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역사상 '꼴찌팀'의 자리가 이렇게까지 주목받았던 선례가 있었을까. K리그1이 2023시즌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두고 역대급 '데스매치'가 펼쳐진다. K리그1 잔류와 2부 강등, 리그 득점왕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마지막 티켓의 운명까지 모두 이 한 경기에 달려있다.
 
2일 오후 2시부터 K리그1 파이널라운드 그룹 A(1-6위팀)과 그룹 B(7∼12위)의 경기가 연이어 열린다. A그룹은 이미 1위 울산 현대의 2연패가 일찌감치 확정된 가운데, 2024년 K리그의 마지막 AFC 클럽대항전 출전팀을 결정하는 승부만 남아있다.
 
상위 1∼2위는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3위는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플레이오프, 4위는 2부 격인 챔피언스리그2 출전권을 획득하게 된다. 현재 3위 광주(승점 58점)가 가장 앞서있지만 4위 전북(57점)-5위 인천(56점)과는 각 1점차로 촘촘하게 늘어서 있어서 최종전 결과로 순위가 뒤바뀔수 있다. 광주는 홈에서 포항을, 전북은 울산, 인천은 대구를 각각 원정에서 상대한다.
 
하지만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쏠린 진정한 빅매치는 역시 B그룹의 강등 대전이다. 올해 K리그는 최대 3팀까지 강등을 당할 수 있다. 10위와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지만, 꼴찌는 12위는 그대로 2부 리그 자동직행이 확정된다.
 
승강전쟁의 최종후보 3팀은 이미 확정되었고 PO행이냐 2부 직행이냐를 놓고 최종순위를 가리는 일만 남았다. 1일 현재 강원 FC가 6승 15무 16패(승점 33, 30득점)로 10위, 수원 FC가 8승 8무 21패(승점 32·43득점)로 11위, 수원 삼성이 8승 8무 21패(승점 32·35득점)로 12위로 그야말로 1점차 박빙의 대결이다. K리그1은 승점이 같을 경우 다득점-득실차-다승-상대 전적 우위 순으로 따져 순위를 가린다.
 
수원 FC는 홈에서 제주를 상대한다. 얄궂게도 잔류 라이벌인 수원 삼성과 강원FC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피할수 없는 외나무다리 맞대결을 펼친다.
 
세 팀이 근소하게 물고 물려있는 만큼 '경우의 수'가 무척 다양하다. 세 팀 모두 이기는 쪽은 무조건 승강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지만, 지면 다이렉트 강등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수원삼성과 강원이 비긴다면 강원은 PO행, 수원 삼성은 제주가 수원FC를 무조건 잡아주기만 기다려야한다. 수원FC이 다득점에서 수원 삼성보다 8골이나 앞서고 있기에 동률이 되면 수원 삼성이 최하위가 된다.
 
반면 수원FC은 제주에 패하고 수원 삼성이 강원을 이기면 최하위로 추락한다. 수원 FC가 제주에 지더라도 강원이 수원 삼성에 승리하면 잔류한다. 강원은 수원삼성에 패하고 수원FC가 제주에 이기거나 비기면 강원이 강등 직행 열차를 타게 된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수원FC가 제주에 패하면 수원FC가 강등이다. 수원FC가 제주전에서 승리하거나 무승부를 기록하면, 수원은 K리그2로 추락한다.
 
어느 팀이 잔류하고 강등되든 두고두고 이야깃거리로 남는다. 특히 K리그 정상에 4차례나 오른 '명가' 수원 삼성이 사상 첫 강등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신인 수원시청 시절부터 올해로 창단 20년을 맞이한 수원FC는 2016시즌 K리그1에 승격했으나 12위에 그치며 한 시즌만에 2부로 강등당했던 아픔이 있다. 전체적으로 1부보다 2부에 있던 시간이 더 길었다. 하필 지역 라이벌이자 앙숙인 수원 삼성과 K리그 사상 초유의 같은 연고지팀 동반 강등이라는 진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강원 FC는 2016년 12위로 2부리그에 처음 강등 당했고, 2016년 K리그2 3위로 승격했다. 2021년에는 11위로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으나 대전에 역전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7년 만에 두 번째 2부리그 강등의 위기에 놓여있다.
 
반면 수원 삼성은 창단 이후 아직까지 2부 리그로 내려간 경험이 한 번도 없다. 바로 지난 시즌이었던 2022년 10위를 기록했던 것이 역대 최저성적(2005년, 2010년과 타이)이었고 승강플레이오프도 첫 경험이었다. 그나마 승강전에서 FC 안양을 1승1무로 물리치고 기사회생했지만 불과 1년 만에 다시 구단 역대 최악의 성적을 경신하며 이번에는 PO도 없이 2부리그로 직행할 위기에 놓였다.
 
K리그1에 승강제가 실시된 이래 부산이나 제주처럼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구단들이 강등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하지만 K리그 최대의 명문 중 하나로 꼽히는 수원 삼성의 강등은 그 파급효과가 차원이 다르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폭넓은 팬덤과 빅마켓을 갖춘 수원 삼성이 K리그1에서 사라질 경우, 리그 흥행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비록 해당 구단과 팬들은 피가 마르는 순간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흥미진진상황 자체가 승강제도가 있었기에 볼 수 있는 매력이기도 하다. 변화와 경쟁이 없는 사회는 정체되고 퇴행하기 쉽다. 스포츠에 영원한 승자는 없으며 어제의 강자도 오늘의 약자가, 오늘의 패자도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스포츠계 유명한 말이 있다. 본래 프로야구에서 약팀을 비꼬는 의미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하지만 정작 프로야구에는 승강제가 없다. 그래서 수십 년이나 우승을 못하고 꼴찌를 도맡아하는 팀들도 존재한다.
 
프로축구에서는 준비되지 못한 팀들에게는 매년 언제든 승강이라는 철퇴가 기다리고 있다. 경쟁의 세계에서 우연히 강등되는 팀은 없었다. 수원 삼성같은 전통의 강팀이라도 과거의 성적은 오늘의 경쟁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려갈 팀은 내려가아한다. 그래야 다시 올라오는 법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잔인한 데스매치지만 승강제가 리그를 더 활력있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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