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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2월 1일 오전 8시 30분]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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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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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일본 정치·외교와 한일관계를 연구해온 남기정 서울대 교수(일본연구소)는 "윤석열정부의 대일외교는 문제가 많고 엉망이다. 정상화 될까. 원래 궤도로 돌리는데 앞으로 두고두고 오랫동안 애를 많이 먹을 것 같다. 이 정부에서 과거사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은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남 교수는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초청으로 29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와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 전망'이라는 제목의 강연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일본 연구 계기부터 밝힌 남 교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그대로 투영되지 않고 일본 중심으로 돌아가고, 거기에 부수적으로 한반도 정책이 돌아간다는 걸 알았다. 미국에서 던져오는 공을 우리가 받는데 직구가 아니고 휘어져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됐다"라고 했다.

"과거사는 난망하다"고 한 남 교수는 "완결된 해법이라기보다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지점, 그런 입구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면서 "과거사를 이 정부에서는 풀 생각이 없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 정부에서 한 마디도 공식적으로 말한 적 없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말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그런 의지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그는 "지난 3월 6일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내놓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구상권 행사라든지 일본 정부에서 최소한 성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손바닥을 뒤집었다"라고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15명 가운데 11명이 정부 입장 수용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수령했고, 4명은 정부 해법을 거부했다. 정부가 공탁을 신청했지만 전국 12개 법원은 이를 불수거했거나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이를 설명한 남 교수는 "정부 해법은 파탄 난 상태다"라며 "정부 해법대로 안된다. 어떻게 풀 것이냐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1965년 체제 배후'에는 한일 유착의 역사 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삼일절 기념사를 "치욕스러운 내용"이라고 평가한 남 교수는 "3월 16일 한일정상회담의 숨은 그림은 안보협력이었고, 그 결과 과거사를 봉인하고 경제협력을 매개로 한일관계를 안정화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구축·작동시키는 구조가 복원되었다"라며 "과거사 문제는 회담 의제가 아니었다"라고 했다.

그는 "문제는 일본이 설정한 '국제법 위반'론을 윤석열 정부에서 수용함으로써, '1965년 체제'에 가까스로 살아 있던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라며 "식민지배가 불법이었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국제법 위반이라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를 하면서도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주장한다'는 마지노선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박정희 정부조차 견지해왔던 것을 무너뜨리고 있어 매우 문제라는 뜻이다.

그는 '1965년 체제의 배후'에는 한일 유착의 역사가 있다고 했다. 1964년 일본에서 전국대학연합원리연구회 결성이 있었고, 이로써 일본에서 전후 종교우파가 탄생했으며 이를 중심으로 일본의 반공보수우익이 결집했다. 이들이 박정희정권을 지지하고 있었다. 1967년에는 문선명, 구보키, 사사카와, 고다마, 기시가 참여한 가운데 '제1회 아시아반공연맹결성 준비회'가 결성됐다. 이어서 1968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국제승공연합'이 창설됐다.

남 교수는 "1960년대 이러한 움직임을 배경으로 일본 우익 단체인 일본회의의 원류가 만들어졌다. 통일교 네트워크를 통해 이들이 196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을 드나들면서 정치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라며 "그런데 이는 그동안 사라진 역사인데, 몇 년 전부터 부활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일본이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8년 상황과 관련해 남 교수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한 것은 일본엔 청천병력 같은 일이었다"라면서 "아베는 당시 상황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역전시키려고 했으며, 주변을 움직였다"라고 했다.

싱가포르-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아베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속도조절을 요구했고, 하노이 회담이 실패하자 긍정 평가했으며, G20 직후인 2019년 6월 30일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을 강행하자 일본 수출규제조치가 발동됐다고 남 교수는 설명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남 교수는 "일본의 움직임을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에 엎어치기를 당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전쟁을 언급한 남 교수는 "일본은 후방지원의 요새로서 전쟁 전개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라며 "우리는 한반도가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가길 바라지만, 일본에는 한반도가 분단된 현상이 유지 될 때 일본이 안전과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세력이 있다"라고 했다.

그는 "한반도 기뢰 제거, 물자 수송은 다 일본이 담당했다. 기뢰 제거하다 폭발해서 전사자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전쟁에 말려들어 죽은 사람이 40명 정도다. 소련과 미국이 당시 군사적으로 쓴 한반도 지명이 일본어로 돼 있었다. 인천상륙작전 때도 일본이 가이드 역할을 했다"라며 "동아시아 정전체제를 봤을 때 일본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염두에 두고 국제정치를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은 29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연구소 교수를 초청해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와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은 29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연구소 교수를 초청해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와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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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장례 때 추도사 하며 이토 히로부미 거론하다니"

이밖에 남 교수는 <아베 회고록>에 "2005년 관민공동위원회는 전시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일본으로부터 받은 배상금에 포함된다고 결론.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위원으로 참가. 문 대통령은 대법원 판단이 국제법 위반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나 반일을 정권 부양 재료로 쓰고 싶었을 것. 문 대통령은 확신범"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을 범죄자 취급한 것이다. 아베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활자화하는 데는 조심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징용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그 말은 식민지 지배가 불법이기에 배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지 지배를 전제로 하기에 강제동원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지정학'을 거론한 남 교수는 "일본에서는 전후 오랫동안 지정학이 금기어가 되다시피 했는데, 2016년과 2017년경 다시 나오고 있다. 아베가 내세운 인도태평양전략이 그것이다"라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이 군사적으로 연결하는 선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일본에서는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이 사실상 하나의 동맹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라고 전했다.

2022년 9월 27일 아베 국가장례 때 기시다 수상은 "시오도어 루즈벨트를 친일노선으로 이끈 '무사도'의 작자 니토베이나조(新渡戸稲造)에 빗대 아베의 업적을 칭송했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죽음을 비통해 하는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県有朋)의 심정에 빗대 아베를 추도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3월 17일 윤 대통령은 게이오 대학에서 연설하면서 오카쿠라 덴신을 인용해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발언했다.

여기서 거론된 시오도어 루즈벨트, 이토 히로부미, 오카쿠라 덴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한 남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는 한반도 입장에서 쓰디쓴 역사를 안겨준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그런 사람을 언급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오카쿠라 덴신이 쓴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표현은 그가 미국에 유학할 때 하숙집에 키우던 고양이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 있던 문구였다. 오카쿠라 덴신은 1905년 러일전쟁 승리 후 을사늑약을 강요한 일본의 행동을 합리화했던 인물이다.

이를 설명한 남 교수는 "오카쿠라 덴신은 1904~1905년 영어로 된 책을 내면서 한반도는 고대부터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관리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며 조선 멸시를 영어로 국제사회에 발산했던 사람이다"라며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윤 대통령이 언급했을까. 검증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 같고, 그 말과 인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대통령 주변에서 검증할 사람이 없었다"라고 했다.

"시민사회 목소리가 일본 사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문제와 관련해 남기정 교수는 "일본은 한국, 대만과 함께 대표적인 잠재적 핵보유국이다. 원전 오염수 문제는 미일동맹의 문제이면서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과 한국, 대만이 참여한 동아시아 원전 질서의 문제이다"라며 "원전 국가의 붕괴는 기지국가의 종언으로, 나아가 동사이아 정전체제의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염수 문제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체제 전환이나 질서 변화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과거사를 풀어가는 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가장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일본 보수우익은 위안부 문제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라며 "고노담화를 일본은 부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우리 정부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안 나서겠지만 시민사회가 전적으로 맡아서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일본 사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회를 주최한 이경희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전쟁이 끝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많다. 그동안 조금씩 해왔던 걸음들이 최근에는 훨씬 뒤로 가는 것 같다"라며 "눈이 많이 덥혔다고, 가시덤불이라고 그 속에 길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전쟁과 인권범죄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희망이 없는 게 아니다. 아는 시민이 더 힘이 있는 것이니, 한일관계를 제대로 알고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은 29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연구소 교수를 초청해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와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은 29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연구소 교수를 초청해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와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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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기정, #서울대학교, #윤석열정부, #대일외교, #강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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