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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기 위한 나의 노력. 항상 교실 맨 뒷자리에 자리를 두고 서서 수업을 듣곤 했었다. 처음엔 졸지 않기 위해 시작했지만, 하다보니 편해서 결국 고등학교 3학년때 1년간 나의 고정자리였다.
 집중하기 위한 나의 노력. 항상 교실 맨 뒷자리에 자리를 두고 서서 수업을 듣곤 했었다. 처음엔 졸지 않기 위해 시작했지만, 하다보니 편해서 결국 고등학교 3학년때 1년간 나의 고정자리였다.
ⓒ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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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스물 두살, 나는 다음 학기 휴학을 앞둔 의류디자인과 대학생 3학년이다. 과거에는 매일 매일을 하루씩 세어가며 준비했던 수능도 이제는 2~3일 전이 되어서야 뉴스를 보고 알게 되는, 다소 의미 없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3년전 쯤 수능이 2~3일 남았을 시기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기억하기로, 난 며칠 전까지도 모르는 문제, 틀렸던 문제들을 다시금 풀어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분명 어제까지는 맞았던 문제인데도 다시 풀어보니 오답이었다. 3년을 준비한 수능의 모든 것을 쏟아붓기 위해서 문제집 속 동그라미가 아닌 오답 표시에만 집착하고 매달렸다.

그 당시에는 난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대학생이 되면 모든 게 달라져 있을거야, 지금보다 훨씬 어른이 되어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난 내 전공까지 선택하니까 미래에 내가 원하는 직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거야'라고.

돌아보니 참 안일한 생각이었다. 누가 대학만 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했는가.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대학생이 되고 난 뒤 보이는 것
 
맞는 문제는 계속 맞아도 틀린 문제는 계속 틀린다. 수능 며칠 전까지도 나는 모르는 문제들을 다시금 풀어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반쯤은 '수포자'였다.
 맞는 문제는 계속 맞아도 틀린 문제는 계속 틀린다. 수능 며칠 전까지도 나는 모르는 문제들을 다시금 풀어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반쯤은 '수포자'였다.
ⓒ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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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때와 달리 이제는 정말 내가 스스로 행동하고 이뤄내야 한다. 과거에는 분명 담임선생님, 부모님, 친구들 모두가 함께 어디 전공으로 어느 학교에 갈지, 이를 위해서 내가 어떤 동아리에 들어가고, 준비를 해야할지, 함께 걱정하고 고민했었다. 그러나 대학은 현실이다.

대학에 들어오면 그 누구도 내가 어떤 수업을 듣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작게는 시간표를 정하는 것부터 크게는 학점관리와 졸업 후에 어떤 진로로 나아가야 할지 그 길조차 잡아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게 정말 혼란스러웠다.

"이렇게 나 혼자 알아서 하라고?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생각해 보면 나의 스무살은 화로 가득했던 것 같다. "이걸 어떻게 내가 혼자서 해내"라는 생각 때문에, 당시 접하는 무엇이든 처음부터 의심하고 걱정하고 화를 냈다. 

하지만 이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홀로 서기를 연습했고, 그렇게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중이다. 어떤 것이든 친구와 함께했고 혼자서 하는 법을 몰랐던 나는 이제는 어떤 것이든 혼자 이뤄내고 시도해보는 내가 되었다.

대학생이 되고 알게 된 두번째는,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에서 꿈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 수험생 시절의 나는 특정 대학교의 특정 학과 입학을 목표삼아 공부했다. 그때는 몰랐다. 어른들이 늘 말하던 '공부가 제일 단순해'라는 말의 의미를. 

나는 이 말이 진실일 줄은 몰랐다. 수능의 점수로만 결정되기에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수많은 친구가 저마다의 꿈과 이상을 좇아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강하게 느끼곤 한다. 

오늘 하루 하루의 내 선택이 다가올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 되다 보니,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어떤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지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나만은 나를 믿어주자 
 
고3 시절 유일한 삶의 낙. 당시 독서실에서 저녁먹으러 편의점 오던 날들이 돌아보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김밥과 함께 먹는 컵라면이 최고의 조합.
 고3 시절 유일한 삶의 낙. 당시 독서실에서 저녁먹으러 편의점 오던 날들이 돌아보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김밥과 함께 먹는 컵라면이 최고의 조합.
ⓒ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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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고민의 교차로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누구도 이 길의 끝이 어떤 모습이라고 말 할수 없고, 내가 어떤 모습이 될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함 속에서도 나만은 나를 믿고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내가 꿈꾸는 모습에 도달해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도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했던 과거의 나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13일 오후 울산시교육청에 도착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교육청 직원들이 옮기고 있다.
 13일 오후 울산시교육청에 도착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교육청 직원들이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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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수능을 보게 되는 친구들에게 응원의 글을 한 줄 남겨보려 한다.

수능 또한 인생의 한 부분 과정일 뿐이며 그 점수 하나가 당신의 가치를 전부 결정하지는 못하니, 그동안 노력했던 과거의 나를 믿고 나아가자.

지난 시간 여러분이 해왔던 노력이 앞으로의 살아가는 날들에 있어 꼭 빛을 발할 시간이 올 것이란 말도 덧붙이고 싶다.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시간이 지나 더욱 성장한 스스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것은 경험이다. 미래의 당신은 또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 과거의 당신에게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지금까지 고생했다고, 정말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  

태그:#대학생, #수능,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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