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팀'이라는 기대는 역시 허상이었을까. 우승후보로 꼽혔던 프로농구 부산 KCC가 2연패에 빠졌다.
 
KCC는 25일 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에게 81-96으로 완패했다. 가스공사는 현재 리그 최하위팀이자 이날 경기 전까지 10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었으나, KCC를 제물로 귀중한 승리를 추가하며 연패를 탈출했다.

주전가드 김낙현이 결장했음에도 샘조세프 벨란겔(30점 6어시스트)-앤드류 니콜슨(25점 11리바운드)-이대헌(19점)의 삼각편대가 무려 74점을 몰아넣었다. 가스공사는 2승 12패로 순위는 여전히 꼴찌지만 1할대로 승률(.143)이 상승하며 9위 서울 삼성(3승 11패)을 1게임 차이로 추격했다.

KCC는 3승 7패로 리그 8위에 머물렀다. KCC는 시즌 개막 초반 2승 1패로 무난하게 출발했으나 최근 7경기에서 1승 6패에 그치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국가대표 포워드 송교창까지 출전시키는 강수를 뒀으나, 수비가 무너지며 홈에서 꼴찌팀 가스공사에게 압도당하는 처참한 경기력을 드러냈다.
 
KCC의 선수구성 면면은 그야말로 올스타급이다. 허웅-라건아-이승현-송교창-최준용의 '판타스틱 5'는 전원이 국가대표 출신에 정규리그 MVP(국내-외국인 선수 합산) 경력만 3명, 합작한 챔프전 우승횟수는 무려 6회에 이른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알리제 존슨도 컵대회에서 수준급의 득점력을 과시하며 기대를 모았다.
 
모두 각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던 선수들이 뭉쳤다는 점에서 KBL 역사상 보기 드문 슈퍼팀의 탄생을 예고했다. KCC는 10월 열린 첫 공식 대회였던 KBL 컵대회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런데 정작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에이스급 선수들을 모았지만 시너지 효과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즌 초반임을 감안해도 KCC의 선수구성에 3할대 승률 추락은 충격적이다.
 
물론 라건아와 이승현은 비시즌 국가대표 차출, 송교창은 군복무 등으로 팀에 합류한 시기가 늦었다. 최준용도 시즌 초반 부상으로 한동안 결장했다. 주축 선수들이 함께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다보니 조직력을 다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KCC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국대 차출이나 부상자 문제 등에서 상황이 비슷했던 서울 SK(8승 4패), 사실상 베스트5가 전원 물갈이된 안양 정관장(9승 5패)같은 팀들의 선전과 비교하면, 초호화 선수진을 보유한 KCC의 부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현재 KCC의 최대 문제는 공수 밸런스와 주축 선수들의 부조화다. KCC는 현재 경기당 88.7실점으로 고양 소노(90.7실점)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외곽 수비력이 심각한데 경기당 허용한 3점슛만 리그 최다인 11.2개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 3점슛을 내줬으며 허용률도 41.7%로 가장 높았다. 지난 가스공사전에서도 11개의 3점슛을 45.8%의 높은 적중률로 헌납한 것이 대패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냉정히 말해 선수들의 현재 기량과 효율성도 이름값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라건아는 전성기가 지나 하락세가 뚜렷하고 이승현도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내고 있다. 컵대회에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였던 존슨은 경기 패턴이 분석당하고 슛 적중률이 떨어지면서 정규리그에서는 17.6점으로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서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슈터 허웅도 집중견제에 시달리며 고전하고 있으며, 수비에서의 약점은 여전하다.

전창진 감독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KBL 최고령 사령탑이자 KCC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전 감독은 임기 내내 구단의 적극적인 '윈나우' 정책에 따른 막대한 투자와 선수 구성을 지원받고도 번번이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 감독 부임 이후 5년간 KCC가 슈퍼팀이라고 불릴만한 전력을 갖춘 것만 벌써 세 번째다. 전 감독이 농구계에 복귀한 2019-20시즌 초반, KCC는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4대 2 초대형 트레이드로 당시 리그 최고 선수였던 라건아와 이대성을 영입하며 기존의 송교창-이정현과 판타스틱 4를 구축했다.
 
하지만 트레이드 직전까지 8승 5패로 선방하던 KCC는 오히려 트레이드 이후로는 15승 14패, 겨우 5할 승률에 턱걸이하며 리그 순위는 4위에 그쳤다. 전창진 감독은 시즌 끝까지 주전 4인방의 공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은 우승팀을 가리지 못한 채 조기 종료되었다. 이대성은 FA로 팀을 떠나며, 첫번째 슈퍼팀 프로젝트는 완전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두 번째 슈퍼팀은 이듬해인 2020-2021시즌이었다. 정통센터 타일러 데이비스를 영입하며 라건아와 로테이션으로 강력한 높이를 구축하고, 파워포워드로 정착한 송교창이 정규리그 MVP로 성장하며 이정현까지 또다른 빅4를 구축했다.
 
KCC는 2020-21시즌 정규리그 1위(36승 18패)를 차지하며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했다. KCC의 슈퍼팀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에 근접했던 시즌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데이비스가 부상과 태업으로 교체되면서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제러드 설린저를 앞세운 KGC에게 4전 전패로 완패하고 통합우승의 결실은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KCC는 지난 시즌 송교창이 군에 입대했지만 FA로 허웅과 이승현이라는 특급 FA 선수들을 동시에 영입하고도 5할에 못미치는 승률(24승 30패)로 6강에 간신이 턱걸이하는 데 그쳤다. 올시즌에도 투자는 계속되어 최준용의 영입에 이어 송교창까지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 나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호화 멤버들을 한 팀에 모아놓았다면 에이스 선수들의 역할 분담, 벤치 뎁스의 약화, 부상자 리스크 등은 슈퍼팀에게는 당연히 따라붙는 이자와도 같은 것이다. 전 감독은 KCC가 정상궤도를 회복할 수 있는 시점으로 3라운드 정도를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의 10경기 정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올시즌 KCC의 성적표는 물론이고 전 감독의 운명까지 결정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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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KCC 판타스틱4 슈퍼팀 전창진감독 프로농구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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