 주전 선수만으로 시즌 전체를 꾸릴 수 있다면 지도자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부상 등은 언제나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구단에서는 언제나 주전 선수들의 이탈이라는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 받는 포지션에서는 기존의 주전선수와는 다른 특징과 장점을 가진 백업선수를 반드시 웜업존에 대기시킬 필요가 있다.

8연승을 달리고 있는 선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주전 세터 이원정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GS칼텍스 KIXX를 거치며 2개의 우승반지를 얻었다. 하지만 주전세터로서 풀시즌을 소화하는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게다가 이원정 세터는 팔꿈치와 손목,어깨 등 부상도 잦은 편이다. 따라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언제나 백업 김다솔 세터가 이원정 대신 코트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은 선수들을 가장 다양하게 활용하는 지도자로 꼽힌다. 현재 GS칼텍스 선수단에서 붙박이 주전이라 부를 수 있는 선수는 강소희와 지젤 실바, 한다혜 리베로, 김지원 세터 정도다. 아웃사이드히터 한 자리는 유서연과 권민지, 최은지가 번갈아 가며 소화하고 있고 미들블로커 역시 베테랑 한수지와 정대영, 신예 오세연에 최근엔 아포짓 스파이커가 주포지션인 문지윤까지 가세해 중앙에서 활약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 정대영이 동시에 팀을 떠나면서 주전선수가 아직 확실하게 구축되지 못했다. 시즌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와 아시아쿼터 타나차 쑥솟은 팀의 쌍포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아직 수비에 특화된 문정원과 공격력이 좋은 전새얀 중 김종민 감독의 최종낙점을 받은 선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조 트린지 감독이 이끄는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초반 195cm의 리그 최장신 미들블로커 염어르헝을 1세트에 한해 주전으로 활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2라운드부터는 주로 하혜진이 MJ 필립스와 함께 페퍼저축은행의 중앙을 지키고 있다. 트린지 감독은 최근  2021-2022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박사랑 세터의 출전시간을 늘리며 경험을 쌓게 해주고 있다.

3세트 교체 출전해 리버스 스윕 견인
 
 육서영은 V리그 국내 선수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공격의 힘을 자랑한다.

육서영은 V리그 국내 선수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공격의 힘을 자랑한다. ⓒ 한국배구연맹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는 선명여고의 정호영(정관장)과 중앙여고의 이다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대구여고의 권민지(GS칼텍스) 등 좋은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한 신인 드래프트로 꼽혔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이자 호남정유 무적시대의 주역 이도희 세터(SBS 스포츠 해설위원)와 미들블로커 홍지연(추계초 감독)의 모교인 일신여상에서도 각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미들블로커 최가은(도로공사)이 1라운드 5순위로 기업은행, 아포짓 스파이커 김다은이 1라운드 6순위로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은 가운데 아웃사이드히터 육서영은 2라운드 2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했다. 여느 유망주들이 그렇듯 육서영 역시 180cm의 좋은 신장과 묵직하고 힘 있는 공격력을 가진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대부분의 장신 유망주들이 그렇듯 육서영 역시 공격에 비해 서브 리시브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입단 후 착실히 경험을 쌓은 육서영은 지난 시즌 38.98%의 준수한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고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270득점을 올리며 부쩍 성장한 기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지난 4월 FA시장에서 경험이 풍부한 아웃사이드히터 황민경을 계약기간 2년, 연봉총액 4억 5000만 원의 조건에 영입했다. 표승주와 황민경이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나서면 육서영은 다시 웜업존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육서영은 이번 시즌 주전보다는 백업으로 활약하고 있고 실제로 1일까지 11경기에서 21번의 세트를 소화하고도 단 19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육서영은 2일 정관장전에서 3세트 부진한 황민경 대신 코트에 들어가 특유의 과감한 공격과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코트의 분위기를 바꾸며 기업은행의 대역전극을 견인했다. 55.17%의 공격성공률과 16득점은 단연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이다.

물론 육서영이 2일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이번 시즌 개막 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육서영이 다음 경기부터 39.3%(8위)의 안정된 리시브 효율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 황민경을 제치고 주전으로 출전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한 경기 활약으로 주전으로 도약하긴 어렵지만 김호철 감독은 정관장과의 경기를 통해 주전들이 흔들리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 대신 코트에 들어갈 선수가 육서영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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