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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군검찰단 출석한 박정훈 전 단장 “억울한 죽음 있어서는 안 된다”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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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회람용 문건 → 언론·국회 배포용

국방부 정책실이 고(故)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대응을 위해 작성한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아래 <진실>) 문건에 대한 국방부의 바뀐 답변이다. 해당 문건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내부 회람용'이라고 해명했던 국방부가 국회에는 이를 '언론·국회 배포용으로 생산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에 '최근 3년간 국방부 정책실에서 생산한 언론/국회 등에 현안 설명을 위한 문건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총 189건의 생산연도와 문건 이름, 작성부서 등을 정리해 의원실에 냈다. 문건들은 대부분 외교·안보 이슈를 다루고 있었으나 딱 네 건은 사회적 논란이 불거졌던 사안으로 생산연도와 문건 이름, 작성부서는 다음과 같았다.
 
2021/국방 업무보고(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관련)/정책기획과
2023/국방 현안보고(해병대 순직사고 관련 조치 경과)/정책기획과
2023/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국방부 입장/정신전력문화정책과
2023/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정책기획과

이 가운데 <진실> 문건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예비역 군인들을 중심으로 유통됐고,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이를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이 문건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제기한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국방부의 반박 내용이 주된 내용인데, A4용지 12쪽에 걸쳐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의 문제점과 이첩 보류 지시의 정당성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적법한 권한의 행사 ▲대통령실 개입 주장의 허구성 등 11개 항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문건 내용의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는 데다 작성 및 유포 경위도 불분명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 '수사개입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국방부는 지난 10월 3일 해당 문건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내부 회람용'이라고 해명했다. 전하규 대변인은 10월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국회나 언론에) 설명드렸던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라며 "이 문서는 언론에 공식적으로 제공하거나 퍼블리시(공개)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답변이 나왔다. 박용진 의원이 "언제, 누구에게 (<진실> 문건을) 배포했나'라고 묻자, 허태근 국방정책실장은 "국방부 실·국장들과 (국방부) 정책자문위원들에게 전파했다"고 답했다. 

앞뒤 안맞는 국방부... 유독 채 상병 사건만, 왜?
 
21대 마지막 국감이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21대 마지막 국감이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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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문건은 법사위의 군사법원 국정감사 하루 전날인 10월 15일 박용진 의원실에 도착했다. 즉 10월 3일 관련 언론보도 후 12일 뒤에, 그리고 "내부 회람용"이라고 밝힌 지 10일 뒤에 국회로 제출된 것. 그런데도 국방부는 이를 '언론과 국회 등에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된 문건' 목록에 <진실> 문건을 버젓이 포함시킨 셈이다. 

이는 앞서 국방부에서 제출한 '언론·국회 배포용 현안자료' 중 하나인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국방부 입장> 문건만 보더라도 앞뒤가 안 맞는다. 해당 문건은 지난 8월 28일 국방부에서 언론에 배포한 자료로 이 내용을 두고 국방부 대변인과 취재진이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국방부는 <진실> 문건의 생산 지시자나 결재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허태근 정책실장은 지난 10월 16일 국감 때 "제가 직접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라며 작성 시점을 모른다고 했고, 문건 생산 지시 및 작성 주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문건의 최종 결재자는 누구냐'는 질문에 "결재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즉, '언론·국회 배포용' 문건답지 않게 결재권자조차 불분명한 '괴문서'인 셈이다.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은 "누가 이 문건들을 만들라고 지시했는지조차 당당히 밝히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허둥대는 국방부의 모습이 애처로울 지경"이라고 평했다. 이미 <진실> 문건 자체가 허위공문서라는 주장이 나온 마당에 국회에 낸 공식자료마저 앞뒤가 안 맞는 국방부의 모습은 스스로 화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 정부가 국민의힘에 이어 국방부마저 윤석열 사병화하고 있다"며 "조직적 진실은폐와 언론조작에 군을 동원하는 몰염치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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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채상병사건, #해병대수사외압의혹, #박정훈대령, #국방부, #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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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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