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박승호(77번)의 날카로운 슛이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골문 왼쪽 기둥 방향으로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순간.

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박승호(77번)의 날카로운 슛이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골문 왼쪽 기둥 방향으로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순간. ⓒ 심재철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 덕분에 축구 선수들은 물론 우리나라 조기축구회나 학교 스포츠클럽 유니폼 등번호 중에서 7번 경쟁률이 가장 치열한 편이다. 심지어 17번, 77번처럼 숫자 7이 하나라도 들어가 있는 등번호 유니폼 갖기도 꽤 어렵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에 올라가기 위해 승점 3점이 절실했던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등번호 7이 들어간 세븐 클럽 멤버들이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그 뜻을 이뤘다. 심지어 그들 대부분이 나이 어린 멤버들이어서 더 놀랍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한국)가 28일(화) 오후 7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G조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의 홈 게임에서 2-1로 귀중한 승리를 거두고 2위로 올라서서 16강 토너먼트 진출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7번 김도혁, 27번 김보섭, 37번 홍시후, 47번 김동민, 77번 박승호

예상했던 대로 2022 J1리그 챔피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승리 의지가 강했다. 게임 내내 높은 위치부터 압박하는 조직력을 내세워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실수를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다. 볼 점유율(인천 유나이티드 28.4%, 요코하마 F.마리노스 71.6%) 기록은 물론 패스 성공률(인천 유나이티드 66.4%, 요코하마 F.마리노스 84.8%), 유효 슛/전체 슛 기록(인천 유나이티드 4/11개, 요코하마 F.마리노스 6/13개)에 이르기까지 어웨이 팀 요코하마 F. 마리노스가 우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임 흐름이었다.
 
 10분 57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홍시후(37번)의 오른발 발리슛 첫 골 순간

10분 57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홍시후(37번)의 오른발 발리슛 첫 골 순간 ⓒ 심재철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설상가상으로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를 비롯하여 '제르소, 음포쿠, 신진호, 이명주, 문지환, 델브리지, 김준엽' 등 부상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9월 19일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의 어웨이 게임 4-2 승리 핵심 멤버들을 제대로 쓸 수조차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뛰어야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고 3-4-3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그 중심에 헌신적인 미드필더 김도혁이 등번호 7번을 달고 가장 부지런히 뛰어다녔고 나머지 세븐 클럽 어린 선수들이 뒤를 받쳐준 덕분에 귀중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 시작 후 10분 57초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벼락골이 터졌다. 77번 박승호의 오른발 아웃사이드 오픈 패스가 왼쪽 측면으로 멋지게 넘어왔고 27번 김보섭이 옆줄을 따라 앞 공간으로  내달렸다. 김보섭의 낮은 컷 백 크로스를 받은 천성훈의 왼발 슛이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골키퍼 이치모리 준의 선방에 막혔지만 오른쪽 측면에서 뛰어 들어간 37번 홍시후가 날카로운 오른발 발리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66분 36초에 이어진 인천 유나이티드의 추가골도 세븐 클럽 멤버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7번 김도혁이 놀라운 속도로 달려들어 요코하마 F. 마리노스 후방 빌드업을 끊은 직후 기막힌 타이밍의 스루패스를 27번 김보섭에게 밀어주었고, 후반전 교체 선수 에르난데스가 감각적인 왼발 인사이드 슛을 차 넣은 것이다. 결국 이 골이 천금의 결승골로 찍혀 나왔다.

승점 1점이라도 가져가야 하는 어웨이 팀 요코하마 F. 마리노스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82분 8초에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살려 에우베르의 헤더 골로 따라붙었지만 47번 김동민이 버티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벽을 더이상 허물지는 못했다. 태클 성공률(인천 유나이티드 83.3%, 요코하마 F.마리노스 69.6%) 기록으로 봐도 '오반석 - 김동민 - 김연수'의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력이 돋보인 게임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세븐 클럽 멤버는 아니지만 곧 김천 상무로 입대해야 하는 골키퍼 김동헌의 슈퍼 세이브가 인천 유나이티드의 승리를 지켜냈다고 말할 수 있다. 전반전 7분만에 요코하마 F. 마리노스 7번 에우베르의 결정적인 헤더 슛이 골문으로 날아들었지만 김동헌이 기막히게 쳐냈고, 33분에 왼쪽 코너킥을 받아 에우베르가 또 한 번 오른발 강슛을 날렸지만 김동헌 골키퍼는 공중부양 상태에서 흔들려 날아오는 그 슛을 걷어냈다.

36분에도 에우베르의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를 받은 미즈누마 고타의 오른발 발리슛이 바로 앞에서 날아왔지만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버틴 김동헌이 다리로 막아낸 것이다. 전반전 김동헌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세 개가 아니었다면 인천 유나이티드는 홈팬들 앞에서 완패할 수밖에 없었다.
 
 66분 36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에르난데스가 감각적인 왼발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66분 36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에르난데스가 감각적인 왼발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이렇게 G조 2위 자리로 올라온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2월 3일 오후 2시 대구 FC와의 2023 K리그1 파이널 A그룹 마지막 게임을 뛴 다음 필리핀으로 날아가 13일(수) 오후 5시 리살 기념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카야 FC-일로일로(필리핀)와의 어웨이 게임을 준비한다.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권은 동아시아 그룹 5개조 1위 팀과 각조 2위 다섯 팀 중 성적 좋은 세 팀에게만 있기 때문에 인천 유나이티드가 G조 최하위 카야 FC-일로일로를 상대로 1골이라도 더 넣고 이겨야 하는 입장이다.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G조 결과
(11월 28일 화요일 오후 7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골-도움 : 홍시후(10분 57초), 에르난데스(66분 36초,도움-김보섭) / 에우베르(82분 8초,도움-에두아르두)]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김보섭(77분↔정동윤), 천성훈(64분↔김민석), 박승호
MF : 최우진, 김도혁, 박현빈(53분↔에르난데스), 홍시후(63분↔민경현)
DF : 오반석, 김동민, 김연수(77분↔김건희)
GK : 김동헌

AFC 챔피언스리그 G조 현재 순위
1 산둥 타이산 FC 12점 4승 1패 14득점 4실점 +10
2 인천 유나이티드 FC 9점 3승 2패 11득점 8실점 +3
3 요코하마 F. 마리노스 9점 3승 2패 9득점 7실점 +2

4 카야 FC-일로일로 0점 5패 3득점 18실점 -15

◇ AFC 챔피언스리그 동아시아 그룹별 2위 팀 현재 성적
F조 2위 전북 현대(한국) 4게임 6점 2승 2패 7득점 6실점 +1
G조 2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5게임 9점 3승 2패 11득점 8실점 +3
H조 2위 멜버른 시티 FC(호주) 4게임 7점 2승 1무 1패 4득점 2실점 +2
I조 2위 울산 현대(한국) 5게임 9점 3승 2패 10득점 6실점 +4
J조 2위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일본) 4게임 4점 1승 1무 2패 9득점 6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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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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